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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첫인상을 남긴 책의 첫 문장들 5개, "첫 문장의 역할은 두 번째 문장을 읽게 만드는 것"

ⓒGettyImagesbank

사람은 첫 인상이 중요하다. 글에서 첫 인상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첫 문장이다. “간단한 첫 문장에는 그 문장을 읽게 만드는 것 말고 또 어떤 역할이 있을까? 바로 두 번째 문장을 읽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카피라이터 조셉 슈거맨이 저서 '첫 문장에 반하게 하라'(1998년)에서 한 조언이다. 첫 문장으로 글 읽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다면 일단 성공한 것이다.

다양한 소설 속 첫 문장, 그리고 두 번째 문장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작가들이 의도한 바를 알아보자.

1.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인 앤디 위어가 2009년 개인 블로그에 연재하였던 글이 뜨거운 반응을 얻어 2011년 아마존에서 전자책으로 자가 출판되었다. 그 이후 정식 출판 계약을 맺고 책으로 나왔고 높은 인기에 힘입어 2015년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아레스 3탐사대에 식물학자 겸 기계공학자로 참여한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가 모래 폭풍을 만나 홀로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아무래도 좆 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원문에서는 "I’m pretty much fucked"다. 주인공이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됨을 보여준다. 동시에 주인공이 쿨하다는 느낌도 준다.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또는 ‘어이구. 나 이제 죽었네.’였다면 그런 느낌을 주기 어렵다. 어떻게 어려움을 뚫고 나갈 것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2. '로마의 일인자'

세계적으로 3천만 부 이상이 팔린 '가시나무새'의 콜린 매컬로가 쓴 소설이다.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는데 13년, 집필을 시작한 후 시력을 잃어가며 완결을 내기까지 20년이 걸린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상상력에 기반한 재미와 고증에 의한 사실성으로 인해 높은 평가를 받는다. 1부에 해당하는 '로마의 일인자'는 전통적 귀족 출신이지만 후대까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카이사르가 자신의 어린 딸을 돈이 많은 천민 출신 마리우스에게 시집을 보내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신임 집정관 둘 중 어느 쪽과도 개인적인 연고가 없었기에,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그의 두 아들은 단순히 그들의 집과 더 가까운 곳에서 출발하는 행렬을 따르기로 했다. 올해 수석 집정관이 된 마르쿠스 미누키우스 루푸스의 행렬이었다."

콜린 매컬로의 '가시나무 새'는 이렇게 시작된다. “일생에 단 한번, 지구상 피조물 중에 가장 달콤하게 노래를 부르는 새에 대한 전설이 있다. 둥지를 떠나는 순간부터 가시나무를 찾는데, 그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절대 쉬지 않는다.” 작가는 시드니 의대 출신에 예일대 신경학과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였다. 첫 문장에도 그것이 묻어난다. 대체로 차분히 배경을 설명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3. 제3인류

한국이 유독 사랑하는 외국 작가가 몇 있다. 그 중 하나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개미', '신', '웃음', '나무' 등 대부분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제3인류'에는 세 가지 종류의 인류가 나온다. 첫 번째 인류는 키가 17미터에 달하는 초거인, 그리고 두 번째 인류는 그들이 창조한 우리들이다. 황폐한 환경과 방사능 속에서도 살아남을 신종 초소형 인간 에마슈가 바로 우리가 창조한 세 번째 인류다. 두 번째 인류와 세 번째 인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인간은 진화할 수 있을까?

때로는 그들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화두를 제일 첫 머리에 던진다. 책 '뇌'는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그는 자기 퀸을 조심스럽게 전진시킨다.”라고 시작한다. 책 '웃음'에서는 “우리는 왜 웃는가? ‘…..그래서 그는 문장을 읽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대로 죽고 말았습니다’로 시작했다. 첫 문장이 책의 주제이자 화두이다. 독자들로 하여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시킨다.

4. '에브리맨'

1998년 퓰리처상 수상, 전미도서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그리고 펜/포크너 상을 유일하게 세 번 수상한 작가 필립 로스의 장편소설이다. <에브리맨>은 한 남자가 늙고 병들어 죽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맞이하는 일이기 때문에 삶의 일부분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함을 알려준다. 그런 지혜를 전달해 주는 소설의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될까?

황폐한 공동묘지에 있는 무덤 주위에는 전에 뉴욕에서 함께 광고 일을 하던 동료 몇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그의 활력과 독창성을 회고하며, 딸 낸시에게 그와 함께 일했던 것은 크나큰 즐거움이었다고 말해주었다.

필립 로스는 개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미국)역사가 사회뿐 아니라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책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아이라 린골드의 형 머리는 내 고등학교 시절 첫 영어선생님이었고, 내가 아이라에게 푹 빠진 것도 선생님 때문이었다. 1946년, 머리 선생님은 군에서 막 제대한 참이었다.”로 시작한다. 책 '죽어가는 짐승'도 마찬가지다. “그 아이는 팔 년 전에 알았지. 내 수업을 들었어.” 인간의 삶은 매우 훌륭한 문학 작품의 소재다. 그것을 기가 막히게 풀어내는 필립 로스의 소설을 믿고 보는 독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5. '채식주의자'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 덕에 우리 출판계에 문학 열풍이 불었으며 특히 한강의 책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한강은 샘터사 직장 동료였던 김윤덕 기자가 이야기했듯이 젊은 시절부터 남달랐다. 늘 사색에 잠겨 있었으며, 심지어 엠티를 가서 보고 느낀 것을 소설로 지어 신춘문예에 뽑히기도 했다.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끌리지도 않았다."

한강의 소설 '희랍어 시간'은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라고 자신의 묘비명을 써달라고 보르헤스는 유언했다. 일본계 혼혈인 비서였던 아름답고 젊은 마리아 고타마에게.”로 시작한다. 또 다른 소설 '소년이 온다'는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로 시작한다. 나에게 조용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다. 말을 듣는 듯하다. 그만큼 편하게 읽힌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글을 읽는 것보다는 말을 듣는 것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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