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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유족 42%는 "자살을 생각해봤다"고 말한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정신적, 신체적 이상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겨레>가 19일 입수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실태조사' 보고서(초안)를 보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희생 학생 유가족들의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은 5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 1년 유병률 0.6%에 비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또 이들은 불면증 등 수면장애(75.4%)와 두통(72.7%) 등 스트레스 관련 신체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태조사는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 145명, 단원고 생존 학생 및 가족 39명, 일반인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 27명 등 세월호 피해자 211명을 피해자군별로 나눠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심층 면접조사한 것이다. 국가기관이 대형 재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이번 특조위 조사가 처음이다. 특조위 관계자는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과정에서의 문제점, 미비점 등을 평가 분석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조위는 실태조사 내용을 20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발표한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세월호 참사는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들에게 생업 포기와 가치관 변화 등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참사 이전엔 116명(81.3%)이 직장에 다니고 있었으나, 이들 중 75명(64.6%)이 참사 발생 후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과 형제를 잃은 슬픔과 참사 이후 겪은 트라우마로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이들이 42.6%에 이르렀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봤다는 경험자도 4.3%나 됐다.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을 조사한 아주대 산학협력단 조선미 교수팀은 “참사 초기 오기와 의지로 버티던 유가족들이 진상규명 등에서 뚜렷한 진전이 없이 시간이 흘러가면서 무력감과 회의감 등으로 건강이 더 나빠지고 있다”며 “트라우마의 치유를 위해서는 신뢰를 통한 안정감 회복, 사회관계의 복원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세월호 진실규명 작업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살아남은 이들도 참사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심층면접 조사 과정에서 '구조'란 용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생존자로 살아남게 된 것은, 구조가 아닌 ‘탈출’의 결과였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해경의 구조 활동에 대해 “방에 잠겨있는 애들 꺼내주면 다 나올 수 있었지만” “저 뒤에 애들 아직 많다고 했지만” “배에 들어오지를 않았고” 등의 표현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단원고 생존 학생과 가족을 조사한 고려대 김승섭 교수팀은 “이들은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아직도 참사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후 대학 특례입학 등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 보도로 상처받은 이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일반인 생존자와 희생자의 가족들은 학생 피해자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각종 지원내용에 대한 지역별 집행상의 차이로 인한 소외감, 무성의한 정부기관의 태도 등에 상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을 조사한 이화여대 양옥경 교수는 "피해자 지원이 지역별로 차이가 나지 않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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