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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이슬람국가'의 새로운 미래전략을 목격하고 있다

IS가 현재 장악하고 있는 영토를 모두 빼앗는다 해도, IS의 패배를 보여줄 방법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승리를 확신할 수 없을 거라는 의미다. IS는 그저 국가가 없는 단체라는 상태에 적응하며 무언가 다른 것으로, 즉 국가 없는 정부로 변해갈 것이다

ⓒASSOCIATED PRESS

니스 테러 공격에 사용된 트럭의 2016년 7월 14일 행적. 지도는 위키피디아.

이슬람국가(IS)가 전세계 칼리프 제국을 선포한 2014년 6월 30일 이래 최초로, 전세가 드디어 IS에게 불리하게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유럽과 북미에서의 테러 공격 패턴은 IS가 국가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서방에 대한 새로운 공격 전략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한 해 동안 IS는 영토의 1/4에서 1/3 정도를 잃었다. 이라크 정규군과 여러 시아파 무장 단체로 구성된 이라크 군은 티크리트, 라마디, 팔루자를 탈환했으며, 이라크의 수니파 삼각지대의 중심인 안바르 지역의 주요 도시 중심지의 통제권을 손에 넣었다.

그보다 더 북쪽에서는 이라크와 쿠르드 세력이 모술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라크 군은 모술에서 남쪽으로 불과 80km 떨어진 카야라 공군기지를 장악했다. 이 기지는 군수 허브 및 모술 최종 공격을 위한 공군 기지로 사용될 예정이다. 바이지부터 하위자에 이르는 넓은 영역 역시 모술에서 분리되었다. 이 지역의 IS 무장대원들이 진지를 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동북부의 시리아 민주군(SDF)과 남서부의 시리아 정규군은 서서히 IS의 수도 라카로 진격하고 있다.

눈에 띄는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IS의 패배는 아직 요원하다. 라카와 모술의 함락은 2017년에나 이루어질 전망이고,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승리가 확실한 것도 결코 아니다. 이라크의 시아파 파벌들 간의 정치적 합의는 쉽게 깨어질 수 있다. 쿠르드와 이라크 정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란의 개입 역시 미지수로 남아있다.

시리아의 상황도 별로 나을 것이 없다. 자유 시리아군은 알레포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군에게 밀리고 있으며,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와 터키의 쿠르드족에게 계속 적대감을 품고 있어 효과적인 반(反) IS 연합을 만들려는 미국의 시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터키의 쿠데타 시도가 IS와 싸우려는 에르도안의 의지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IS가 점령했던 팔루자(Falluja)를 탈환한 뒤, 이라크 정부군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년 7월1일. ⓒReuters

그러나 IS가 핵심 영토의 전부, 혹은 상당 부분의 통제권을 잃었을 때 어떻게 적응할지에 대한 힌트는 늘어나고 있다.

첫째, IS는 유럽의 입지를 꾸준히 늘려왔다. 유럽의 IS 조직이 2014년에 비해 상당히 커졌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유럽 정보국들은 유럽 내에 IS 하에서의 전투 경험이 있는 지하디스트가 1~2천 명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S는 유럽에 전투원 5천 명 이상을 잠입시켰으며, 유럽 대륙 전체에 '수십 개의 조직'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 정보국은 유럽 내에 IS의 지하디스트들과 헌신적인 지지자들이 2만 명 정도 있을 거라 추정한다.

둘째, IS는 유럽 내 범죄 행위 가담을 확장시키고 있다. 한 예로 IS가 발칸 반도에서 서유럽으로 마리화나를 밀반입하는데 깊이 개입하고 있다는 보고가 끊이지 않는다. 체제 전복적 조직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술들은 범죄 조직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기와 대원들을 밀반입시키는데 사용하는 네트워크는 마약과 불법 이민자 밀반입에도 똑같이 사용될 수 있다.

셋째, IS는 2014년과 2015년에는 이라크와 시리아 군대를 직접 공격했지만, 점점 더 초토화 방어태세와 공격적 내란 전술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전략이 가장 두드러지는 이라크에서, IS는 수니파가 다수인 도시를 점령하고 도시의 거리 하나 하나에서마다 기나긴 싸움을 했다. 이라크 군과 자신들의 점령 도시 양쪽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주면서 이라크 군의 진격을 가능한 한 막으려는 의도였다.

그 결과 IS는 패배하면서도 도시를 재건에 수십억 달러가 들어갈 황무지로 만들어 놓았다. 이라크 정부는 그럴 돈이 없고, 수니파 지역 재건에 돈을 쓰기는 꺼려한다. 그 결과, IS는 패배하면서도 이라크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을 위한 기초 작업을 해놓는 셈이며, 이라크 수니파 커뮤니티에서 앞으로도 지원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IS는 2003년에서 2007년까지의 전략의 특징이었던 무분별한 도시 폭력으로 돌아갔다. 이제까지 유럽에서 IS의 작전은 5~10명의 무장대원, 자동화기와 조악한 사제폭발물로 무장한 집단, 서방 국가들에 대한 폭력을 장려하는 IS의 메시지에 응답하는 '외로운 늑대'들의 민간인 공격들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긴급 구조원을 즉각 다시 공격하는 경우가 많은 이라크에서의 테러 공격과는 달리, 유럽에서의 공격은 이 정도로 정교하지는 않았다. 브뤼셀에서 공격한 자들에겐 비슷한 계획이 있었다는 증거가 있기는 하다. 민간인들과 긴급 구조원들을 죽이기 위한 이중 공격은 IS가 유럽에서 해냈던 공격들에 비해 더 복잡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IS의 능력이 자라면서 민간인과 긴급 구조원을 노리는 이중 공격이 등장할 것이다.

이라크군이 IS의 깃발을 거꾸로 들고 팔루자 탈환을 자축하는 모습. 2016년 6월26일. ⓒAssociated Press

IS의 패배는 어떤 모습일까? 과거의 전쟁들과는 다를 것이다. 패배한 세력의 대표들이 절차에 따라 시행하는 '항복 문서'는 없을 것이다. USS 미주리, 콩피에뉴 기차와 같은 항복 의식이 21세기 중동에는 없을 것이다. 평화회담도, 휴전 협정도, 승리 퍼레이드도 없을 것이다.

IS가 현재 장악하고 있는 영토를 모두 빼앗는다 해도, IS의 패배를 보여줄 방법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승리를 확신할 수 없을 거라는 의미다. IS는 그저 국가가 없는 단체라는 상태에 적응하며 무언가 다른 것으로, 즉 국가 없는 정부로 변해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7월 14일 니스에서 일어난 테러 공격은 IS가 진화하고 있는 형태, IS가 영토를 잃었을 때 취할 형태의 증상을 보여준다.

IS와 같은 무장 지하디스트 단체에게 있어, 실제 영토를 지배한다는 것은 꼭 축복만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영토가 있으면 유물, 석유 등 귀한 자원을 착취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세금을 뜯고 학교, 모스크, 법원 등 사회 생활을 유례없는 수준으로 통제할 수도 있다. 다른 국가들이 인정하지도, 외교적으로 협상을 하지는 않는다 해도 주권 국가라는 위신을 세울 수 있다.

반면 IS로서는 실제 국가를 지배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불리하기도 하다. 먼저 보통의 지하디스트 단체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관리 기술이 요구된다.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발전소와 하수 처리 시설을 돌려야 한다. 수도꼭지를 돌리면 물이 나와야 하고, 버스가 제 시간에 도착해야 한다. 식량과 연료와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게다가 국가를 운영하려면 방어를 해야 한다. 지하디스트 조직은 현대 군대의 공격 무기를 막는데 필요한 정도의 방어 능력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며, 상대가 초강대국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트럭 폭탄으로 여러 명을 죽일 수는 있지만, 트럭을 활주로까지 몰고 가지 않는 이상 같은 방법으로 F-16을 상대할 수는 없다.

IS로서는 사실 국가를 지배할 필요가 없으며, 전세계에 걸친 칼리프 제국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잠시 미뤄놓는다 하더라도 국가가 없는 편이 오히려 낫다. 통치하는 영역이 없으면 돈을 더 적게 벌겠지만, 돈을 들여 관리해야 하는 부문도 훨씬 줄어든다. 게다가 수익성이 더 좋은 범죄 활동으로 세를 늘려가면서, IS는 영토를 잃었을 때의 자금 손실을 벌충하고도 남는다.

니스 테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프랑스 깃발이 놓여 있다. 2016년 7월17일. ⓒAssociated Press

영토를 잃으면 IS의 위신에는 손상이 가겠지만, 그것마저도 결코 극복할 수 없는 피해는 아니다. 현재 IS의 '브랜드'는 확립되었다. 전세계에 알려져 있으며, 세계에 서른 개 이상의 가맹 단체가 있다.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해 쌓아올린 이 브랜드는 정말이지 최첨단이었다. 모든 브랜드가 그렇듯 IS 역시 브랜드를 지키고 확장해야 하지만, 2014년에 비해 지금은 실제 영토를 통제하는 것에 덜 의존하고 있다.

니스의 공격은 IS가 유럽으로 내란을 확장시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중요한 교훈 몇 가지를 준다.

첫째, 범인은 외로운 늑대였다. IS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지하디스트 무장 대원 출신이 아니었다. IS가 모병한 것도, 어떤 식으로든 지원을 받은 것도 아닌 것 같다. 이러한 공격을 장려하는 것이 IS의 소셜 미디어 캠페인의 핵심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보국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보국에서 공격 가능성의 낌새를 챌 수 있을 계획도, 출장도, 수다도 없다.

둘째, 범인이 딱히 독실한 무슬림이었거나 지하디즘에 빠져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그는 그저 부적응자이자 기능 장애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화를 급진 지하디즘에서 찾은 잡범이었다. 즉 이것은 급진화된 무슬림의 문제라기보다는 이슬람화된 급진자의 문제였다.

소련이 붕괴되었을 때 서방 전문가들은 서둘러 '사상의 종말'을 선언했다. 세속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이겼고 권위주의, 군사적 공산주의가 패배했다. 그러나 현대 21세기 사회의 기본인 세속주의, 민주주의, 평등,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반 서방 사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형태를 바꾸고 스스로를 표현할 새로운 사상적 틀을 찾았을 뿐이었다.

이슬람 지하디즘의 확산을 1천 년 이상 유럽과 중동을 지배했던 기독교-이슬람의 라이벌 형태로 보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지하디스트 근본주의자들의 적은 기독교가 아니라 서방 사회다. 적은 21세기의 현대적 삶을 규정하는 가치들, 즉 민주주의, 평등, 자유시장, 세속주의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서방 사회와 서방 가치를 거부했던 테러리스트 단체 다이렉트 액션, 바더 마인호프는 급진적 좌파 및 막시스트 용어를 즐겨 사용했다. 현재 '반 서방'은 서방 사회에 대한 근본주의적 지하디스트의 비평에서 표현과 정당화를 찾는 예가 많아지고 있다.

니스에서처럼, 최근 18개월 동안 유럽에서 일어난 여러 테러 공격의 배경에 지하디스트가 보이는 것은 우리의 상대는 과격화된 무슬림이 아니라, 이슬람화된 범죄자들과 불평 분자들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IS가 범죄 활동을 확장하고 유럽의 범죄적 지하 세계에 깊이 파고들수록, IS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과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테러리즘은 총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니스에서 한 명이 몬 트럭이 파리에서 중무장한 사람 9명만큼이나 많은 사람을 죽였다. 차량이 무기로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말에 IS는 추종자들에게 차량을 이렇게 사용하라고 촉구했다. 니스의 테러는 최근 6개월 동안 최소 4번째 사건이다. 폭력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현대의 편의물은 끝이 없다.

니스, 파리, 브뤼셀, 이스탄불, 올랜도, 샌버나디노의 일들은 IS 등의 지하디스트 조직이 앞으로 서방 사회와 어떻게 전쟁을 치를지를 보여준다. IS가 꾸준히 밀려나고 있으며, 몇 년 안에 영토를 완전히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희소식이다. 영토가 없는 IS는 더 무서운 적일 수 있고, 현대 국가의 공격 무기로는 막기가 훨씬 어려워지는 반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그들의 능력은 여전할 거라는 사실은 골치 아픈 문제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 게재된 'The Islamic State in Defeat: Is Nice the Future?'(영어)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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