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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뭣이 중헌디

심지어 진보적 인사분들의 기고문 등에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아도 안타까움이 드는 것은 사드라는 체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맞느냐 아니냐의 논쟁이 아니라 성주로 가면 수도권방어는 어떻게 할 것이냐? 전자파 우려가 없어지는 거리는 얼마냐? 노동미사일은 어떻고 스커드는 어떻다 하는 이야기들뿐입니다. 수많은 영어약자와 비행고도, 비행거리 그리고 이름도 어려운 군사전문용어와 외국인들의 이름만이 기사에서 넘쳐납니다. 그런 무기체계를 얼마나 잘 설명하는가 하는 것이 전문성인 것처럼 경쟁하고 있습니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논쟁이 아닌데 말입니다.

  • 김광진
  • 입력 2016.07.18 13:18
  • 수정 2017.07.19 14:12
ⓒHandout . / Reuters

사드와 관련해 요즘 꽤 많은 방송에 출연해 이야기하고 강연회 등도 갖습니다. 국회에 있는 동안 대정부 질문을 통해서 사드의 전자파문제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해서도 꽤 먼저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었지요.

(관심 있는 분은 이 동영상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어제 저녁 사드의 전자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원고를 쓰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텍사스 빌리스기지와 괌 앤더슨공군기지, 일본의 교토와 아오모리현 등 4곳에 배치되어 있는 부대의 사진을 통해서 국방부가 말하고 있는 100m 안정성이 얼마나 허구인지 말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다가 기사의 내용을 다 지우고 다시 이 글을 전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영화의 대사처럼 "뭣이 중헌디!"라는 화두를 제 자신에게 다시 던지면서요.

국정교과서 사태가 처음 나왔을 때 국정교과서가 옳은 것이냐 잘못된 것이냐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독립운동을 나타내는 이 표현이 맞는 것이냐? 근대화를 어떻게 기술할 것이냐? 근거자료를 이렇게 써도 되는 것이냐? 라고 하는 문제로 넘어가 버렸지요.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건 당연한 순리이고 기왕 만들어지는 것 좋은 교과서를 만들자며 논점이 전환되었습니다.

요즘 사드논쟁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방송에서 토론을 진행해가는 시나리오도 그렇고, 심지어 진보적 인사분들의 기고문 등에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아도 안타까움이 드는 것은 사드라는 체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맞느냐 아니냐의 논쟁이 아니라 성주로 가면 수도권방어는 어떻게 할 것이냐? 전자파 우려가 없어지는 거리는 얼마냐? 노동미사일은 어떻고 스커드는 어떻다 하는 이야기들뿐입니다. 수많은 영어약자와 비행고도, 비행거리 그리고 이름도 어려운 군사전문용어와 외국인들의 이름만이 기사에서 넘쳐납니다. 그런 무기체계를 얼마나 잘 설명하는가 하는 것이 전문성인 것처럼 경쟁하고 있습니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논쟁이 아닌데 말입니다.

사드는 전구(전쟁구역)가 짧은 남북간의 거리에서는 유용성이 있는 무기가 아닙니다. 아직 성능이 정확히 검증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사 100% 요격능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고작 48발의 사드요격미사일로 북한의 공격을 막아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드는 로봇태권브이도 천하보검도 아닙니다.

사드가 성주가 아니라 용산에 설치된다고 해서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서울을 방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2차세계대전 때도 일본이 핵공격을 당한 건 대륙간탄도미사일 혹은 중단거리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비행기에서 투하했던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담아 대한민국을 공격하려면 방법은 수천 가지도 넘게 있을 것입니다.

수도권 방어가 되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논쟁하는 건 결국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만 배불려 주는 것입니다. 그 핑계로 군피아들은 사드 몇 대를 더 배치하자고 들것입니다. 무기구입은 심리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심리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국방부는 기본적인 환경영향평가조차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국의 육군교범에도 3.6km까지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100m 이외에는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괌에 있는 미군기지를 공개하겠다고 합니다. 전자파를 측정할 수 있게 할지 아닐지 아직도 미정이긴 하지만 그조차 무의미한 일입니다. 어떠한 실험환경에서 진행하는지 알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자파의 영향권 안에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단 한 번의 측정으로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방부가 공개하겠다는 괌기지조차 2013년 4월에 배치되어서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는 곳이고 아직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아 영구배치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곳입니다.

한두 차례의 전자파 측정 지표를 근거로 정부와 언론은 대서특필을 할 것이고 그동안의 주장이 괴담이었다고 말하며 여론을 바꾸려고 할 것입니다. 정부가 기다리는 논점이탈의 시기일 것입니다.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요격성능도 전자파도 아닙니다. 지역이 어디냐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 사드도입을 주장하면서 꺼냈던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질문입니다. 처음의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사드를 도입하는 목적이 달성되는 것입니다.

군사적으로 우리의 사드도입으로 북한이 두려움을 느껴서 핵실험을 중단할 리는 만무합니다. 외교적으로 그간 미중일러의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갖추면서 지내왔던 대한민국이 온전히 '한미일 VS 북중러'의 대결구도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외교의 방향성인 것인지 정부는 답해야 합니다. 6자회담이나 UN제재 등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등지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인지에 답해야 합니다.

사드의 도입을 통해서 사실상 미국의 MD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공인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옳은 선택인 것인지 정부는 답해야 합니다.

다시 논의의 중심을 바로잡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하위개념인 사드라고 하는 무기체계가 나왔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정부가 혼란스러우면 국민이 중심을 지켜야 합니다.

전쟁이 나서 승리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전쟁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경계에 서 있는 한국이 선택해야 할 중요한 결정입니다.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 그 자체가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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