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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문제의 핵심는 전파 유해성이 아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면, 발전기 소음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왜냐하면 발전소에서 전력을 끌어다 쓰면 소음 문제는 바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요즘 사드 배치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데, 공군에서 5년간 X밴드 레이더를 운용하고 정비했던 전직 군인으로서 내 생각은 이렇다.

1.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서 어설픈 전파 관련 지식으로 반대 논리를 펴는 사람들의 글이 너무 많이 보이는데, 이런 자들은 종편 찌라시에 나와서 전문가랍시고 선동질하는 쓰레기들과 다를 바가 없다.

2.

해외 사드 설치 지역 취재 기사들이 많이 보이는데,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가장 크게 호소하는 고통을 '발전기 소음'에 초점 맞춰서 기사를 쓰고 있다. 전파의 유해성은 단기간에 드러나는 게 아니니 눈에 보이는 발전기 소음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는 거겠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면, 발전기 소음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왜냐하면 발전소에서 전력을 끌어다 쓰면 소음 문제는 바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레이더를 설치하면 발전기를 반드시 설치한다. 왜냐하면 외부 전력은 사고나 정전으로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비상용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일본의 사드 배치 지역을 보면 외딴 곳이라서 아마도 사드를 우선 배치하고 외부 전력 관련 공사를 아직 안 한 것 같은데, 외부 전력만 끌어오면 전시나 훈련 중 또는 정전 때가 아니면 발전기 소음을 들을 일이 없다.

따라서 사드 배치 문제의 핵심은 발전기 소음 문제가 아니다.(밤에 발전기를 틀어 놓고 잠자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소음이 고통스럽긴 하다.)

3.

사드에 외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고압의 송전탑을 설치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밀양 송전탑 문제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사드에 공급하는 전력량이 수도권에 공급하는 전력량보다 훨씬 적으므로 송전선의 설비 용량이 기존의 도시 간을 잇는 송전선보다는 적을 게 분명하다. 따라서 이 역시 사드 배치의 핵심 문제는 아니다. (송전탑 설치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는 여기서 논외로 한다.)

일본 교토부 북단인 교탄고시 교가미사키에 설치된 미군 엑스밴드 레이더(AN/TPY-2) 기지의 전경.

4.

전파의 유해성 여부가 사드 문제의 핵심일 수 있다. X밴드면 레이더에서 나오는 주파수가 8~12GHz인데, 거의 빛에 가까워 직진성이 강하고 휘어지는 회절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정밀한 탐색이 가능하다. 그러나 멀리 보내려면 그만큼 높은 전력을 소비한다.

현재 일반 공항에서 사용하는 X밴드 레이더가 20km까지 탐색하는데, 1000km까지 탐색가능한 레이더라면, 사용 전력 규모가 좀 크긴 할 듯.... 1차원적 전력 에너지를 3차원 공간에 쏘는 것이기 때문에 늘어나는 탐색 거리에 필요한 전력은 2제곱씩 증가한다. 예나 지금이나 수학은 잘못하므로, 얼마만큼의 전력이 쓰이는지는 패스...

레이더 전면 3~4km를 출입통제하는 이유는 전파의 유해성도 있지만, 거기서 뭔가 얼쩡거리면 레이더에 잡음 신호로 잡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5km 내에 폭발물을 탑재한 항공기의 비행을 금지하는 이유도 요즘 전자회로들이 워낙 미세하다보니 레이더 빔을 맞으면 전기적으로 오작동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빔을 그 정도 거리 내에서 인체에 맞으면 몸에 좋을 리가 없겠지만, 그 유해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휴대전자기기의 전자파 유해성 문제만큼이나 모호하고 논란거리다. 그러나 적어도 방사선 피폭 정도는 아니다.

반면에 통제권 바깥에서 레이더 빔을 쬐면 어떨까? 아까 레이더의 탐색 거리가 늘어나면 소비되는 전력은 늘어난 거리에 2제곱씩 증가한다고 했는데, 반대로 레이더 빔의 에너지량은 레이더에서 떨어진 거리에 2제곱씩 낮아진다. 즉 어느 정도 거리만 떨어져 있으면 레이더 빔의 유해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레이더의 발사 각도가 5도라고 했으니, 사드 5km 안에 잠실 롯데타워 세워놓고 그 꼭대기에서 살게 아니라면 레이더 빔 때문에 인체에 이상이 생길 일은 없다.

주파수 대역이 훨씬 낮은 레이더라면 회절성이 커지기 때문에 지상에서도 빔을 맞을 가능성이 있지만, X밴드 급이면 5도 각도 밑에서 빔을 맞을 일은 없을 듯하다. 안 그러면 지금 공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전부 몸에 이상이 생겼어야 한다. 하루 종일 S밴드와 X밴드 레이더 빔들을 쬐고 있을 테니 말이다.

심지어 이동통신사에서 전파 관련 일을 했다는 어떤 이는 사드 반대 글을 쓰면서 레이더 빔 때문에 대기가 달궈질 거라는 헛소리를 하던데... 이건 대꾸할 가치도 없어서 패스

5.

내가 사드를 우려하는 것은

첫째, 대규모의 레이더 시설이 들어옴으로써 주변 지역 주민들의 크고 작은 권리들이 침해나 제약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중요한 결정을 사회적인 합의 없이 대통령 1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건 민주주의에 어긋난다.

둘째는 미국이 전후 60년 넘게 지켜온 태평양 관할권을 대륙세력(중, 러)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견제 수단으로 사드를 배치한다는 게 뻔한데도 그걸 마치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려는 것으로 호도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 기만하는 것이다.

셋째는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이 얻게 되는 국익이 사드 때문에 우리가 안게 되는 정치 경제적인 불확실성보다 크냐는 것이다. 신중하고 신중해야 할 판단을 어떻게 이렇게 빨리 결정할 수 있는지. 이건 대단히 멍청하거나 대단히 무모한, 아니면 둘 다에 해당하는 인간만이 내릴 결정이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건국 이래 가장 무능한 지도자를 둔 이 시대에 우리에게 닥쳤다는 게 참담할 뿐이다.

요컨대, 사드 문제를 전파의 유해성 같은 일차원적인 문제로 접근하면 '종북좌꼴'들의 선동질이라는 소리밖에 못 듣는다. 물론 유해성과 환경파괴 등의 문제도 따져야겠지만 문제의 본질은 민주적인 의사결정, 국민의 권리와 안전 같은 정치·사회적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핵심을 빼고 자꾸 유해성 문제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과거의 광우병 소고기 파동 때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많을지도 모른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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