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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이케아·폭스바겐에 한국 소비자가 호구 취급받는 이유

  • 박세회
  • 입력 2016.07.18 11:05
  • 수정 2016.07.18 11:31

한국일보는 오늘(17일) 더불어민주당이 ‘제2의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막기 위해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에 피해를 주는 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최대 순자산의 10%까지 부과하는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일단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해외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최근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존슨앤존슨 : 재클린 폭스라는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에 살던 여성은 존슨앤존슨의 땀띠용 파우더를 쓰다가 난소암 판정을 받아 2015년 10월 사망했다. 미국 미주리주 연방법원은 존슨앤존슨이 원고인 난소암 피해자에게 5500만달러, 우리돈 620억원을 물어줘야한다고 선고했다. 배상금 57억원에 그 열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이 더해진 결과다. -JTBC/경향신문

듀폰 : 오하이오 주의 50대 남성 데이비드 프리먼이 듀폰의 테플론 제조에 사용되는 'C-8'이라 불리는 독성 화학물질이 공장에서 누수 되어, 이 물을 마신 자신이 고환암에 걸렸다고 고소했다. 이로 인해 듀퐁사는 보상적 손해배상금으로 510만 달러(58억)를 지급하고, 이에 더해 제한적 징벌 손해배상으로 50만 달러(5억 6천만 원)를 추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소비자의 피해보상 장치로 작용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어 우리나라에 벌어지는 여러 사건이 이 법을 추진하는 배경이 된다.

가장 시급한 건 옥시 사태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는 2000년 10월부터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판매해 정부의 2차 조사까지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만 530명 가운데 146명이 숨졌으며 그 과정에서 독성을 알고서도 상품을 생산·유통했고, 판매 초기부터 사용자의 피해신고가 잇따랐는데도 무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4월 옥시 제품 불매운동을 하며 "옥시 같은 기업이 아직도 활개를 치는 것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들 제도의 도입을 촉구했다.

쉽게 얘기하면 우리 법 체계상 '잃을 게 없기 때문에' 애초에 제대로 검사하지 않고 판매할 수 있었고 늑장 대응을 했다는 얘기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기업의 입장에서는 '리스크'일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피해 방지 대책'이며 자구의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케아의 배짱을 부리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에서 최소한 6명의 영아를 사망케 한 'IKEA'의 '말름 서랍장' 시리즈는 지난 6월 말 미국과 캐나다에서 2,900만 개 전량이 리콜되고 판매가 중지되었으며 중국에서 역시 리콜을 시작했으나 한국에서는 '현지의 안전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이유로 리콜은커녕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폭스바겐도 마찬가지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독일의 폭스바겐은 디젤 차량 배출 가스 조작으로 피해를 본 미국 고객들에게 무상 수리 등 외에도 약 17조 8,000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한국에는 '조작 장치 설치 금지 법규'가 없어 소비자는 배상 대상이 아니어서 500억 원 대의 과징금만 납부할 공산이 크다.

헤럴드경제는 폭스바겐이 이처럼 180도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소비자가 한명이라도 배상판결을 받으면 모든 구매자에게 판결의 효력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현재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를 입은 아이들의 손해 배상은 아래와 같을 것이라고 밝혔다.

- 여성은 20세부터, 남성은 군대 다녀온 22세부터 60세까지 살아서 일했을 경우를 상정해 수입을 계산.

- 일용노동자로 추정.

- 도시 아이라면 도시 일용노임으로 월 121만원. 총 5억8000만원.

- 생활비를 1/3 뺀다. 그려면 4억3500만원.

- 배상금을 일시에 받기 때문에 ‘중간이자’를 빼고 여기에 위자료, 장례비 등을 더한다. -경향신문(5월 28일)

이런 식의 계산이라면 옥시 사태로 숨진 아이들 140여 명에 대한 배상금은 미주리 주 재클린 폭스 씨 한 명의 배상금과 비슷할 수도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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