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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소설 속 커플들이 사랑을 나눈 '색다른' 장소들 4곳

커플들은 사랑을 나눌 곳이 필요하다. 이곳 저곳 전전하지만 결론은 몇 안 된다. 개그맨 신동엽이 '모텔 예약 어플' 광고에서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즘에 비하면 조선시대에는 장소 선택의 폭이 더 넓었던 것 같다. 조선시대 소설 속 주인공들이 사랑을 나누었던 장소는 다음과 같다.

1. 서재

"...이생이 속으로 다행히도 하늘이 기회를 주시니 참 신기하다고 여기며 바로 책방을 쓸고 닦고, 자리를 깨끗이 하고, 촛불을 밝히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갑자기 발소리가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졌다. 달빛에 자세히 보니, 과연 마음속에 둔 그 사람이었다. 이생이 온 마음으로 기뻐하며...바로 손을 잡고 책방으로 들어가니, 고운 방석에 은촛대가 신방의 아름다움을 극진하게 해 주었다." (책 '19세기 서울의 사랑 - 절화기담', 김경미·조혜란 옮김)

'절화기담'은 불륜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생은 양반이지만 가난하여 이웃집에 얹혀살았다. 그런데 유부녀인 여종 순매와 사랑을 나누려고 무지 애를 썼다. 하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자신의 집이 아니라 더욱 그랬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서재(책방)가 최적의 장소로 선택되었다. 기뻐서 쓸고 닦고 은촛대에 불도 켜놓는다. 청소를 하며 콧노래가 절로 났을 듯싶다. 하지만 서재의 공자님, 맹자님은 기가 막히지 않았을까?

2. 밭

"촌가의 어떤 사내종이 그의 아내와 함께 김을 매러 갔는데, 수백 이랑밖에 되지 않는 밭을 여러 날 동안 붙잡고 있었다. 주인집 영감이 이를 이상히 여기고 하루는...먼저 나무 위에 올라가...몸을 감추고 그들이 하는 바를 엿보았다. 사내종과 그의 아내는 나무 밑에 이르자, 각각 옷을 벗고 발가벗은 채 김을 매기 시작하였다. 겨우 반식경이 지나자 처가 사내종을 부르더니 말하였다.

“놀아봄이 어떻겠소?”

“그럴까”

여자는 구부리고 선 채 발을 차면서 암말 흉내를 내었고, 사내종은 두 손을 땅에 대고 마치 수말처럼 달려가 옥문 냄새를 맡았다." (책 '고금소총' :시골 종놈의 말놀이(村奴馬戱), 유화수·이월영 편역)

'고금소총'은 옛날과 지금의 우스운 이야기를 모은 조선시대 유머모음집이다. 저자들은 쟁쟁한 사대부들이다. 평소 욕구가 많이 눌려서일까? 그들이 담아 놓은 내용은 거침이 없다. 안방마님과 노비의 사랑을 비롯해 BDSM(결박, 구속, 사디즘, 마조히즘)까지 웃음의 소재로 삼아 문학적 상상력을 맘껏 발휘하였다. 위의 대목도 귀하신 마님이 대낮에 사내종을 데리고 밭 한 가운데 가서 말놀이를 하면서 노는 내용이다. 밭에서 곡물만 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3. 나무

“어떤 시골의 사내가, 성품이 음란한 것을 좋아하여 자기 아내와 농탕질 하기를 일삼았는데, 법도에 어긋나는 갖은 짓을 다 시도해보았다...하루는 마침 사내가 부인을 묶어놓고 일을 치르는데...부인을 잡아 회화나무 가지 사이에 올려놓았다.” (책 '고금소총': 음부의 바람 축원(淫婆祝風), 유화수·이월영 편역)

앞서 말한 대로 고금소총에는 BDSM(결박, 구속, 사디즘, 마조히즘)이 소재로 등장한다. 위의 내용은 ‘B(Bondage, 결박)’를 즐기는 부부의 이야기다. 그런데 집 안에서도 아니고, 나뭇가지 위에서다. 불이 나 급하게 대피하기 위함이라는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내용이 세다! 성리학의 지배를 받던 조선시대에도 이 정도 수준의 책이 인기를 끌었다.

4. 바위

“어허, 불쌍하오. 당신은 과부요 나는 홀애비니, 둘이 살면 어떠하오?”

“내가 남편 죽이는 데 신물이 나서 다시 낭군 얻자면 궁합을 먼저 봐야겠오.”

...“...아주 천생 배필이요...오늘로 예식을 치릅시다.”

...둘이 손길 마주 잡고 바위 위에 올라가서 대사를 지내는데, 신랑 신부 두 연놈이 이력이 찬 것들이라 이런 야단이 없었다. 멀끔한 대낮에 연놈이 훨썩 벗고 매사니처럼 장난칠 때... (책 '변강쇠가', 신재효 저 김창진 역)

'변강쇠가'는 이대근, 원미경 주연의 영화 소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외설 문학 이상의 가치가 있다. 조선 후기 유랑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서다. 변강쇠와 옹녀는 나름의 사정으로 떠돌다가 만나게 되어 혼례를 치른다. 신방을 차릴 겨를도, 여유도 없기에 둘의 첫날밤을 바위 위에서 보내게 된다. 바위라고 하니 ‘돌 침대’가 연상되는데 그들이 ‘돌 침대’ 사용의 원조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랑을 나누는 일에는 장소가 중요하다. 확실히 사랑은 상상력과 연결이 된다. 사랑을 하면 상상력이 길러지고, 사랑을 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랑 자체를 상상하여 다양한 ‘사랑 문학’이 탄생하기도 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랑에 대한 상상력도 대단하지만, 조선시대 커플들의 상상력 역시 대단했다. 온갖 상상을 동원해 기필코 최적의 장소를 찾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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