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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전·월세 가격이 몇천씩 빠지고 있다

"요즘 월세는커녕 전세도 잘 안 나가요. 작년 11월에 비해 전셋값도 평균 3천만원 정도 떨어졌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S공인 대표)

"전세 아파트가 나와도 한 달 이상 소화가 안 되고 있어요. 여름방학이 코앞인데 이렇게 전화문의조차 없는 경우가 있었나 싶은 게 '역전세난'이 생기는 거 아닌가 걱정됩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L공인 대표)

전세시장이 예년에 비해 잠잠한 가운데 강남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의 전세시장에 때아닌 찬바람이 감돌고 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국지적인 전세 물건이 부족한 곳은 여전하지만 최근 전세가 나와도 소화가 안 되고 이에 따라 가격도 약세를 보이는 곳도 크게 늘었다.

신도시와 택지지구 등 수도권과 지방 곳곳에 새 아파트 입주가 증가하면서 기존 아파트 단지에선 '역전세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강남 3구' 입주 물량 증가에 학군 수요도 급감…전셋값 약세

17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 3구 아파트 전셋값이 일제히 하락했다. 강남구가 0.18% 떨어졌고 서초구가 0.10%, 송파구가 0.01% 각각 내렸다.

이달 들어 강남 3구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말보다 0.07% 떨어졌다. 작년 7월 강남 3구의 전셋값이 평균 1.09%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 방학 이사철을 앞두고 학군 수요가 몰리던 곳이지만 올해는 지난 겨울방학에 이어 여름에도 방학특수가 실종됐다. 강남 3구 월별 평균 전셋값은 올해 들어 1월과 6월에 소폭 상승 전환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1년 중 겨울방학 때 전세가 가장 잘 나갔고 그다음이 여름방학인데 올해는 방학특수가 거의 없다"며 "대치동 선경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전세 호가가 7억5천만∼7억8천만원으로 작년 말과 비슷한 수준인데도 소화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치동의 중개업소 사장은 "요즘 휴가철 비수기로 접어들었지만 여름방학 수요가 방학 때 이사를 하려면 이미 전세시장이 움직였어야 하는데 올해는 겨울방학 때부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전세는 줄줄이 나와 있는데 시세보다 1천만∼2천만원 낮춘 전세도 빨리 소진이 안되다 보니 가격도 약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도 마찬가지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장마철에 더운 날씨까지 겹쳐 전세를 알아보러 오는 사람도, 전화문의도 거의 끊긴 상태"라며 "전세 만기가 임박했는데도 전세수요가 없어 역전세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의 기존 아파트들도 전세 소화가 더디다.

잠원동 A공인 관계자는 "휴가철을 앞둔 지금이 비수기라 볼 수 있지만 예년보다 전세수요가 훨씬 더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달부터 신반포래미안팰리스의 입주가 시작됐고 9월부터 입주하는 아크로리버파크까지 총 2천500가구에서 전세가 나오다 보니 기존 아파트 전세는 더욱 순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987년 입주한 잠원동 강변아파트 전용면적 66.29㎡의 경우 지난해 연말 4억8천만원이던 전셋값이 최근 4억2천만∼4억4천만원으로 4천만원 이상 하락했다.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해 잔금 납부 기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서초구 신반포팰리스는 지난달 입주 초기 10억∼11억원이던 전셋값이 현재 9억∼10억원으로 1억원이나 떨어진 상태다.

강남권의 경우 입시제도 변화로 학군수요는 점점 감소하고 있는데 위례·하남미사지구 등 인근의 신도시와 택지지구에서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송파구 잠실의 경우 비교적 지은 지 오래된 미성·진주아파트 등은 물론 새 아파트군에 속하는 잠실 엘스·리센츠 등의 전세도 수요가 없어 냉랭하다.

장미아파트 전용 82㎡ 전셋값은 4억5천만∼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천만원 하락했다.

잠실동 K공인 대표는 "위례 등 신도시 입주 영향을 송파·강동구가 가장 많이 받고 있다"며 "잠실 엘스도 작년 말보다 평균 3천만원 떨어졌지만 전세가 안 나가 물건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짝수해보다 홀수해에 전세 이동 수요가 많아 전셋값이 더 많이 오르는 점,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로 돌려 재계약하는 경우가 증가한 점 등도 전셋값 안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 1기 신도시·지방 일부도 '적신호'…내년 이후가 더 문제

강남권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기존 신도시도 전세수요가 예년보다 급감했다. 위례·광교·화성동탄2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의 새 아파트 입주 영향을 크게 받은 분위기다.

부동산114의 2분기 전셋값 통계에 따르면 광교(0.92%)·동탄(0.72%) 등 새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세를 보인 반면 이들 지역의 입주 영향으로 판교(-0.51%)·분당(-0.19%) 등지는 전셋값이 하락했다.

인천지역의 공급 물량 증가로 김포한강(-0.99%) 신도시의 전셋값도 약세를 보였다.

특히 판교와 분당 등 기존에 전셋값이 비쌌던 신도시의 경우 새로 조성되는 신도시에 상대적으로 싼 전세가 쏟아지면서 세입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분당 서현동 H공인 대표는 "작년 말에는 전세가 나오면 바로바로 소진됐는데 올해는 확실히 속도가 더디다"며 "소형을 제외하고는 수요 자체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판교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판교 전셋값이 워낙 높은데 주변에 싼 전세 물건이 많이 나오다 보니 전세를 찾는 사람이 줄고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도 입주물량이 증가한 대구와 경북지역은 지난 1분기 각각 0.70%, 0.48% 하락한 데 이어 2분기에는 -1.86%, -0.55로 낙폭이 확대됐다.

충남지역도 1분기 -0.22%에서 2분기 -0.28%로 하락 폭이 커졌고 조선업 구조조정 영향까지 겹친 경남지역도 2분기 -0.14%로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가을 이사철 전세시장도 전세의 월세 전환 지속, 재건축·재개발 이주 등으로 국지적 불안은 이어지겠지만 예년처럼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새 아파트 입주가 증가하는 지역은 기존 주택의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내년부터 2018까지 전국적으로 70만가구가 넘는 아파트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라며 "최근 재건축 이주가 몰린 과천처럼 국지적 상승세와 월세 증가에 따른 전세 품귀 현상은 여전하겠지만,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수도권과 지방에서는 역전세난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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