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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소셜미디어 스타가 가족에게 살해당한 이유

  • 박세회
  • 입력 2016.07.17 12:43
  • 수정 2016.07.17 12:48

"우리는 여성으로서 자신을 위해 또 서로를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 "파키스탄이 크리켓 대회에서 우승하면 스트립쇼를 하겠다."

성평등을 주장하며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에 파란을 일으킨 바 있는 소셜미디어 스타 '찬딜 발로치'가 살해됐다.

17일 파키스탄 경찰은 파키스탄의 여성 소셜미디어 스타인 찬딜 발로치(26)가 지난 15일 펀자브주(州) 물탄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나빌라 가잔파르 경찰 대변인은 "발로치의 남자 형제가 잠자는 그녀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진술을 그녀의 부모로부터 확보했다"고 전했다.

찬딜 발로치가 올린 무푸티(이슬람 율법가) 압둘 콰비와의 셀카 포스팅.

부검의인 무시타크 아메드는 "발로치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질식이지만, 최종 사인은 독극물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확정할 수 있다"며 "목이 졸리기 전에 독극물을 복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발로치의 오빠 와심 아짐의 행방을 찾고 있다.

본명이 파우지아 아짐인 발로치는 최근 튀는 행동과 발언이 담긴 소셜미디어 게시물로 보수적인 파키스탄 사회에서 논란 속에 유명인이 됐다.

특히 그녀는 최근 라마단 기간에 한 호텔 방에서 유명 종교 지도자와 나란히 셀카를 찍어 올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성직자는 이슬람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만났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그의 성직자 자격을 박탈했다.

또 최근에는 파키스탄 크리켓 대표팀이 우승하면 스트립쇼를 하겠다는 '공약'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하기도 했다.

이런 게시물이 인기를 끌면서 발로치의 트위터 팔로워는 4만 명,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는 70만 명이 넘는다.

더욱이 발로치는 보수적인 파키스탄 사회가 만들어 놓은 여성에 대한 제약에 맞서 싸우겠다는 각오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살해당하던 날에도 그녀는 "그만두라는 협박을 아무리 받더라도 나는 싸울 것이며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지난 14일에는 "여성으로서 우리 자신을 위해 또 서로를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 어떤 여성이 될지는 스스로가 결정할 필요가 있다. 평등을 믿는다. 나는 자유로운 생각을 하는 여성이며 이런 나를 사랑한다"고 썼다.

발로치가 무슬림 권에서 말하는 '명예살인'에 희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명인들이 애도와 함께 범인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오스카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샤민 오바이드-치노이는 "여성을 죽이는 남자를 감옥에 보내는 선례를 만들지 않으면 이 나라에선 어떤 여성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추모의 글이 올라왔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찬딜은 파키스탄 사람들이 문 뒤에서 보는 포르노에 나오는 피부의 10% 밖엔 보여주지 않았다"며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고 썼다.

반면, 일부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살인 행위를 옹호하기도 했다.

'지아알리'라는 트위터 이용자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녀는 불명예였다"고 적었다.

보수적인 무슬림 사회인 파키스탄에서는 최근까지도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를 들어 가족 구성원이 여성을 살해하는 관습인 '명예살인'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명예살인으로 희생된 여성은 1천96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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