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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4천원' 인도의 돈키호테 스마트폰

사양을 보면 4달러라는 가격이 송구스러울 정도다. 프리덤 251은 960×540픽셀의 4인치 화면에 1.3GHz 쿼드코어 프로세서, 1GB 메모리에 8GB 저장장치를 내장했다. 카메라는 앞면이 320만 화소, 뒷면은 800만 화소를 지원한다. 2개의 심(SIM)을 장착할 수 있고, 32GB까지 확장할 수 있는 마이크로SD카드 슬롯도 포함돼 있다. 배터리 용량은 1800mAh다. 이 정도면 아무리 짜게 셈해도 제작비용이 40달러는 든다. 그러니 프리덤 251은 '팔 때마다 손해보는' 스마트폰이다. 물론, 프리덤 251을 살 땐 제품 가격보다 비싼 291루피(5020원)의 배송료가 붙는다. 그게 대수인가. 단돈 1만원에 저만한 스마트폰을 구입한다는 건 현실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 이희욱
  • 입력 2016.07.17 09:58
  • 수정 2017.07.18 14:12

지난 2월, 세상을 들썩이게 만든 스마트폰이 나타났다. 진원지는 인도다. 주인공은 스마트폰 제조 스타트업 링잉벨스. 링잉벨스는 올해 2월 중순, 새 스마트폰 '프리덤 251'을 선보이고 사전 주문을 받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가격이다. 이 스마트폰 판매가는 251루피, 우리돈 4300원이다. 4달러가 채 안 되는 가격에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니, 링잉벨스는 무모한가 무지한가.

사양을 보면 4달러라는 가격이 송구스러울 정도다. 프리덤 251은 960×540픽셀의 4인치 화면에 1.3GHz 쿼드코어 프로세서, 1GB 메모리에 8GB 저장장치를 내장했다. 카메라는 앞면이 320만 화소, 뒷면은 800만 화소를 지원한다. 2개의 심(SIM)을 장착할 수 있고, 32GB까지 확장할 수 있는 마이크로SD카드 슬롯도 포함돼 있다. 배터리 용량은 1800mAh다.

이 정도면 아무리 짜게 셈해도 제작비용이 40달러는 든다. 그러니 프리덤 251은 '팔 때마다 손해보는' 스마트폰이다. 물론, 프리덤 251을 살 땐 제품 가격보다 비싼 291루피(5020원)의 배송료가 붙는다. 그게 대수인가. 단돈 1만원에 저만한 스마트폰을 구입한다는 건 현실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프리덤 251이 처음 공개됐을 때 인도이동통신사업자협회(ICA)는 링잉벨스가 사기를 치고 있다는 편지를 인도 정보통신부장관에게 보내기도 했다. 중국산 싸구려 스마트폰을 로고만 지우고 갖다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호사가들은 링잉벨스가 시제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관심을 끌어보려는 입소문 마케팅에 열중한다며 입방아를 찧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더인디언익스프레스>는 모히트 고엘 CEO 말을 빌려 링잉벨스가 6월30일부터 사전 구매자를 대상으로 1차 공급분인 20만개의 프리덤 251 기기를 배송하기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더인디언익스프레스>는 링잉벨스가 곧 구매 희망자를 대상으로 2차 사전 주문을 받을 예정이라는 소식도 덧붙였다. '4천원 휴대폰'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모질라재단이 '파이어폭스OS' 기반의 스마트폰 '클라우드FX'를 2014년 인도에 1999루피(33달러)에 내놓은 적은 있지만, 구매가가 5천원이 채 안 되는 스마트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떻게 5천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 수 있을까. 제조원가만 따진다면 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링잉벨스의 4달러 휴대폰에는 몇 가지 추측이 따라붙는다. 입소문을 내서 고객을 확보한 뒤 다른 제품을 팔려는 링벨의 교묘한 마케팅이란 주장이 그렇다. 링잉벨스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앱 제조사로부터 돈을 받아 손실을 보전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초기 물량이 얼마간 나오다가 곧 중단될 것이란 회의론도 따라붙는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링잉벨스는 프리덤 251이 인도 빈민층의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인도의 돈키호테급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2009년 '세계에서 가장 싼 차'를 표방하며 '타타 나노'를 야심차게 내놓았다. 우리돈 25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는 소형차였다. 저소득층과 저개발국을 겨냥한 이 미니카는 그러나 '싸구려 차'라는 이미지만 남기고 판매 부진으로 생산라인에서 사라졌다. 이보다 앞선 2007년에는 인도 인적자원부가 '10달러 노트북'을 보급하겠다고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 미디어랩 설립자가 주축이 된 '100달러 노트북' 보급 운동이 한창 불붙을 무렵이었다. 2년여 만에 공개된 이 초저가 PC 역시 단순한 연산장치 수준의 모듈에 가까운 제품으로 드러나며 웃음거리가 됐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인도가 또다시 '초저가 혁명' 카드를 꺼내들었다. '4달러 스마트폰'은 닻을 올렸고, 인도의 무모한 도전도 계속된다. 링잉벨스는 내친 김에 7월 첫째 주엔 32인치 HD LED TV도 내놓을 심산이다. 이 역시 '프리덤' 브랜드를 달고, 1만 루피(17만2천원) 이하의 가격에 공개될 전망이다. 비슷한 사양의 TV가 인도에선 최소 1만3천 루피에 팔린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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