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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젠더'라는 단어가 주는 의외의 의미론적 혁명

얼마 전에 예전에 알던 사람의 이야기가 올라온 영국 웹사이트 링크를 받았다. 1시간 후 다른 링크가 메일 수신함에 들어왔다. 미국 라디오에 소개된 같은 이야기의 링크였다. 보내 준 사람은 "인터넷에 쫙 깔렸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 서부에 잠시 살았다가 몇 년 전에 아내 샌디와 함께 오리건으로 이사한 제이미 슈프는 오리건 주에 자신의 젠더를 제 3의 '넌 바이너리 non-binary'로 법적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은 받아들였다. 미국에서 이런 요청이 받아 들여진 것은 처음이다. (이미 제 3의 성을 인정한 국가들이 몇 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전세계 뉴스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맙소사!"하며 놀란 것이 가라앉자, 남성/여성 젠더 바이너리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곧 내가 그 동안 곰곰이 생각해 왔던 주제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시스젠더 cisgender'라는 단어가 바이너리[두 개, 여기서는 남녀], 그리고 궁극적으로 젠더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 재고에서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언뜻 보기에 '시스젠더'는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이 단어는 고작 20년 전에 만들어진 신조어이고, 널리 쓰이게 된 건 불과 최근 몇 년 동안의 일이다.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 들어간 것은 불과 작년 여름이다. 그리고 함께 2015년에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 들어간 노골적이며 세속적인 다른 단어들('Masshole 매사추세츠 주 출신의 개새끼', 'Twitterati 트위터에서 영향력이 센 사람')과는 달리, '시스젠더'는 둔하고 촌스러운 교과서에나 나올 것 같은 말이다. 게다가 이 단어는 생물학적 성과 자신이 느끼는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에, 바이너리를 뒤흔든다기보다 오히려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여성으로 태어난 여성, 남성으로 태어난 여성이 시스젠더다. 즉 정체성이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이다.

그러나 첫 인상과 실체는 다를 수 있다. 이 단어가 주류 담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뒤로 일각에서 격렬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반감을 보이는 측은 다양하다. LGBTQ 커뮤니티 일부는 이 단어가 자신들에게 원치 않는 형태의 특권을 준다고 받아들이는가 하면, 우파의 일부 (자칭) 페미니스트들과 증오를 품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계속해서 부정하는 존재인 트랜스 상태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이 단어를 거부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에서 흔히 보이는 맥락은 '시스젠더'라는 단어의 의미론적 영역에서 나오는 발상들은 현존하는 질서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협이 된다.

트랜스 지지자들과 협력자들이 지적했듯, 이 단어가 제기하는 주요 위협은 단단히 자리잡은 형태의 특권을 향한다. 그것은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재고해 보지도 않을 권리다. 무엇이 위험한가? 우선 '관행적인 젠더 gender conforming'인 사람들이 자신들이 정상이라고 주장할 때, 그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상'이라는 단어에는 강한 긍정적 암시가 함축되어 있으므로 -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정상으로 분류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 정상의 반대는 그만큼 강한 부정적 암시('병든', '일탈적인', '부자연스러운', '사악한' 등)를 갖는 셈이다. 게다가 사람의 상태를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여기엔 어떤 설명이나 정당화가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상이란 말에는 정상 상태 = 일반적 합의에 의한 규범이라는 뜻이 내재되어 있다. 정상(normal)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된 라틴어 단어 norma는 규칙(rule)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하고 자연스러우며 좋은 것에서의 일탈을 의미하는 비정상(abnormal 라틴어에서 ab-은 '무엇에서 벗어나다'를 의미함)만 해명이 필요하며, '정상'의 관점에서 해명해야 한다.

'시스젠더'라는 단어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이러한 추정을 뚜렷이 표현하는 간단한 도구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위협이 된다. 윌리엄 메리 대학 영어 교수 폴라 블랭크가 2014년 9월 애틀랜틱 기사에서 간결하게 표현했듯, "'시스젠더'는 트랜스젠더와 비트랜스젠더의 공통점을 시사한다... 이 단어는 우리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우리 몸과 우리 자신 사이의 관계를 경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통점'이다. 바이너리 정상/비정상에 내재한 계급적, 배제적, 오명 씌우는 관계에 '시스젠더'라는 단어는 우리는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몸과 자신 사이의 관계를 경험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당연하게 그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암시로 맞선다. 이 주장에서 중요한 귀결 몇 가지가 필연적으로 나온다. '관행적인 젠더'라는 것은 하나의 상태이고 아무 상태도 없는 것이 아니며, 그러므로 젠더 비관행(gender nonconformity)와 마찬가지로 해명이 필요하다. '정상'이라는 것은 어떤 특정 형태의 젠더 정체성이 아니며 젠더와 관계를 갖는 것이다. '관행'이란 통계적 관계(정상분포 그래프를 생각하면 된다)이지 윤리적 선택이 아니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젠더 비관행은 도덕적 혹은 사회적 일탈의 형태가 아닌, 그저 보편적 인간 특성의 젠더 안의 정상적 변형일 뿐이다.

이러한 개념적 변화가 어마어마하게 느껴지지 않을지 몰라도, 여기에 따르는 실질적 영향은 토대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우리 중 비관행적 젠더인 사람들이 아직도 너무나 자주 겪고 있는 냉혹한 사회적, 법적, 경제적 불평등이 그저 자연 질서에 따른 것이라는 그 어떤 허위도 불가능해진다. 즉 우리를 해고하거나 퇴거시키거나, 전반적으로 기본적 시민권과 보호를 부정하는 것이 더 이상 우리의 정체성 때문에 타인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말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가장 강한 반발을 사고 있으며, 특히 최근 1년 동안 여러 주에서 등장하고 있는 '화장실 법'의 형태로 드러났다. 이런 멍청한 법의 근거랍시고 제시되는 것들은 '프라이버시 권리' 같은 단순한 언어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 법을 미는 보수 국회의원들이 악용하는 공포는 트랜스 여성을 성적 약탈자로 보는 아무 근거없는 우익 판타지를 중심으로 한다. 우리가 우리라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격리, 즉 불법화되어야 한다는 암시다. 이것이 이 법의 진짜 최종 단계다.

다행히 젠더 관행과 비관행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어, 이런 '상식적인' 입장에 법적 맥락으로 어필하기란 이미 더 어려워졌다. 같은 이유로, 노스 캐롤라이나 등에서 반 트랜스 법제화에 대한 규탄이 널리 퍼진 것이 보여주듯, 젠더 관행의 비정상화는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우리를 잠재적 소비자이자 고용자로 보게 해주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이웃이자 동료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스젠더'라는 단어가 생긴 뒤 일어난 기본 개념 변화에 내재된 여러 변화들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은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이며, 여러 영역에서 우리는 아직도 힘겨운 투쟁을 계속한다. 특히 연방 차원에서 시민권 보호를 받기 위한 노력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2015년의 평등법은 교착된 의회에서 아직 지연되고 있다). 그리고 젠더 비관행의 오명 해제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가능할 일상적 변화들이 있다. 젠더 관행인 사람들이 우리를 잠재적인 연애 대상으로 볼 용의(변태의 영역 밖에서), 우리와 사교적으로 자유롭게 어울릴 용의(우리가 정체성을 숨길 필요 없이), 길에서 우리를 마주쳤을 때 우리를 희롱해야겠다, 그래도 된다고 느끼지 않게 되는 것 등이다. 우리에게 경멸조의 시선조차 던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나는 매일 걸어다닐 때 어떤 이웃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런 시선을 받는다).

우리의 사회에서 재앙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시스젠더의 비옥한 의미론적 밭에 뿌려진 씨는 싹을 틔우고, 자라고, 열매를 맺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수확은 아직 멀었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 Word "Cisgender": an Unlikely Semantic Revolutionar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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