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포켓몬 고'가 가상현실을 주류로 만들었다. 괴상한 고글도 필요없었다

  • 김도훈
  • 입력 2016.07.14 11:07
  • 수정 2016.07.14 11:09

불과 며칠 만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미움도 받고 있는) 포켓몬 고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재정의했다. 또한 증강 및 가상 현실의 막강한 힘과 잠재적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소개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매체에서는 지겹도록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미래의 물결이라고 떠들어 댔다. 그 정점(혹은 최악의 순간)은 2015년 8월 17일에 타임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커버 스토리로 다루었을 때였다. 발명가 파머 럭키가 헤드기어를 쓰고 있는 커버 이미지는 수많은 밈을 낳았다.

파머 럭키가 나온 타임 커버는 놀라우며 정말 정말 이상하다. 그래서 손을 좀 봤다.

닌텐도와 나이앤틱의 성공은 대단한 일이었다. 포브스에 의하면 올해 3월 기준으로 투자자들은 증강/가상 현실에 11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중 대부분 – 8억 달러 – 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매직 립에 들어갔다. ‘Mixed Reality Lightfield’를 만드는 곳이다. 그게 무엇이냐? ‘스타트렉’에 나오는 홀로 덱 같은 것이다.)

지금 이 게임은 하루에 거의 1백만 달러씩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포켓몬 고가 이토록 대단한 현상인 이유가 여기 있다. 매체에서 아무리 떠들어 댔어도,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구입했어도, 제품들이 소개됐어도(삼성 기어, 뉴욕 타임스에서 구글 고글을 나눠 준 것 등), 지난 주에 포츈이 보도한 대로, 증강 현실과 가상 현실은 ‘아직 유행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행하고 있다.

닌텐도는 포켓몬 고로 엄청난 일을 해냈다. 그들은 사랑받는 브랜드에 캔디 크러시나 앵그리 버드가 가졌던 것과 같은 중독적인 요소를 넣어 되살렸다. VOX에 기고하는 저먼 로페즈가 가장 잘 요약했다. “포켓몬 고가 인기있는 이유 중 하나는 공짜라서 다운로드 받고 플레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포켓몬 고는 포켓몬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포켓몬 팬들이 품었던 판타지를 충족시켜 준다는 것이다. 포켓몬이 진짜라면, 우리 세상에 산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상하게 생긴 600~800달러짜리 고글없이 소비자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면?

물론 반발도 일고 있다. 프라이버시 문제, 범죄에 이용된다는 주장, 우리가 알아왔던 자본주의의 종말이 피카츄의 작은 어깨 위에 얹혀져 있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 입증된 것은 아니나 포켓몬을 잡는 게 건강에 좋다는 주장도 있다. 소파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던 사람들이 신이 나서 포켓몬 고를 하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운동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몇 시간이라도 걸을 수 있다 ㅋㅋㅋ 포켓몬 고 ㅋㅋㅋ….

우울증의 최신 치료제라는 말도 나온다:

포켓몬 고는 우울증, 불안, 광장 공포증에 있는 사람들을 집 밖으로 나가게 하고 세상을 탐험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게 만들고 있다.

포켓몬 고는 이번 여름 미국에 꼭 필요했던 만병통치약이었다. 지난 주에 배턴 루지, 팰컨 하이츠, 댈러스에서 연달아 일어났던 폭력적인 사건들로 분노와 좌절, 피로를 겪고 있는 미국의 대중들에게 엉뚱함을 투여한 것이다.

포켓몬 고 앱이 틴더, 페이스북, 트위터보다 다운로드와 사용량이 더 많을 정도다.

그렇다. 이 미친 세상에서 사람들은 섹스를 할 수 있는 판타지 친구들보다는 차라리 환상 속의 생물들을 뒤쫓고 있는 것이다.

예전의 웨어러블과 태블릿처럼, 증강 및 가상 현실 기능은 이제 돈과 주목을 얻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얻지 못하고 있었다. 구글 검색만 대충 해봐도 헤드셋 판매는 미적지근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 외의 일반적인 사용을 하기엔 아직 크고 무겁다는 것도 문제였다. 360도 영상 이미지 경험은 여러 디지털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마찬가지로 꽤나 놀랍지만, 광고 모델은 너무 낡았거나 아예 없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은 돈을 벌지만, 컨텐츠를 만들고 퍼블리시하는 사람들은? 별로 벌지 못한다.

그러나 포켓몬 고는 여기서도 성공했다. 월터 첸은 Inc.에 기고해 이 앱의 엔진이 지역 상권을 플레이어의 경험으로 집어넣었다고 적었다. 심지어 소규모 자영업자도 집객에 이 게임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치타 이글의 데이터 리포터 케슬리 라이언은 한 걸음 더 나갔다. 라이언은 자기 신문사가 포켓스탑인 것을 발견하고 페이스북 라이브를 이용해 지역 주민들을 참가시켰다. 60명 이상이 들렀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증강/가상현실에 막대한 투자를 했으며, 자신들의 투자가 성공할 가능성을 얻기 위해 시장에 관여할 것이다. 베타 대 VHS의 싸움이 재현되고 있다.

한편 20년 된 어린이 브랜드가 GPS와 휴대 전화 카메라만의 힘으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각광 받게 하고 시장에 끌어들였다.

디스럽션이란 이런 것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Pokémon Go Brought Virtual Reality Into The Mainstream—And It Didn’t Need The Goofy Goggles To Do I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포켓몬고 #포켓몬 #게임 #닌텐도 #증강현실 #가상현실 #테크 #사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