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소설에서 배울 수 있는 직장 상사 약올리는 방법 4가지

  • 강병진
  • 입력 2016.07.13 12:33
  • 수정 2016.07.13 12:34

학교에선 선배, 군대에선 선임, 그리고 직장에서는 상사. 이 세상 어느 조직을 가든 나를 유독 괴롭히는 윗사람 하나는 있기 마련이다.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들은 생각보다 강적일 확률이 높으니 어설프게 대응하지 말자. 여기, 검증된 세계 문학이 알려주는 상사 약 올리기 팁들이 있다. 잘 보고 참고하시길!

1. 무표정하게 기분 나쁜 말 덧붙이기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나는 사장에게 이틀 동안의 휴가를 청했다. 사장은...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이런 말까지 했다."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

"조금 후에 사장이 나를 불렀다...파리에...갈 생각이 없는지 나의 의향을 타진하는 것이었다."

"자넨 젊으니까, 그런 생활이 마음에 들 것 같은데."

"나는 그렇기는 하지만, 결국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책 <이방인>, 알베르 카뮈 저)

상사를 기분 나쁘게 만들고 싶은 사람은 '이방인'부터 보자. 이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는 싸가지 없는 부하직원의 A부터 Z까지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딱히 안 해도 되는 말을 ‘굳이’ 덧붙여 윗사람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휴가를 쓰는 와중에도 ‘굳이’ 그건 자기 탓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모습과 기껏 파리로 갈 기회를 주겠다는 데도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라고 시크하게 덧붙인다. 이쯤 되면 상사의 혈압은 충분히 높이 올라간 상태다.

2. 막무가내로 일 안 해버리기

..."바틀비, 이리 오게! 기다리고 있네!"

"무슨 일이신가요?" 온화한 목소리였다.

나는 다급하게 받아 쳤다. "필사본 때문이야, 필사본. 우리가 필사본을 검증할 참이네. 자, 여기 있네." 그러면서 네 번째 필사본을 내밀었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선 조용히 칸막이 뒤로 사라졌다.

나는 일렬로 앉아 있는 직원들 앞에서 일순간 소금기둥이 되었다.

(책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저)

뫼르소의 예의 없는 행동을 이미 여러 차례 실천했다면 이제는 '필경사 바틀비'를 주목하면 된다. 필경사는 변호사를 도와 서류를 필사하는 직업을 뜻하는데, 이 작품에서 필경사 바틀비는 한창 바쁜 와중에 느닷없이 필사를 "안 하는 편을 택하기"로 하고 자리에 꿈쩍도 안 하고 앉아있는 강한 내공을 과시한다. 바쁜 상사가 이보다 더 속이 탈 수는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덧붙이자면, 이야기 속에서 바틀비는 굶어 죽었다!

3. 따박따박 말대답하기

...그런데 이 비단잉어들이 어제 새벽에 떼죽음을 한 거였다. 자고 일어나보니 죄다 허옇게 뒤집어진 채로 떠 있는 것이었다.

"글쎄유, 아마 밤새에 고뿔이 들었던 개비네유"

..."뭐야? 물고기가 물에서 감기가 들어 죽는 물고기두 봤어?"

..."그야 팔자가 사나서 이런 후진국에 시집 와 살라니께 여라 가지루다 객고가 쌯여서 조시도 안 좋았을 테구...그런디다가 부릇쓰구 지루박이구 가락을 트는 대루 디립다 춰댔으니께 과로해서 몸살끼두 다소 있었을 테구...본래 받들어서 키우는 새끼덜일수록이 다다 탈이 많은 법이니께..."

(책 <유자소전(兪子小傳)>, 이문구 저)

앞의 책들이 소개한 방법이 한국 문화와 그다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먄, 여기 충청도 식 말대꾸는 어떤가? 외국에서 수입한 귀한 비단잉어가 죽었다고 성화를 부리는 총수를 향해 유씨가 기 하나 죽지 않고 느물느물 내뱉는 충청도 식 말대꾸를 보자. 상사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욕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개기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일 거다.

4. 급소(!) 움켜쥐기

그러다, 얼굴을 드니(눈에 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지가 부르르 떨리면서 나도 엉금엉금 기어가 장인님의 바짓가랑이를 꽉 움키고 잡아나꿨다.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장인님은 헛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놔."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책 <봄봄>, 김유정 저)

자, 이제 하이라이트다. 모두가 아는 그 대목이 있는 소설, 김유정의 '봄봄'이다. 여기 앞에선 뫼르소도, 바틀비도, 유씨도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 3년 7개월 째 변변한 대가 없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주인공, 이유는 단 하나다. 점순이랑 혼례를 시켜준다는 장인(인지 사장인지)의 약속 때문이다. 참고 참던 분노가 폭발하여 장인의 급소를 잡고 ‘할아버지’ 소리까지 듣는다. 상사와의 관계가 여기까지 가면 안 되겠지만, 43개월 임금 체불에 (결혼)약속 미이행 정도의 상황이면 이해가 가긴 한다. 임금 체불 중인 사장님은 직원이 면담 신청하면 조심하시길!

*주의사항: 위의 4가지 모두 진짜 따라 했을 때 벌어질 일은 책임 질 수 없음!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허프북스 #코미디 #직장상사 #알베르 카뮈 #허먼 멜빌 #이문구 #김유정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