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선 선배, 군대에선 선임, 그리고 직장에서는 상사. 이 세상 어느 조직을 가든 나를 유독 괴롭히는 윗사람 하나는 있기 마련이다.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들은 생각보다 강적일 확률이 높으니 어설프게 대응하지 말자. 여기, 검증된 세계 문학이 알려주는 상사 약 올리기 팁들이 있다. 잘 보고 참고하시길!
1. 무표정하게 기분 나쁜 말 덧붙이기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나는 사장에게 이틀 동안의 휴가를 청했다. 사장은...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이런 말까지 했다."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
"조금 후에 사장이 나를 불렀다...파리에...갈 생각이 없는지 나의 의향을 타진하는 것이었다."
"자넨 젊으니까, 그런 생활이 마음에 들 것 같은데."
"나는 그렇기는 하지만, 결국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상사를 기분 나쁘게 만들고 싶은 사람은 '이방인'부터 보자. 이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는 싸가지 없는 부하직원의 A부터 Z까지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딱히 안 해도 되는 말을 ‘굳이’ 덧붙여 윗사람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휴가를 쓰는 와중에도 ‘굳이’ 그건 자기 탓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모습과 기껏 파리로 갈 기회를 주겠다는 데도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라고 시크하게 덧붙인다. 이쯤 되면 상사의 혈압은 충분히 높이 올라간 상태다.
2. 막무가내로 일 안 해버리기
..."바틀비, 이리 오게! 기다리고 있네!"
"무슨 일이신가요?" 온화한 목소리였다.
나는 다급하게 받아 쳤다. "필사본 때문이야, 필사본. 우리가 필사본을 검증할 참이네. 자, 여기 있네." 그러면서 네 번째 필사본을 내밀었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선 조용히 칸막이 뒤로 사라졌다.
나는 일렬로 앉아 있는 직원들 앞에서 일순간 소금기둥이 되었다.
뫼르소의 예의 없는 행동을 이미 여러 차례 실천했다면 이제는 '필경사 바틀비'를 주목하면 된다. 필경사는 변호사를 도와 서류를 필사하는 직업을 뜻하는데, 이 작품에서 필경사 바틀비는 한창 바쁜 와중에 느닷없이 필사를 "안 하는 편을 택하기"로 하고 자리에 꿈쩍도 안 하고 앉아있는 강한 내공을 과시한다. 바쁜 상사가 이보다 더 속이 탈 수는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덧붙이자면, 이야기 속에서 바틀비는 굶어 죽었다!
3. 따박따박 말대답하기
...그런데 이 비단잉어들이 어제 새벽에 떼죽음을 한 거였다. 자고 일어나보니 죄다 허옇게 뒤집어진 채로 떠 있는 것이었다.
"글쎄유, 아마 밤새에 고뿔이 들었던 개비네유"
..."뭐야? 물고기가 물에서 감기가 들어 죽는 물고기두 봤어?"
..."그야 팔자가 사나서 이런 후진국에 시집 와 살라니께 여라 가지루다 객고가 쌯여서 조시도 안 좋았을 테구...그런디다가 부릇쓰구 지루박이구 가락을 트는 대루 디립다 춰댔으니께 과로해서 몸살끼두 다소 있었을 테구...본래 받들어서 키우는 새끼덜일수록이 다다 탈이 많은 법이니께..."
앞의 책들이 소개한 방법이 한국 문화와 그다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먄, 여기 충청도 식 말대꾸는 어떤가? 외국에서 수입한 귀한 비단잉어가 죽었다고 성화를 부리는 총수를 향해 유씨가 기 하나 죽지 않고 느물느물 내뱉는 충청도 식 말대꾸를 보자. 상사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욕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개기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일 거다.
4. 급소(!) 움켜쥐기
그러다, 얼굴을 드니(눈에 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지가 부르르 떨리면서 나도 엉금엉금 기어가 장인님의 바짓가랑이를 꽉 움키고 잡아나꿨다.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장인님은 헛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놔."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자, 이제 하이라이트다. 모두가 아는 그 대목이 있는 소설, 김유정의 '봄봄'이다. 여기 앞에선 뫼르소도, 바틀비도, 유씨도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 3년 7개월 째 변변한 대가 없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주인공, 이유는 단 하나다. 점순이랑 혼례를 시켜준다는 장인(인지 사장인지)의 약속 때문이다. 참고 참던 분노가 폭발하여 장인의 급소를 잡고 ‘할아버지’ 소리까지 듣는다. 상사와의 관계가 여기까지 가면 안 되겠지만, 43개월 임금 체불에 (결혼)약속 미이행 정도의 상황이면 이해가 가긴 한다. 임금 체불 중인 사장님은 직원이 면담 신청하면 조심하시길!
*주의사항: 위의 4가지 모두 진짜 따라 했을 때 벌어질 일은 책임 질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