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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가 바다 한가운데서 난민 26명을 구조하는 현장을 따라갔다(360도 동영상)

  • 김도훈
  • 입력 2016.07.13 10:56
  • 수정 2016.07.13 10:57

그리스 에게 해. 새벽이 되기 전, 구조선이 그리스와 터키 사이의 유리 같은 드넓은 바다 위를 가르며 위험에 처한 승객들을 찾는다.

터키 해안에서 활동하는 중개업자들에게는 바람이 세지기 전의 어두운 시간이 유럽 해안으로 가서 더 나은 삶을 살아보려는 난민과 이민자들을 가득 태운 고무 보트를 띄우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지난 달에 허핑턴포스트는 이런 승객들을 어떻게 발견하고 안전한 곳으로 데려오는지 직접 보기 위해 작은 포르투갈 해경 보트에 승선했다.

경찰 팀은 EU의 국경 순찰 기관인 프론텍스 아래에서 일한다. 작년에 익사한 난민들이 계속해서 그리스 해안에 떠밀려 오자, 프론텍스는 탐색과 구조 노력을 강화했다. 낙후된 배들이 가라앉았고, 모래로 만든 구명조끼 때문에 물에 빠지면 몇 분 만에 죽기 때문이었다.

지난 달의 한 미션을 보면, 3명이 탄 구조선 한 척이 성인과 어린이 26명을 구해 레스보스로 안전하게 옮겼다.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은 터키의 서해안에서 불과 십여 킬로미터 거리다.

다음과 같은 일들이 있었다.

오전 5:20 – 레스보스 항 출발

아라지 해경 보트가 레스보스 섬 북쪽 끝의 마을 몰리보스의 항구에서 출발해, 난민들이 탄 보트가 보통 발견되는 ‘핫스팟’ 지역으로 간다.

지중해에서 쓰는 다른 구조선들은 보통 한 번에 몇 주 동안 항해할 수 있고 수백 명을 태울 수 있는 구축함이다. 그에 비하면 이 배는 놀랄 정도로 작다. 앞과 뒤에 작은 갑판이 있고, 선장이 레이더를 사용해 고무보트를 찾는 지붕이 덮인 곳이 있다. 갑판 아래의 작은 공간에는 담요, 경찰들이 사람들을 구할 때 예방책으로 사용하는 군사 장비와 방탄 조끼가 있다.

한때 서유럽 관광객들과 조류 관찰자들이 찾던 조용한 섬이었던 레스보스는 작년에 매일 같이 난민이 수천 명씩 몰려오면서 갑자기 난면 위기의 진원지로 알려졌다.

EU와 터키가 3월에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점점 늘어나는 난민의 수를 줄이기로 합의한 이후 조금 줄어들었지만, 사람들은 다시금 위험한 항해를 무릅쓰기 시작했다.

“최근 며칠 동안 벌써 서너 집단을 구했다.” 카를로스 로드리게스 선장의 말이다.

인명 구조는 구조팀에게 상당히 힘들 수 있다고 경찰 리카르도 페레이라는 말한다. 이들은 거의 3개월 전부터 그리스에서 활동해 왔고, 그간 소생시킨 사람이 3명, 붙잡은 중개업자가 5명이다. 중개업자 중 일부는 보트에서 다른 승객들 틈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강하다.” 다른 팀원 다비드 멜로가 덧붙인다. 가족과 집에 대한 행복한 생각이 그들을 지탱해 준다.

오전 6:20 – 그리스를 향하는 고무보트 한 척 발견

구조선의 운전대 왼쪽에 붙은 레이더 화면에 갑자기 작은 검은 점이 나타난다. 로드리게스는 속력을 높이며 수평선의 지점으로 배를 몬다.

페레이라는 더 잘 보려고 보트 뒤에서 쌍안경을 들고 본 다음 다른 두 명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보트다.” 로드리게스의 말이다. 그는 그리스 해안 경비대에 연락한다.

그러나 아라지가 다가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검은 고무보트는 아직 터키 영해에 있고, 터키는 EU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자들은 터키에 들어갈 수 없다.

로드리게스는 만약 영해상의 승객들이 위험에 처했다면 구조해야 할 법적 책임이 있는 터키 해안 경비대에 연락한다.

“10번도 넘게 연락했다.” 로드리게스의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데리러 오지 않는다.

페레이라와 멜로는 창고로 내려가 방탄 조끼를 입는다.

“만약에 대비해서다.” 페레이라의 말이다.

그들은 구조선 우현에 서서 가까워지는 보트를 잡을 준비를 하고 구조 활동을 시작한다.

오전 6:45 – 고무보트가 아라지에 다가온다

고무보트는 천천히 그리스 영해로 떠온다. 스웨덴 구조선이 다가와 주위를 돌며 돕겠다고 자청한다.

“보트 세워요!” 팀원 3명이 계속해서 외친다.

고무보트의 모터가 꺼진다.

로드리게스는 배를 고무보트 옆에 대고, 승객들에게 부표를 던진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고분고분한 남녀들은 질문을 했을 때만 말을 한다.

“어디서 왔어요?” 구조팀이 영어로 묻는다.

한 남성이 이들의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맡아 나이지리아, 콩고, 시리아라고 대답한다.

“이 보트에 타려고 돈을 얼마나 냈어요?”

“1천 달러요.” 남성이 대답한다. 즉시 돌봐야 할 응급 의료 상황은 없는지 묻자 없다고 한다.

한편 터키 해안 경비대가 마침내 연락해 온다. 무전기를 듣지 못해 터키 영해에 있을 때 제때 구조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터키는 아라지보다 더 빠른 정교한 배를 쓴다며, 자신들보다 먼저 이 고무보트에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오전 7:00 난민들이 아라지에 탄다

고무보트에는 아이 셋을 포함해 총 26명이 타고 있다. 구조팀원 세 명은 각자 아이를 한 명씩 데리고 구조선 실내에 데려간다. 곧이어 여성들을 돕고, 마지막으로 남성들을 아라지에 태운다.

이름이 마리라고만 밝힌 한 여성은 프랑스 어로 가족들이 고국 콩고를 탈출하는 것을 도와주었다고 말한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은 오늘 아침 이 고무보트에 타기 전 일주일 동안 터키 숲 속에서 지냈다고 한다.

유럽에는 가족이나 친구가 없으며, 어디로 가고 싶은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아이 셋을 데리고 있던 다른 여성은 눈에 띄게 불안정해 보인다. 자기 아이들 중 둘과 함께 로드리게스 옆에 앉아있다.

“당신이 아버지인가요?” 로드리게스는 어린 여자아이 하나를 다리 위에 앉히고 있는 남성에게 묻는다. 그는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여성은 소리없이 울며 아이들의 아버지는 시리아에서 폭발 때문에 죽었다고 말한다.

로드리게스는 그리스 해안 경비대에 다시 연락해 아라지가 곧 돌아갈 거라고 말한다. 페레이라와 멜로는 고무보트를 아라지 뒤에 묶는다. 보트에는 지갑과 배낭이 가득하다. 젖지 않게 하려고 비닐로 싸둔 것도 있다.

“그리스로 갑시다!” 로드리게스가 승객들에게 말한다. 남성들은 고맙다는 뜻으로 두 팔을 치켜 올린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씩 웃는다. 다른 사람들은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어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라지에 타는 사람들의 국적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고 로드리게스는 말한다. 한 번은 심지어 도미니카 공화국과 네팔 사람까지 있었다고 한다.

“지금 이곳은 유럽의 문이다.”

그러나 이런 문들은 지금은 닫혀 있다. EU-터키 협상은 가입국들이 국경을 닫을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터키에서 그리스로 넘어오는데 성공했지만 갈 곳이 없어진 난민들을 그리스 혼자서 감당하게 되었다. UN 난민 기구가 6월에 발표한 자료에 이하면 현재 그리스 본토에는 난민과 이민자가 44,148명 있다. 여러 섬에 흩어져 있는 난민들은 8,430명이다.

오전 8:20 – 아라지가 해안으로 돌아온다

레스보스의 해안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승객들은 타는 듯한 태양을 피하려 고개를 숙인다. 이중에는 겨울 코트를 입은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어린 소년은 창에 얼굴을 대고 처음 보는 그리스를 바라본다.

불과 몇 달 전에는 레스보스 섬의 해변에 오렌지색 구명 조끼 수십 만 벌이 널려 있었다. 마치 난민 위기가 이 섬의 풍경에 도장이라도 찍은 것 같았다. 당국에서는 그 뒤로 구명 조끼와 뒤집힌 보트들을 해변에서 보이지 않는 매립지로 옮겼다. 조끼 더미의 높이는 3미터가 넘는다.

몰리보스 동쪽의 목가적인 항구 스칼라에서는 라이트하우스 릴리프라는 NGO의 자원 봉사자들이 새로 도착할 사람들을 맞으려 기다린다.

보트가 들어오자마자 원조자들은 기계적으로 생수병, 크래커, 담요를 건넨다. 기온이 37도인데도 승객들은 오리털 재킷 위에 담요를 걸친다.

마침내 그들은 유럽 땅을 밟아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모두 재빨리 움직이며 손을 잡으려고 껑충 뛴다. 마치 1초라도 낭비하면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듯하다.

라이트하우스 자원 봉사자들은 그들을 그늘진 곳으로 데려가 옷과 구두가 든 플라스틱 통을 뒤진다. 로드리게스, 페레이라, 멜로는 검은 고무보트로 들어가 소지품들을 검사하고 주인에게 돌려준다.

버스 한 대가 와서 선다. 이들을 레스보스 섬에 있는 난민 캠프 두 곳인 모리아나 카라 테페 중 한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한편 세 경찰은 고무보트의 바람을 빼고 바위투성이 스칼라 해변에 버린다.

허핑턴포스트US의 What It Took To Rescue 26 Refugees From The Middle Of The Sea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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