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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 제러미 코빈, 쫓겨날 위기를 일단 넘기다

  • 허완
  • 입력 2016.07.13 09:44
  • 수정 2016.07.13 09:50
Jeremy Corbyn the leader of Britain's opposition Labour party, attends an event in London, Britain, June 30, 2016.    REUTERS/Peter Nicholls
Jeremy Corbyn the leader of Britain's opposition Labour party, attends an event in London, Britain, June 30, 2016. REUTERS/Peter Nicholls ⓒPeter Nicholls / Reuters

소속 의원들의 '쿠데타'에 부딪혔던 영국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가 강제로 쫓겨날 위기를 일단 넘겼다.

노동당 대표 경선관리 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NEC)는 12일(현지시간) 코빈 대표에게 대표 경선 후보 자격을 자동 부여할지를 놓고 찬반 비밀투표를 벌인 결과 찬성 18표, 반대 14표로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현 규정은 경선에 나서는 후보는 소속 하원의원 또는 유럽의회 의원 20% 이상의 지지 서명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당 일부에서 코빈 대표 역시 이 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코빈은 현 대표로서 자동으로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맞서면서 결국 이날 투표를 통해 결정한 것이다.

코빈이 현재 소속 의원 20%(51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얻기 어려운 까닭에 이 규정의 해석 여부가 코빈의 출마 여부를 가른다는 평가가 나왔다.

코빈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는 NEC의 해석에 따라 코빈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현재 앤젤라 이글(55) 하원의원이 당 대표 도전을 선언한 상태이며, 오웬 스미스 하원의원도 대표 경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대표 경선은 지난달 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 이후 코빈 대표와 소속 하원의원들이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나왔다.

노동당이 브렉시트 반대를 공식 입장으로 정했는데도 노동당 지지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EU 탈퇴에 투표한 데다 전통적인 텃밭에서조차 EU 탈퇴가 우위로 나왔다.

이에 소속 의원들은 코빈이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끌 능력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코빈에게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유럽회의론자였던 코빈 대표가 EU 잔류 운동을 적극 펼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의 뒤를 잇는 노동당 내 주류 '우파세력'이 '강성좌파'로 분류되는 코빈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게 정설이다.

당내 비주류였던 코빈은 '제3의 길'을 주창했던 블레어와 브라운이 이끌어 온 '신노동당 노선'에 반기를 들며 지난해 당대표에 선출됐다.

코빈은 노동당이 전통적인 좌파 공약을 버리고 우파의 가치를 일부 수용해서 중도세력을 끌어 안아야 한다는 이 '신노동당 노선'을 강력히 거부하는 인물이다.

코빈은 지난해 9월 대표 경선에서 최소 의원 지지 서명을 가까스로 채워 출마했지만 노조원 등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는 59.5%를 득표해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경선에 나섰던 주류 의원들은 참패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당내 '쿠데타' 사태가 벌어지자 노동당 당원 가입자수는 최소 10만명이나 폭증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코빈을 지키려는 지지자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코빈과 지지자들에게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NEC는 노동당 당원 가입기간이 6개월 이하인 당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당원이 아니더라도 3파운드만 내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던 규정도 '25파운드'로 상향 조정됐다.

이 규정은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코빈이 지난해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돌연 규정이 변경되면서 코빈을 지지하는 신규 가입 당원이나 당원이 아닌 지지자들은 25파운를 내야 투표권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유권자 등록 기간도 단 이틀로 결정됐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목요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Jeremy Corbyn Speaks After Vote Decides He Will Be On Leadership Ballot - Sk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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