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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감독 열전(1) : 크로아티아의 스타 감독, 슬라벤 빌리치

웨스트햄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빌리치 감독에 대한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시즌 강팀 킬러 캐릭터를 구축하며 웨스트햄을 7위까지 올려놓는 데 큰 공헌을 한 주역은 단연 빌리치 감독이었다. 빌리치 감독은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크로아티아 출신 축구인 중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특히 크로아티아 자국 내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가졌는데,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주요 순간들을 선수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함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 임형철
  • 입력 2016.07.14 13:22
  • 수정 2017.07.15 14:12

페굴리, 노르트베이트, 괴칸 퇴레 등 지난 시즌 7위를 기록한 웨스트햄이 활발히 선수 영입에 나서고 있다. 빅 클럽 진입을 목표로 하는 웨스트햄의 야망을 확실히 엿볼 수 있다. 웨스트햄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빌리치 감독에 대한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시즌 강팀 킬러 캐릭터를 구축하며 웨스트햄을 7위까지 올려놓는 데 큰 공헌을 한 주역은 단연 빌리치 감독이었다.

빌리치 감독은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크로아티아 출신 축구인 중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특히 크로아티아 자국 내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가졌는데,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주요 순간들을 선수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함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진 : UEFA)

#. '월드컵 3위' 1998년 크로아티아의 기적과 빌리치의 활약

선수 빌리치는 터프한 수비수로 유명했다. 빌리치가 비워둔 공간을 동료 센터백이 얼마나 잘 커버해주느냐가 중요하긴 했지만, 그가 수비 상황에서 보여주는 투지는 동료들의 파이팅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1988년, 하이두크 스플리트 유스에서 프로팀으로 승격한 그는 1992년부터 크로아티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해온 빌리치는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첫 월드컵 출전 멤버로 역사에 남았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자메이카, 일본, 아르헨티나와 같이 H조에 편성된 크로아티아는 2승 1패,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이후 루마니아를 1대 0으로 꺾고, 8강에서는 유로 96 우승팀인 독일을 3:0으로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비록 대회 우승팀인 프랑스를 만나 1대 2로 패해 결승행은 좌절됐지만, 히딩크 감독의 네덜란드를 상대한 3-4위전에서 2대 1 승리를 거두며 대회를 3위로 마감했다. 유고슬라비아가 아닌 크로아티아로서 처음 진출한 월드컵이었음에도 3위를 기록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성과였다.

당시 크로아티아는 대회 7경기에서 단 5실점만을 허용했다. 6골을 터트려 득점왕을 차지한 다보르 슈케르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지만, 그에 앞서 빌리치를 포함한 수비진의 탄탄한 수비가 있었기에 크로아티아의 전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었다. 월드컵 3위라는 성적을 거두며 크로아티아의 축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대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쳐준 빌리치 역시 스타덤에 올랐다.

(△ 빌리치의 시뮬레이션 액션 / 영상 : youtube 'cdelmondo2006')

그러나 빌리치의 이름이 여러 사람에게 불린 이유는 따로 있었다.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서 로랑 블랑과 경합 중,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블랑의 퇴장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당시 블랑이 빌리치를 가격하긴 했으나 퇴장이 주어질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빌리치는 맞지 않은 부위를 감싸 쥐며 과하게 쓰러졌고, 주심은 블랑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퇴장은 로랑 블랑이 현역 시절 받은 유일한 퇴장으로, 결국 블랑은 자국에서 펼쳐지는 결승전을 멀리서 지켜봐야 했다.

이 사건 이후 크로아티아 내에서도 비판과 사과 여론이 일기는 했으나 대회 내내 보여준 빌리치의 수비력은 오래도록 회자하고 있다. 얼마 후 그는 감독으로 크로아티아 대표팀에 복귀해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었다.

(△ 유로 2008 최연소 감독 '빌리치'. 잘생긴 외모와 멋진 스타일로 국내 팬들에게도 주목을 받는다. / 사진 : 짐비오)

#. 유로의 강자 크로아티아, 주목받기 시작한 빌리치의 지도력

빌리치는 선수 시절 데뷔 팀인 하이두크 스플리트의 감독 대행직을 맡으며 지도자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아스날, 유벤투스를 이끌던 아르센 벵거, 마르첼로 리피 감독에게서 지도자 교육을 받고, 2004년 크로아티아 U-21 대표팀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U-21 팀을 맡은 빌리치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재능을 키워내는 데 주력했다. 2006년 여름, 성인 대표팀 감독으로 승격하자마자 U-21 출신의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대표적인 선수가 에두아르도 다 실바와 루카 모드리치, 그리고 베드란 콜루카였다. 이 세 선수는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탄력을 받아 모두 EPL 무대에 진출한 공통점이 있다.

빌리치 감독이 이끈 크로아티아는 첫 메이저 대회서부터 성공했다. 유로 2008 예선에서는 잉글랜드를 3:2로 꺾으며 잉글랜드의 유로 진출을 좌절시킨 주인공이 됐다.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대박 조짐이 이 경기를 이후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와 함께 속한 B조에서 또다시 독일을 2대 1로 잡는 이변을 연출하며 3전 3승, 조 1위로 무난히 8강에 진출했다. 주포 에두아르도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4득점 1실점을 기록하며 최강의 공수밸런스를 자랑했다.

하지만 에두아르도의 공백은 결국 토너먼트에서 발목을 잡고 말았다. 터키를 상대로 많은 기회를 창출했음에도 득점을 해내지 못한 그들은 연장 후반 14분, 클라스니치의 극적인 골이 터질 때만 해도 준결승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빌리치 감독의 선수 교체 사인이 주심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어수선한 상황에서 추가 시간 2분에 동점 골을 허용하며 터키에 분위기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분위기가 꺾인 크로아티아는 승부차기에서 고전했고, PK 1:3으로 패배하며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사진 : 짐비오)

유로 2012에서는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와 C조 죽음의 조에 편성되는 불운이 따랐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라는 해당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가 두 팀이나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크로아티아의 본선 진출 가능성을 낙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순항했다. 아일랜드를 상대로 3:1 승리를 따내고, 강호 이탈리아와는 1:1 무승부를 거뒀다. 하지만 종료 직전 88분에 헤수스 나바스에게 실점을 내주며 마지막 스페인전에는 0:1로 패했다. 1승 1무 1패, 죽음의 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3위에 머물러 본선 진출이 좌절되고 만다.

하지만 두 유로 대회에서 크로아티아는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강호를 상대로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빌리치 감독이 성인 대표팀으로 끌어올린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의 중심 선수가 되어 경기를 조율했고, 여기에 여러 선수의 장점을 살려 확실한 공수밸런스를 갖춘 빌리치 감독만의 팀을 완성했다. 비록 2010 남아공 월드컵은 예선 탈락으로 본선에 오르지 못한 실패를 겪기도 했긴 했지만, 무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빌리치 감독은 묵묵히 크로아티아 대표팀을 이끌었다. 두 번의 유로 대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지도자 빌리치의 능력과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2014-15 시즌 웨스트햄에서 발휘되기 시작한다.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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