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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증발'

최근 광주에 문상을 다녀온 지인이 전해준 이야기는 더 씁쓸하다. 장례식장 인테리어가 화려하기에 의아해서 물었더니 결혼식장을 용도 변경한 것이라고 하더란다. 전라도만이 아니다. 부산에도 이런 곳이 적지 않다. 포항에서는 한 웨딩홀이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지역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청년 인구가 줄고 만혼과 비혼이 늘면서 지방에서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Gettyimage/이매진스

글 | 최해선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선임연구원

둘째를 출산한 언니를 보기 위해 서울 외곽의 한 산부인과 병동을 찾았다가 몇 가지 변화를 발견했다. 3년 전 첫 조카 때와는 달리, 십여 개가 넘는 입원실 중에 불이 켜진 곳은 단 한 곳. 병원 입구에도 전에 없던 광고가 크게 붙었다. '미혼여성 전문 검진 프로그램 개시'. 임산부가 줄어들면서 생긴 현상이다.

지방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저출산으로 인해 문을 닫는 산부인과가 늘면서 임신부가 정기검진이나 출산을 위해 몇 시간씩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만혼과 노산이 증가하면서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이 커졌지만,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부족하고 전문의도 줄고 있어 산모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최근 광주에 문상을 다녀온 지인이 전해준 이야기는 더 씁쓸하다. 장례식장 인테리어가 화려하기에 의아해서 물었더니 결혼식장을 용도 변경한 것이라고 하더란다. 전라도만이 아니다. 부산에도 이런 곳이 적지 않다. 포항에서는 한 웨딩홀이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지역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청년 인구가 줄고 만혼과 비혼이 늘면서 지방에서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군포 구도심에는 몇 년 전부터 동네마다 염색방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워 오래 동안 비어 있던 상가에 그나마 들어서는 것이 노·장년층을 겨냥한 염색 전문점이다. 5천원에서 1만원을 받고 염색만 해주는 공간인데, 노인시설이 없는 주택가에서는 사랑방 노릇까지 톡톡히 한단다.

7월 11일은 '세계 인구의 날'이다. 1987년 7월 11일 세계인구가 50억 명을 넘어선 것을 기념해 유엔이 지정한 날이다. 인구폭발로 인한 사회문제를 환기시키던 기념일이 몇 십 년만에 인구절벽을 경고하는 날로 바뀌었다. 올해부터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당일 기념식 위주로 진행되던 인구의 날을 인구주간(9~17일)으로 확대하고 전국 캠페인을 진행한다.

한국은 세계 저출산율 1위(1.24명) 국가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인구감소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을 맞이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2000년부터 65세 노인 비율이 전체인구의 7% 이상 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정부가 발표한 고령사회(노인 비율이 14% 이상) 진입 시기는 2018년에서 최근 2017년으로 당겨졌다. 하지만 앞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미 우리는 고령사회를 '체감'하고 있다.

인구충격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저성장, 저금리 등 경제는 물론이고 주거, 소비 등 우리의 생활패턴도 바꿔놓는다. 늘어나는 노인을 전보다 적은 수의 청년이 경제활동을 통해 부양해야하지만, 주요한 정치적 결정에서는 표가 많은 노인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실버민주주의(젠론토크라시) 시대가 되고 있다. 세대갈등 또한 깊어질 수밖에 없다. 몇 년 사이 연금개혁, 정년연장 등을 두고 벌어졌던 세대 정의 논쟁은 전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인구절벽 문제는 사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늘 눈앞의 현안에 밀려 '한가한 얘기' 취급을 당해왔다. 사안이 복잡하고 그야말로 융복합 정책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루기도 어렵거니와 당장 실적을 내기도 쉽지 않으니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지 않는 것이다. 그 사이 우리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노인들은 빈곤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하고(노인빈곤율 OECD 1위),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N포세대) 서서히 멸절함으로써 '헬조선'에 복수를 하려는 듯하다.

인구변화는 '브레이크를 밟아도 한참 뒤에 멈추는 대형차량과 같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최저출산율(2.1명)의 마지노선이 깨어진 1980년대 이후에도 정부는 출산억제정책을 유지하면서 현재와 같은 '저출산 쇼크'를 불러왔다. 정책전환 시점을 놓친 대가는 혹독하다. 또 한 번의 실기(失機)가 가져올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서는 인구문제와 관련한 시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아래와 같이 7월 더연포럼을 개최합니다.

○ 주제 : 미리 보는 고령사회백서 - 인구구조 변화와 달라지는 사회·경제

○ 일시 : 2016년 7월 13일(수) 오후 7시

○ 장소 : 마이크임팩트 스퀘어 종로점 12층 E룸 (종각역 4번 출구)

○ 특강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인구 충격의 미래 한국>,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 <세대전쟁>의 저자

○ 패널

  - 세대갈등 어떻게 해소해나가야 할까?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 인구절벽 사회, 정치의 과제는? 김해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부산연제)

○ 신청 http://bit.ly/더연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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