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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래하고 글 쓰며 공부하는 요정 강백수

나는 스무 살 즈음에 김광석씨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면서 서른 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서른 살이 되었는데 '하나도' 어른이 안 되어 있더라. 그래서 '설익어' 있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그리고 '서럽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서른 살이면 젊으니까 도전하라며 도전을 강요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서른 살이면 어른이니깐 책임을 지라며 책임을 강요한다. 그래서 이 과도기 적인 나이의 '서러움'을 담고자 했다.

'문학과 음악의 요정' 강백수와 함께 하는 '고품격' 음악토크

노래하고 글 쓰며 공부하는 요정 강백수.

그가 참치 못 사 먹고 참치김밥 사 먹는 건 하헌재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설익은 청춘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은 하헌재 덕분이다.

24시 코인빨래방에서 울고 있던 청년의 모습을 닮은 강백수의 청춘에 대한 이야기.

너덜너덜한 이 시대의 서른 즈음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잔인하게도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 하지만, 굳이 애쓰지 않아도 청년의 삶은 충분히 아름답지 아니한가?

- 가수와 작가, 거기에 박사공부까지! 보통 하기 힘든 일을 세 가지나 하고 있는데

= 내가 원래 남들이 어려워하는 일을 쉽게 하고, 쉽게 하는 일을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다. 세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는 줄 알고 대단하다고 해주시는데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번갈아가면서 하느라 좀 더디다. 어떤 때는 월별로, 어떤 때는 계절별로 그런 시기가 정해지는 것 같다. 갑자기 공부가 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고, 공부하다 보면 글 쓰고 싶어지고, 글 쓰다 보면 멜로디 붙여보고 싶고 그렇게 된다. 나는 내 직업이 여러 가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결국은 다 한 가지 일을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 이름은 백수라고 붙였는데 전혀 백수처럼 살고 있지 않는 것 같다.

= 사실 처음에는 비꼬는 의미로 만들었다. 나는 음악가이자 작가라 출퇴근이 없다. 이 사회에서는 출퇴근이 없으면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특히 음악의 경우엔 '너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노동으로 취급을 안 해주고 돈을 안주거나 '쟤는 그냥 백수야'라고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어차피 너희들은 날 백수취급 할 거잖아'라는 생각에서 '백수'라고 처음에 지었다. 근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사람이 까칠해 보이는 것 같아서 요즘은 공무도하가에서 나오는 백수광부에서 따왔다고 말한다(웃음).

- 작년에 <사축일기>란 책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사축'이란 말은 강백수씨가 처음 만들어낸 말인가?

= 일본에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쓰이던 자조적인 말이다. 어떤 특정 직업군을 비하하는 말을 그 해당 직업군에서 직접 만들어 쓰는 경우가 있다. 뮤지션들은 자신들을 '딴따라'라고 부르기도 하고, 군인들은 자신들을 '군바리'라 부르는 것처럼 '사축'도 그런 식으로 탄생한 신조어다.

우리 회사의 7대 불가사의

1. 월급이 적을수록 업무량이 많다.

2. 일을 빨리하면 퇴근이 늦어진다.

3. 일을 못하면 회사 생활이 편하다.

4. 일을 너무 잘하면 욕을 먹는다.

5. 그 높은 경쟁률을 뚫고 쟤가 입사를 했다.

6. 저 인간이 팀장이고

7. 저 인간이 부장이다.

- 강백수 <사축일기> 중에서 -

- <사축일기>를 쓰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 직장생활은 우리 삶의 일부이고, 직장생활 외의 나머지 시간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시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하루 종일, 1년 내내, 직장 생활 내내 그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더라. 퇴근을 해도 직장인이고, 잠을 자는 순간에도 직장인인 거다. 잠이 와서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내일 일을 해야 잠을 자는 인생이 되어버린 것이 안타까웠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기업 입장에서는 나태하거나 일 못하는 직원을 봤을 때 '내가 너 없어도 쓸 사람이 없는 줄 알아'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직장인 입장에서는 '내가 여기 아니면 다닐 곳이 없는 줄 알아'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한 쪽 방향만 가능하다. 그래서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거다.

- 강백수의 노래는 가사가 주는 울림이 있는 것 같다. 국문학도라 좀 다르다고 봐야 할까?

= 노래를 만들 때 선택의 순간이 있다. 가사 한 글자를 줄여야 할 것인가, 멜로디를 바꿔야 할 것인가. 거기에서 뮤지션의 정체성이 결정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가사를 건드리는 것을 싫어한다. 내 노래 중에 다른 사람이 내 노래를 편곡해주기도 하는데 그럴 때 편곡자가 나에게 어디까지 손 봐도 되는지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멜로디는 가급적 건드리지 마시고요, 가사는 절대 건드리지 마시고요."

- 곧 발매될 2집 앨범의 제목이 '설은'이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 나는 스무 살 즈음에 김광석씨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면서 서른 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서른 살이 되었는데 '하나도' 어른이 안 되어 있더라. 그래서 '설익어' 있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그리고 '서럽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서른 살이면 젊으니까 도전하라며 도전을 강요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서른 살이면 어른이니깐 책임을 지라며 책임을 강요한다. 그래서 이 과도기 적인 나이의 '서러움'을 담고자 했다.

- '청춘'이라는 말을 싫어한다고 들었다.

= 사람들이 '청춘'이라는 말을 좋은 말로 쓴다. 100세 시대에 인생을 쪼개 보면 청춘의 시기가 봄은 맞다. 하지만 봄에 푸른 것은 '보리밭'밖에 없다. 그리고 보리밭이 푸를 때가 사람이 가장 궁핍할 때이다. 그런데 배고프지 않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보리밭 정말 좋다'고 말한다. 좋긴 뭐가 좋은가? 먹을 거 하나 없는 밭인데. 청춘에 대해 좋은 시기라고 말하는 책들도 많은데 나는 그런 것들이 보리밭을 저 멀리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춘들이 대단한 성공이라든가, 엄청난 혁명을 꿈꾸지 않고 월세를 전세로 옮기는 꿈 정도를 꾼다고 해서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술을 많이 마신 걸까

고향이 그리운 걸까

늦은 밤 까닭 없는 외로움에 슬퍼진 걸까

오랫동안 만나 온 여자와 헤어진 걸까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을 후회하는 걸까

등록금을 걱정하다 휴학을 해버린걸까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이 실패를 한걸까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친걸까

그냥 돌아서기엔 아쉬움이 큰 가

차가운 유리창 너머에는 그가 울고

유리창 표면에 그를 닮은 내가 있고

우리에겐 눈물의 이유가 너무 많고

세탁기는 무심하게 윙윙 돌고

모두 잠든 세벽 세시 코인 빨래방에 앉아

세탁기 소리에 숨어 흐느끼고 있는 남자

그 모습을 바라보다 술에 취해 걸어가다

문득 나도 그를 따라 울고 싶어지네

차가운 유리창 너머에는 그가 울고

유리창 표면에 그를 닮은 내가 있고

우리에겐 눈물의 이유가 너무 많고

세탁기는 무심하게 윙윙 돌고

세탁기는 무심하게 윙윙 돌고

세탁기는 무심하게 윙윙 돌고

세탁기는 무심하게 윙윙 돌고

24시코인 빨래방 - 강백수 -

* 팟캐스트를 통해 강백수의 라이브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 강백수는 행복한가?

= 나는 '행복은 항상 순간으로 오고, 불행은 시절로 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살았느냐는 점처럼 찍혀있는 나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이어보면 그것이 내가 살아온 자취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또 하나의 행복한 순간을 찍기 위해서 앨범을 만들고 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행복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강백수 팟캐스트 전체 듣기

# 청년 is 뭔들 2-1 '요정'이 나타났다! 백수와 박사, 그 언저리 어디쯤의 음악과 시 이야기

# 청년 is 뭔들 2-2 문란한 연애를 꿈꾸는 효자의 설익은 청춘 이야기

*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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