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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때가 없다

어릴 적부터 흔하디 흔하게 들었던 충고 중 하나가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주변에서 결혼적령기에 대한 갖가지 충고들을 들려주시곤 하신다. 나의 정년퇴임 시기와 자녀들의 대학등록금을 연관짓기도 하고 초등학생과 머리 희끗희끗한 학부모를 연상시켜 주시기도 하신다. 그런데 정말 모든 일에는 때가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는 언제가 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것일까?

  • 안승준
  • 입력 2016.07.08 12:17
  • 수정 2017.07.09 14:12
ⓒGettyimage/이매진스

어느 90대 노인의 수기를 읽게 되었다.

60대 은퇴 이후를 회고하면서 어르신은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30년을 안타까워하고 계셨다.

이젠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의미 없이 지나버린 시간이 인생의 3분의 1이라며 자책하던 글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영어공부를 시작했다는 훈훈한 마무리로 끝을 맺었다.

어릴 적부터 흔하디 흔하게 들었던 충고 중 하나가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공부에도 연애에도 일하는 것도 밥 먹는 것마저도 정해진 시간이 있다는 충고들은 게으른 나에겐 나름의 긍정적 채찍질이 되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꽤나 있었던 듯 하다.

만화 주제가나 동요들은 나의 애창곡들이었지만 솜털들의 개수가 줄어가던 어느 때부터인가 주변 어르신들은 커다란 몸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나의 애창곡을 금지곡으로 분류해 버렸다.

새 학년, 새 교과서가 지급되면 그 전 것들은 성취나 마무리 여부와는 관계없이 버려지고, 그것들을 다시 보는 것 또한 때늦은 후회쯤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이것 또한 내 주관이긴 하지만 그때 나의 의지가 조금만 더 허용되었다면, 내 마음이 조금 더 순수해졌든가 , 내 지식의 베이스가 조금 더 탄탄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요즘은 주변에서 결혼적령기에 대한 갖가지 충고들을 들려주시곤 하신다.

나의 정년퇴임 시기와 자녀들의 대학등록금을 연관짓기도 하고 초등학생과 머리 희끗희끗한 학부모를 연상시켜 주시기도 하신다.

아직도 달달한 연애를 꿈꾸는 나를 향한 따끔한 충고들은 내 현실감각을 되돌아보게도 하고 때로는 조급한 연애를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모든 일에는 때가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어린이는 큰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 하지만 조금 더 크면 현실적인 고민이란 이름으로 얼른 대입에 맞춰 공부를 해야 한다.

마냥 오랫동안 대학입시만 볼 수는 없으므로 때가 되면 점수와 취업가능성에 맞춰 진학을 해야 한다.

취업도 너무 늦으면 안되고 결혼마저도 적당한 사람과 결혼 적령기에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가 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것일까?

그 적당한 때 그것만 없으면 좀 더 여유로워지지는 않을까?

난 어릴 적 실명 때문에 학교도 조금 늦게 들어갔고 또 다른 이유들로 많은 것들을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무언가 하고 싶다면 가진 것들을 내려놓고 또 다른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려놓는 것이 무섭고 늦는 것이 무섭다면 내 삶은 적어도 정년퇴임 전까지는 정해져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모든 일에 때가 있다면 나의 고민도 나의 목표도 이제는 정해져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 때가 있다면 우리는 이미 너무도 많은 것들을 할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학교에는 중도장애로 인해 나이 많은 학생들이 종종 입학을 하곤 한다.

그들에겐 신체적 연령으로는 규정 지을 수 없는 목표와 꿈이 있다.

나에게도 아직은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도 많다.

계획적인 삶은 좋지만 사람들이 시간의 노예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 나이 그런 것들만 잊어버릴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여유로운 꿈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늦둥이 아들과 놀이터를 거닐고 영어학원을 다니는 머리 희끗희끗한 어르신의 모습! 멋지지 않은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신다고 하면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조금 늦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모든 일에는 때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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