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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의 책에서 찾아본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

  • 강병진
  • 입력 2016.07.05 07:35
  • 수정 2016.07.05 07:50

학생들이 더 이상 과학자나 대통령을 꿈꾸지 않는 건 오래된 일이다. 지난 3월, '매일경제'가 보도한 중고교생의 미래 직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지금 학생들은 10년 뒤 인기 직업을 IT, 로봇 엔지니어(25.5%)나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21.7%)으로 보고 있다. 미래의 비전 못지 않게 기대소득이나 안정성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생각하면, 취업준비생은 어떨까? 한국고용정보원이 6월 30일 발행한 '청년층 취업준비자 현황과 특성'에 따르면, 현재 청년 취업준비자 중 절반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공무원'으로 사는 건, 어떤 삶일까? 일단 3권의 책을 통해 대해 알아보았다.

1. 과거에도 청춘을 바쳤다.

세습에 의하지 않고 시험을 통해 관리를 선발한 것은 중국 송나라 때부터다. 그 이후로 1905년 과거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중국 모든 왕조에서 이어져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국가관리가 되기 위해 청춘을 불살랐을까?

"무인 출신이며 지난 80년에 걸쳐 무력이 가져오는 처참한 결과를 잘 알고 있던 송나라 태조는 강력한 문인 정부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그의 지침에 따라 송대 황제들은 군사적 원리(무)보다 민간의 원리(문)를 의도적으로 강화했다. 이 새로운 질서는 문인 관료 지배층이 대두되면서 지탱될 수 있었으며, 이들은 전국적으로 치러진 유교 경전 시험을 통해서 선발되었다. (책 '하버드 중국사 송 – 유교 원칙의 시대', 디터 쿤 저)"

2. 직급이 힘의 원천이다.

사기업의 직급 개념은 많이 사라졌다. 공무원 사회에는 여전히 직급 개념이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시험을 통해 출발점이 결정되기도 한다. 5급, 7급, 9급이 그것이다. 직급에서 공무원은 각자가 뿜어낼 수 있는 권한이 나온다. 힘의 원천인 셈이다.

"관료제의 체계에서 특정한 직위에 딸린 권한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 권한은 그 직위를 차지하고 있는 관리라는 인물이 아니라 직위 자체에 부여된다. 그런 점에서 관료제는 현대적 합리성의 소산이라 볼 수 있다. 관료제적 지배는 기본적으로 지식 기반에 대한 통제를 의미한다. 이것이 관료제를 특히 합리적으로 만드는 특징이다. (책 '개념어 사전', 남경태 저)"

3. 사회의 시선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에 따르면 여러 소설가들이 관료주의에 대해 글을 썼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스타니스와프 렘의 '욕조에서 발견된 회고록', 주제 사라마구의 '모든 이름들', 조지프 헬러의 '캐치 22' 등이 그것이다. 이런 소설 속에는 대부분 관료주의적 삶의 우스꽝스러운 몰상식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 폭력의 숨은 뜻을 가미한다. '소송'의 주인공인 은행원 요제프K가 겪은 일도 그러하다. K는 서른 번째 생일 아침에 두 명의 감시인에게 갑자기 체포된다. 특별히 지은 죄가 없었지만 재판까지 가게 되었고, 스스로 무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송이 금방 끝날 것이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무력해지고 불안해진다.

“여기서 나갈 수 없소. 당신은 체포되었소.” “그런 것 같군요. 그런데 도대체 이유가 뭐죠?” K가 물었다. “우리는 그런 걸 말해줄 입장이 아니오. 방으로 돌아가 기다리시오. 이제 소송 절차가 시작되었으니, 때가 되면 모든 걸 알게 될 겁니다.” (책 '소송', 프란츠 카프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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