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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치료'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정신병원 내 '강제노동'

"○○원에 19세 때 들어가 강제로 폴리백, 쇼핑백을 만들라고 위협받았습니다. 안 하면 밥 굶겼어요. 세 달 지나 감독이란 사람이 쇼핑백 만드는 대가로 한 달에 3천 원씩 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후, 감독이 이틀에 한 번씩 나오는 초코파이로 다 썼다고 했어요." (정신장애인 A)

  • 비마이너
  • 입력 2016.07.05 07:33
  • 수정 2017.07.06 14:12

"○○원에 19세 때 들어가 강제적으로 폴리백, 쇼핑백을 만들라고 위협받았습니다. 안 하면 밥 굶겼어요. 세 달 지나 감독이란 사람이 쇼핑백 만드는 대가로 한 달에 3천 원씩 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후, 감독이 이틀에 한 번씩 나오는 초코파이로 다 썼다고 했어요." (정신장애인 A)

정신보건법 46조의 2(입원환자 등에 대한 작업요법)는 정신장애인의 작업치료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은 입원환자의 치료 또는 사회복귀에 도움된다고 판단하면 건강상태와 위험성을 고려해 환자에게 공예품 만들기 등의 단순 작업을 시킬 수 있다. 단, 이는 당사자의 신청이나 동의가 있어야만 하며 정신건강전문의가 지시하는 방법에 따라 실시해야 한다. 그 내용은 진료기록이나 작업치료 일지에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게 흘러간다. 정신의료기관 내에선 작업치료를 빙자한 강제노동이 이뤄진다. 이러한 상황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결정문에 잘 드러나 있다. 이를 보면 병원 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병원이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청소와 배식 업무를 환자들에게 시키는 것이다. 병원은 환자들의 자발적 봉사활동이기에 신청이나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때로 병원 이사장 소유의 과수원 같은 곳에서 농작물 수확, 비료 주기 등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 대가로 환자는 용돈 수준의 아주 작은 임금을 받고 그 수입은 실제 환자의 생활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치료'에 적합한가? 병원 내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행위임을 분명 고려해야 한다. 인권위는 대개의 경우는 분명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인권에 기반을 둔 작업치료는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가? 이러한 고민을 시작으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대한작업치료사협회와 함께 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인권 기반 작업치료 실천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대한작업치료사협회와 함께 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인권 기반 작업치료 실천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선욱 대구대 작업치료학과 교수에 따르면, 작업치료(Occupational Therapy)는 넓은 의미에서 생활기능의 회복·유지·개발을 촉진하는 작업을 통해 수행하는 치료와 훈련 등을 의미한다. 좁은 의미로는 일과 신체적 활동을 통한 치료활동을 가리킨다. 하지만 대부분 정신의료기관 내에선 강압적으로 이뤄져 "이용자들은 치료보다는 단순 노동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인권침해 원인에 대해 종사자와 이용자 간에도 해석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 교수는 "이용자들은 장애인을 보호·통제하려는 관리자들의 편견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종사자는 이 외에도 성과 중심의 정부 평가와 같은 제도적 문제, 전문성 없는 사람들의 개입, 이용자 의사를 무시하는 보호자의 개입 등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는 단지 당사자 집단과 작업치료사라는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시각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젠 전문가가 아닌 '장애인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권이 보장된 작업치료를 위해 이 교수는 작업치료사의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작업치료학 분야에도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영재 경기인권센터 변호사는 법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정신요양시설의 설치기준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에선 청소·취사·세탁 등 단순 작업을 작업치료 범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 기준으로 볼 때, 이는 현재와 같은 남용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작업치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자의 범위가 정신보건법, '정신요양시설의 설치기준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등 규정마다 다르게 되어 있다. 정신보건법은 정신보건전문요원, 작업치료사로 제한하고 있지만, 규칙에선 이외에도 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까지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장 변호사는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하되 작업치료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자격자가 작업치료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신과 전문의의 작업치료 오용을 막기 위한 별도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일어나는 강제노동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어나는 노동착취와 그 현상이 매우 유사하다. 정신의료기관 역시 장애인거주시설처럼 사회에서 격리되어 있고 폐쇄적이다. 하지만 시설 내에서 일어나는 노동착취에 비해, 병원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정신의료기관과 관련한 인권침해 이슈는 강제입원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이에 이미현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팀장은 "정신보건시설 이용자가 문제 상황을 신고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주언 국립부곡병원 작업치료사는 인권에 기반한 작업치료가 중요함에도 정작 많은 병원에선 작업치료 시행 자체를 꺼린다고 전했다. 이 치료사는 "작업치료를 하려면 작업장을 만드는 등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작업치료 수가는 낮고, 인증평가제에서도 작업치료 규정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되어 있다."면서 "정신보건전문요원 등의 입장에서도 작업치료를 시행하게 될 경우 업무 과중이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치료사는 작업치료와 같은 직업재활훈련이 정신장애인의 수입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글은 비마이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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