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한 아티스트가 46년 만에 완성한 작품 덕분에 사람들이 물 위를 걷게 됐다

  • 김태성
  • 입력 2016.07.04 13:27
  • 수정 2016.07.04 13:37

2014-2016년, 이탈리아 이세오호의 '떠있는 부두'

동화에서는 마술봉을 흔드는 순간 마술이 이뤄진다. 81세 설치미술가 크리스토는 최근작 '떠 있는 부두'로 마술이 동화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란 사실을 증명했다. 대신 눈 깜짝할 사이에는 아니었다. 수년을 거친 진지한 고민과 준비와 노력, 그리고 수천만 달러의 자금이 필요했다.

'떠 있는 부두'의 이야기는 46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느 아르헨티나 미술역사가는 크리스토와 공동 작가인 아내 잔클로드에게 제안을 했다. 물 위를 걷는 것이 작가들의 꿈이란 사실을 아는 그는 남아메리카 라플라타 강을 주제로 물 위에 떠 있는 다리를 건축하자고 했다. 시간은 지나고 크리스토의 아내 잔클로드는 뇌동맥류 합병증으로 2009년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크리스토는 둘이 공유한 꿈을 끝내 현실로 만들고자 다짐했다.

2014-2016년, 이탈리아 이세오호의 '떠 있는 부두'

크리스토와 잔클로드는 특별한 의미나 암시가 담기기 보다는 누구든지 즐기고 신비로운한 체험이 가능한 예술작품을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미 수년 동안 노력해왔다. 크리스토의 대형 작품은 현재도 자연 풍경을 잠깐이나마 빌려 변형을 주는 순간적인 형태를 취한다.

합성섬유로 호주 바닷가를 덮은 설치작품, 로키산맥 계곡을 커튼으로 연결한 설치작품, 모래색 옷감으로 파리의 다리를 치장한 설치작품 등이 크리스토 인생의 대표작들이다. 그가 잔클로드와 협력한 마지막 작품은 2005년의 '더 게이츠(The Gates)'인데, 30년을 걸쳐 준비하고 구상하여 뉴욕 센트럴 파크에 7,500개의 사프란 색 '문'을 설치한 것이었다.

크리스토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작품에 대해 "아무 사용가치가 없고 비합리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잘 안다"라고 말했다. "내 작품이 없어도 이 세상은 돌아간다. 누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나와 잔클로드에겐 필요하다. 우리 작품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작품을 우리가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내게 늘 일깨워줬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좋아한다면 보너스로 여겼다."

2016.06.16. '떠 있는 부두'의 작가가 이탈리아 술자노에 있는 설치작품 위에 서있다.

'떠 있는 부두'가 처음 구상된 시점은 40년이 훨씬 넘지만, 현실로 다가온 것은 겨우 22개월 전이다. 작품 준비에 수십 년씩 걸리는 작가로선 경이로운 속도였다. 작품에 알맞은 장소를 찾고자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2014년 봄과 여름을 보낸 크리스토는 마침내 이탈리아의 이세오호를 가장 적합한 설치 후보로 결정했다.

총 길이가 거의 3km에 도달하고 넓이는 16m가 넘는 '부두'는 2주 동안만 호수 위에 떠 있다. 삼각형 부두는 20만 개의 고밀도 부동성 폴리에틸렌 큐브로 만들어졌다. 전체를 방수와 얼룩 저항력을 갖춘 10만 제곱미터의 빛나는 노란 달리아 색깔 직물로 덮었다. 연결 다리는 이탈리아 내륙을 몬테 이솔라 섬과 산토 파올로라는 아주 작은 섬에 연결한다. 방문객들은 내륙에서 섬은 물론 섬에서 섬 사이를 다닐 수 있다.

작품을 준비하는데 든 비용은 총 1,680만 달러(약 200억 원)였는데, 크리스토는 자기의 그림과 꼴라주 등을 팔아 전체를 자비로 충당했다.

2016.06.18. 불가리아 출신 작가인 크리스토의 작품 '떠 있는 부두'를 방문객들이 걷는다.

크리스토는 이번 작품을 뉴욕타임스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추상화 같은 매우 그림 같은 작품이다. 차이는 늘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넘실거리는 물 위의 금색으로 덮힌 대형 통로는 날씨와 시간에 맞춰 움직이게 디자인됐다. 무드링(mood ring)처럼, 보는 사람의 시각과 당시 환경에 따라 따뜻하게 또는 연하게 느껴질 수 있고, 또 유리나 점박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감질도 계속 바뀐다. 젖어 질퍽거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또 때론 부드럽고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체험을 제대로 하려면 맨발을 추천한다.

7월 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6월 18일에 대중에 개봉됐다. 작품이 공개되는 마술 같은 16일 동안 일일 평균 4만 명의 방문객이 발아래 흐르는 호수의 박자에 맞춰 물위를 거니는 신비한 기분을 체험할 것이다.

크리스토와 잔클로드는 최고의 예술이 마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동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일은 마술봉을 잠깐 흔드는 것으론 불가능하다. 이 거대한 작품은 수년 동안의 준비와 수천만 달러의 자금, 그리고 엔지니어들, 건설업체, 심해 잠수부 등의 도움이 필요했다. 설치물을 거닐다 물에 혹시 빠질 사람을 대비해 긴급구조원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 마술 같은 기분을 살리기 위해 물론 난간은 없다.

 

허핑턴포스트US의 'An Art Project Over 40 Years In The Making Lets People Walk On Water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문화 #설치미술 #예술 #미술 #이탈리아 #여행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