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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서영교 의원 사태가 드러낸 정치퇴행

김수민의원의 리베이트 사태는 선거공영제라는 좋은 취지를 악용하여 선거비용을 과다하게 부풀려서 국민의 세금인 국고를 사적으로 횡령한 사건이며, 서영교의원의 딸 특혜와 갑질행태 역시도 국고로 운영되는 세비와 의원실 운영비를 공익이 아닌 가족을 위해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부적절한 인사들이 어떻게 국민의 세금을 약탈하여 사적인 배를 채우는지(즉, '부적절 의원들의 기생성')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국민의제
  • 입력 2016.07.04 06:58
  • 수정 2017.07.05 14:12
ⓒ연합뉴스

글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비교정치학)

14대 신한국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를 배경으로 두고, 지난 총선에서 만29세의 나이에 비례대표의원으로 등극했다가 리베이트 사건으로 추락하는 김수민의원의 모습은 '금수저의 타락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운동권 출신으로 평소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며, 당 을지로위원회에서 갑의 횡포 근절과 약자대변 및 경제민주화를 주창했던 서영교의원이 보인 이율배반적인 '의원특혜와 갑질행태'는 더욱 충격적이다.

서영교의원은 자신의 딸을 본인의 의원실 인턴으로 채용하여 딸이 인턴경력을 로스쿨 입학에 유리하도록 사용하게 하는 금수저적 특혜를 주었고, 자기 보좌관의 월급 중 일부를 후원금으로 부담하게 하는 약탈적 횡포도 부렸다. 서의원이 보인 금수저 혜택과 갑질행태는 흙수저로 태어나서 비정규직과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젊은이들을 더욱 절망하게 하고 있다.

서영교의원은 "리베이트는 업계의 관행"이라고 했던 김수민 의원처럼, "국회의 관행"이라 반복했다. 서영교의원은 "자신이 사려 깊지 못했다"고 사과하고 "자기 세비를 기탁"하며 "불합리한 관행 근절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세비를 기탁"하고, "불합리한 관행"에 맞서 싸우겠다는 언급에서 언론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는 서의원의 억울해 하고 있는 듯한 심경을 엿볼 수 있다. 한마디로 "자신의 행태는 갑질과 특혜"가 아니고 "국회에 만연한 보편적인 관행"이라는 것이다.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 새누리당 등 국회의원실 전반의 문제로서 자신만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라는 입장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의원이 사과한 것은, '갑질과 특혜행태'를 저지른 '본인의 행동'에 대해 사과한 것이라기보다는 국회관행을 추종한 것에 대한 사과로서, '진정한 사과'가 아님을 엿볼 수 있다. 서의원의 사과는, 마치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성추행을 저지른 국회의원들이 '공직자로서 자기 탓'을 하기보다는 '음주와 술병 및 손가락'을 탓하는 것과 같이 '국회 관행 탓'을 하며, 위기를 모면하려는 교묘한 변명으로 보인다.

물론 본인은 억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여론이 서영교의원을 집중 질타하는 배경을 찾아보면, 높은 사회정의감과 도덕적 책임감을 내세워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오며 부도덕한 의원들의 사퇴를 주장해온 평소의 모습에 반하는 행태에 따른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의원 개인 문제와는 별도로 "낡은 관행이 국회 전반의 문제"라는 그의 지적은 매우 타당하며, 따라서 정치권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기구'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이 서영교, 김수민의원 사태로 드러난 공천비리사건과 정치퇴행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왜냐하면, 그동안 정치권은 위기에 몰릴 때마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매우 '근시안적인 대증요법'과 실효성이 없는 '도마뱀 꼬리자르기식 처방'으로 문제를 은폐·회피해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과거의 전철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기 위해서는 서영교, 김수민의원 사태를 계파공천, 계파싸움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들은 모두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공히 주장해온 '오픈프라이머리 상향식공천'과 '시스템공천'이 결핍된 계파공천과 밀실공천의 자리에서 피어난 독버섯으로, 상향식 공천과 시스템공천이 제대로만 작동했더라면 결코 발생할 수 없었던 사건들인 것이다.

서영교, 김수민의원 사태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사태의 발단이 잘못된 '공천권 사용'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으로, 서영교의원의 가족채용 등의 부적절성은 이미 20대 공천 때 공천관리위원회에 제보되어 당 지도부도 알고 있었던 문제다. 계파공천의 영향력 없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후보자질을 검증을 했더라면 서의원은 결코 공천을 받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수민의원의 리베이트 비리의 경우는 밀실공천과 돈공천 및 금수저공천과 관련되어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 법제화에 따른 상향식 공천과 시스템 공천 원칙이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검증되지 않은 부적절한 인사들의 국회진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둘째, 국고횡령 및 국고의 사익사용사건이라는 점이다. 김수민의원의 리베이트 사태는 선거공영제라는 좋은 취지를 악용하여 선거비용을 과다하게 부풀려서 국민의 세금인 국고를 사적으로 횡령한 사건이며, 서영교의원의 딸 특혜와 갑질행태 역시도 국고로 운영되는 세비와 의원실 운영비를 공익이 아닌 가족을 위해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부적절한 인사들이 어떻게 국민의 세금을 약탈하여 사적인 배를 채우는지(즉, '부적절 의원들의 기생성')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셋째는 내부고발에 의해 사건이 발화되었다는 점이다. 두 사건 모두 당 내부고발에 의해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었다. 내부고발자들은 공천과정에 불만이 있거나 반대계파에 속한 관련자일 것으로 추정되며, 이것으로 공천과정에서 계파간의 암투과정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상향식공천으로 계파공천을 원천봉쇄했다면 암투도, 내부고발도 없었을 것이다.

넷째, 일찍이 막을 수 있었던 제도의 불비(不備)사건이라는 점이다. 계파공천과 특혜공천을 막기 위한 상향식공천이 아니더라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목표로 했던 '김영란법'이 본래 취지대로 법제화되어 있었다면, 서영교의원의 특혜와 갑질행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국민의당이 오래전부터 관행화된 '공개입찰경쟁'을 당규로 정하고 관행을 존중했더라면 리베이트 비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정치권이 좋은 법을 제대로 법제화하고 좋은 관행을 지켰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들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정치권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

20대 국회가 개원 초반부터 여야 할 것 없이 구태를 반복하며 위기상황에 몰리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은 '친박공천'으로 인한 4.13 총선 패배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재발방지는 뒤로하고 지도부 구성을 둘러싸고 친박계와 비박계간의 계파싸움을 반복하였다. 또한 친박공천 역풍에 따른 반사이득으로 총선에서 승리한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뒤늦게 드러난 '공천후유증'인 김수민, 서영교의원 사태로 위기에 몰렸다.

계파싸움과 공천비리사건에서 드러난 국회의원의 후진성과 타락상에 대한 국민의 정치혐오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극에 달하고 있다. 결국 안철수 대표는 사퇴를 했으며, 김종인 대표도 두 차례 사과를 했다. 뒤늦게나마 국민의 지탄을 의식한 여야3당은 부랴부랴 6월 30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기구'를 국회의장 산하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정치권은 무엇을 해야 하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기구'에서 다뤄야 할 핵심 의제는 무엇일까? 종전과 같은 '도마뱀꼬리자르기식'으로 접근해서는 정치혐오만을 키울 뿐이다. 정치권은 우선 '8촌 이내 친인척 보좌관 신고제', '오픈프라이머리 상향식 공천의 법제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본령으로 다루어야 한다.

글 | 채진원

2009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민주노동당의 변화와 정당모델의 적실성"이란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수로 '시민교육', 'NGO와 정부관계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대표저서로는 『무엇이 우리정치를 위협하는가-양극화에 맞서는 21세기 중도정치』(인물과 사상사, 2016)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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