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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질문'은 해답보다 중요한가

"그리스도인들은 비키니를 입어도 될까?" "동성애를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 이러한 질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첫째, 이러한 질문은 '예'와 '아니오'만을 전제함으로써 이 질문 자체가 지닌 특정한 가치관을 스스로 타당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둘째, 이러한 형태의 질문 방식은 '예'와 '아니오'라는 흑백 논리적 해답을 유도함으로써, 이 현실세계의 '복합성'을 상충적인 이분법적 방식으로 단순화시켜버린다.

  • 강남순
  • 입력 2016.07.03 09:24
  • 수정 2017.07.04 14:12
ⓒsamxmeg

1.

학기마다 가르치는 과목의 첫 시간에 하는 약식의 'opening lecture' 에서 내가 늘 강조하는 항목이 있다. '질문은 해답보다 심오하다(questions are more profound than answers)'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함께 하는 한 학기 동안 '성급한 해답 찾기'보다 '좋은 질문 하기'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질문 자체가 잘못 설정되었을 때에, 그 질문은 특정한 가치를 주입하거나 왜곡시키고, 동시에 정신적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낭비하게 하기 때문이다.

2.

오늘 한국에서 나오는 다양한 글들을 보다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표제어로 한 글들을 보았다: "그리스도인들은 비키니를 입어도 될까?" "동성애를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 이러한 질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첫째, 이러한 질문은 '예'와 '아니오'만을 전제함으로써 이 질문 자체가 지닌 특정한 가치관을 스스로 타당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둘째, 이러한 형태의 질문 방식은 '예'와 '아니오'라는 흑백 논리적 해답을 유도함으로써, 이 현실세계의 '복합성'을 상충적인 이분법적 방식으로 단순화시켜버린다.

3.

예를 들어서 '기독교인들이 비키니를 입어도 되는가 안되는가'라는 질문은 기독교인들이 그 삶의 '외면적' 방식에서 다른 사람들과 늘 '구분'되어야 한다는 '종교우월주의,' 그리고 기독교 신학의 왜곡된 해석(신이 비키니를 입는 것을 반대한다는 식)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어떠한 옷을 입는가로 귀결됨으로써 오히려 그 기독교의 중요한 가치인 이 세계에서의 사랑, 평화, 환대, 책임의 실천적 과제를 근원적으로 왜곡시킨다.

4.

'동성애를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라는 물음은 어떤가. 이 물음 자체는 이미 '동성애(homosexuality)'에 대한 근원적인 왜곡된 이해를 전제하고 설정되어 있다. '이성애를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라는 질문을 누군가가 던진다면, 사람들은 어이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미 '동성애'는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태어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동성애'는 지지와 반대의 문제가 아닌 '존재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여전히 외면한 채, 지지나 반대를 묻는 것은 마치 '지구가 돈다고 하는 주장을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와 같은 질문과 유사한 잘못된 질문이다. 동성애는 취미/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방식인데,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지지'나 '반대'를 묻는 것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5.

나는 한국의 종교인들이 '비키니를 입어도 되는가' '동성애를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라는 식의 질문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올바른 질문, 보다 책임적인 질문을 묻는 것을 연습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 사회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사랑과 환대의 실천이라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의 주변부인들은 누구인가?; 그 소외된 사람들의 권리와 평등을 확장하는 데에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과 지속적으로 씨름하는 것, 이것은 특정한 종교인들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씨름해야 할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예-아니오'라는 흑백논리적 해답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정황에서 잠정적 해답을 도출해 내면서 응답해야 할 질문이라는 점에서, 단일한 해답보다 '심오하다.' 이러한 질문들은 비판적 사유와 성찰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중요한 초대장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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