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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이 스코틀랜드에 '심사숙고'하라며 달래고 나선 이유

  • 박세회
  • 입력 2016.07.03 08:00
  • 수정 2016.07.03 08:01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유럽연합(EU) 잔류 추구를 표명하며 '독립 재투표' 의사를 밝힌 스코틀랜드 정치인들에게 "더욱 깊은 심사숙고가 필요한 세상"이라고 말했다.

일단 스코틀랜드는 오랜 시간 영국에서의 독립을 심사숙고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4년 9월 18일 '영국에서 독립할 것인가'를 두고 한 국민투표에서 독립 반대표가 더 많아 영국에 잔류한 상황이다.

대체 왜? 일단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핏줄부터 다르다. 스코틀랜드는 켈트족, 잉글랜드는 앵글로색슨족의 후예들이다. 서로 피 튀기며 싸웠던 역사도 있다. 과거의 대부분은 ‘영국의 스코틀랜드 침략’으로 남아있다. 그것도 아주 잔혹하게.

스코틀랜드의 독립 영웅인 윌리엄 월리스는 1305년 8월23일 런던에서 처형됐다. 스코틀랜드를 침공했던 잉글랜드 에드워드 1세는 저항군을 이끌던 월리스에 대한 증오심이 어찌나 컸던지 처형에 온갖 잔혹한 수법을 동원했다. 벌거벗겨 처형지로 끌고 가 나무에 목을 매달았고, 숨이 끊기기 전 끌어내려 거세하고 창자를 꺼내 불태웠다. 능지처사 뒤 주검 조각을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각지에 내걸었다. 월리스는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의 순교자로 남았다. (한겨레 8월28일)

멜 깁슨이 주연한 영화 <브레이브 하트>(1995)에서 처형 직전 “프리덤!”(자유)을 외치던 비장한 영웅이 바로 그 윌리스다.

이번에 '독립 재투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스코틀랜드가 EU에 잔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는 이번 브렉시트 투표에서 다른 지역과는 달리 유럽 연합에 잔류해야한다는 응답이 62%, 탈퇴가 38%로 압도적으로 EU잔류를 지지했다.

그래서 이번 연설은 엘리자베스 2세가 이런 스코틀랜드를 달래고 나선 것이라는 평가다. 2일(현지시간) 지난달 선거를 통해 새로 출범하는 스코틀랜드 의회 개원 연설에서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일들이 놀라운 속도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왕은 또 "차분하며 아주 침착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때로는 어려울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여왕은 "이 의회가 지난 수년간 성공적으로 보여준 대로, 이처럼 빨리 움직이는 세상에서 리더십의 특징은 도전들과 기회들에 대한 최선의 대응을 찾는 보다 깊은 심사숙고를 위해 충분한 여지를 줘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여왕의 발언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 이후 처음 나온 것이다.

특히 스코틀랜드의회 제1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인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스코틀랜드의 유럽연합(EU) 잔류와 독립 주민투표 재실시를 추구할 것이라고 거듭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독립 추진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터전 수반은 스코틀랜드 주민들의 EU 잔류 의지가 확인됐다면서 독립 재투표와 EU 잔류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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