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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 의원들의 '反코빈 쿠데타'는 실패로 끝나는 걸까?

  • 허완
  • 입력 2016.07.01 08:38
  • 수정 2016.07.01 10:15
Britain's opposition Labour Party's leader Jeremy Corbyn attends an event in support of remaining in the European Union, in central London, June 14, 2016. REUTERS/Dylan Martinez
Britain's opposition Labour Party's leader Jeremy Corbyn attends an event in support of remaining in the European Union, in central London, June 14, 2016. REUTERS/Dylan Martinez ⓒDylan Martinez / Reuters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보수당의 '막장드라마'가 모두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야당인 노동당도 만만치 않은 혼란에 빠져 있다.

소속 의원들이 제러미 코빈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불신임 비밀투표를 벌여 '찬성' 75%의 몰표를 몰아준 것. 그러나 코빈은 법적구속력이 없는 이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사퇴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노동당의 당원은 1주일 사이 6만명이 늘어났다고 30일(현지시간) 허핑턴포스트UK인디펜던트 등이 보도했다.

이는 영국 정당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다. 또 노동당의 당원은 45만명으로 늘어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대표로 있던 시절인 1997년의 종전 최다 기록 44만명을 뛰어넘었다.

이런 당원 급증 현상은 코빈 대표의 사퇴 문제를 둘러싼 당내 노선투쟁과 관련돼 있다.

인디펜던트는 새 당원 2만명의 가입 조건을 점검한 결과, 절반인 1만명 이상이 코빈 대표의 사퇴를 저지하려는 의도로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코빈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 조직 '모멘텀'에 맞서 세력 규합에 나선 당내 한 관계자 역시 새 당원 중에서 코빈 대표 사퇴를 지지하는 이들이 상당수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허핑턴포스트UK는 노동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신규 당원들 중에는 코빈을 지지하는 이들이 근소하게 더 많다고 전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의원들은 표면적으로 코빈 대표가 이번 국민투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EU 잔류 결과를 끌어내지 못한 만큼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끌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뒤를 잇는 노동당 내 '우파세력'이 '강성좌파'로 분류되는 코빈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당내 아웃사이더였던 코빈은 '제3의 길'을 주창한 블레어와 브라운이 이끌어 온 이른바 '신노동당 노선'에 대한 반대를 내걸고 지난해 당대표에 선출됐다.

1996년, 토니 블레어의 모습. ⓒGettyimageskorea

그는 노동당이 중도세력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좌파 공약을 버리고, 우파의 가치를 수용해야 한다는 당 주류의 '신노동당 노선'을 강력히 거부한다.

이 때문에 그는 당대표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철저히 비주류이자 군소후보로 분류됐다. 그러나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코빈 열풍' 끝에 당대표에 올랐다.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벌어진 당내 노선투쟁 끝에, 당원들은 '다시 더 왼쪽으로'를 외친 것.

그러나 여전히 당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신노동당파'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코빈을 흔들어왔으며, 이번 투표 결과를 쿠데타의 계기로 삼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빈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다이앤 애벗 의원은 29일(현지시간) 가디언 기고문에서 "이건 노동당 의원들과 코빈의 대결이 아니라 (쿠데타를 벌인) 의원들과 당원들의 대결"이라고 지적했다.

'We need Corbyn more than ever' - BBC News

또 사회활동가 Dan Iles는 가디언에 쓴 기고글 '노동당은 코빈 하에서 정신을 되찾았다. 그가 떠난다면 나도 떠난다'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의 부모님은 노동당이 이라크 전쟁에 찬성한 이후 오래된 당적을 버렸고, 나는 지지정당 없이 나의 좌파적 정체성을 고수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였다. 나를 비롯한 동시대인들에게 노동당은 영혼이 없는 정당이었다. 노동당의 리더들은 편협한 친기업 도그마와 불법적인 전쟁으로 당을 망가뜨렸다.

그러나 코빈이 모든 것을 바꿨다. 원칙적인 정책에 바탕을 둔 그의 뚜렷한 사회주의적 접근은 나와 수많은 사람들을 정치적 회의에서 구해냈고, 더 이상 믿지 않았던 정당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내 가족과 친구, 동료들은 갑자기 열광적으로 변했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찼다.

(중략)

9개월 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정신을 되찾은 이 당에 고무되어 돌아왔다. 노동당은 착색된 프로페셔널들의 정당일 수 없다. 만약 노동당이 권력을 되찾으려면 대중 운동과 결합되어야만 한다. 당원들과 노조야말로 노동당의 강점이다. 노동당이 보수당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도 그 부분이다. 이걸 거부하는 의원들이야말로 노동당 역사상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인디펜던트는 코빈의 '좌파적 정책'들이 대중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소속 정당을 떠나 철도 재국유화에 대한 찬성은 60%에 달했고, 최상위측의 소득세를 75%로 하자는 구상에 대해서는 56%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세입자 권리 보호 정책에 대한 찬성은 59%, 생활임금 법제화에 대한 찬성은 60%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대학 등록금 인하(49%)와 이라크 전쟁 반대(43%), 시리아 공습 참여 반대(60%) 등에서도 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코빈을 지지하는 이들은 길거리 시위를 비롯한 '코빈지키기(#KeepCorbyn)' 운동을 벌이며 코빈의 사퇴를 촉구하는 '노동당구하기(#SavingLabour)' 운동에 맞서고 있다.

Jeremy Corbyn 'proud to be carrying on' - B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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