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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론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빠띠 인터뷰

변화라기보다, 좀 의아한 게 있어요. 인터넷 문화가 이렇게 익숙한데도 인터넷에 있는 아이디를 단지 아이디로만 보고, 인터넷에만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의문이에요. 필리버스터의 경우도 특히 그랬고요. 이런저런 사회 문제가 있을 때 '어디서 이야기하지?' 하면 페이스북 같은 데에 올리잖아요. 그렇게 의견을 확산시킬 수 있는 힘이 크고 조직화되기도 굉장히 쉬워진 환경이 인터넷인데 왜 아직까지도 "이건 인터넷에만 있는 의견이야. 사회적으로 효력을 내지 못해." 하는 반응이 나오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최근 독일에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기본소득 실험을 하는 "나의 기본소득"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나의 기본소득" 프로젝트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본소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소통의 장을 만드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한국에도 이와 비슷하게 인터넷 공간에서 공론장을 실험하는 팀이 있습니다.

'빠띠'(http://parti.xyz/)는 함께 만드는 온라인 공론장으로, 이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드는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플랫폼입니다. '빠띠'와 함께 온라인을 통한 정치적 실험과 온라인 공론장이 만드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인터뷰] "모든 시민들에게 그런 이슈가 한두 개씩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사회가 정말 많이 변할 것 같아요." (빠띠)

빠띠 에디터 룰루, 빠띠 브랜드 매니저 베리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룰루: 안녕하세요. 저는 빠띠 에디터 룰루라고 합니다. 빠띠 온라인 플랫폼에 보이는 모든 콘텐츠를 기획하고, 지금 보여야 할 이슈를 고르고 가시화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베리: 안녕하세요. 저는 브랜드 매니저 베리입니다. 빠띠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리고, 기획이나 디자인도 함께 하고 있어요.

빠띠는 어떤 플랫폼인가요?

베리: 빠띠는 함께 만드는 온라인 공론장입니다. '온라인상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러 채널이 있지만, 다양한 의견이 섞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공론장이 없다'는 가설을 두고 실험하고 있어요.

공론장이라는 채널은 미디어의 성격이 있잖아요. 트위터도 사람들이 직접 발언하지만 미디어적인 요소들이 있고. 뉴스앱도 그렇고요. 다음 아고라에는 메인에 뜬 것들이 많이 보이는 한계성이 있기도 했어요.

트위터는 개개인의 발언이 계속 모이면서 파급력을 갖고 이슈파이팅은 됐지만, 이후 논의가 이어지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런 아쉬운 부분이 있다 보니 외부의 구글 닥스나 엑셀, 또다시 블로그나 카페 같은 곳으로 모이게 되는데요. 빠띠는 이렇게 이슈화된 것들의 자료를 모으고, 뭉친 사람들이 조직화를 하기 쉽도록 커뮤니티와 미디어를 결합한 모델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페미니즘 이슈라고 하면, 의견이 유입되다가 페미니즘 조직행동을 하자는 사람들이 생겨서 빠띠에 커뮤니티를 만들고, 거기서 나온 얘기들이 다시금 이슈화되면 다시 미디어로 기능할 수 있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빠띠'는 무슨 뜻인가요?

베리: 먼저 프랑스어로 정당이란 뜻이 있어요. 정당이 사실 어려운 게 아니라 자기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잖아요. 또 참여(participation)라는 뜻과, 파티(party)처럼 즐거웠음 좋겠다는 뜻, 이렇게 세 가지가 있어요.

모두들 재택근무를 하신다고 들었어요. 아마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게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일하시는지, 의사결정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베리: 저희는 자는 시간 외엔 계속 얘기하는 것 같아요.(웃음) 간간히 만나기도 하지만요. 주로 슬랙이라는 메신저를 사용하고, 구글 드라이브나 깃허브 등등 많은 툴을 쓰는데요. 모든 대화는 슬랙으로 하고 업무 사안은 깃허브를 써요. 와플 같은 툴로 업무상황도 알 수 있게 하고, 이야기할 때는 화상통화로 진행하고요.

그리고 아침마다 회의를 해요. 스탠드업 회의라고, 내가 오늘 할 일을 이야기 하고 같이 해야 하는 이야기는 언제 할지 시간을 정하죠.

저희 팀이 특이한 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예요. 매일 노동량을 정해놓고 하는데 익숙해지기 힘들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일을 계속 벌여놓고 하는 스타일이고, 룰루님은 시간을 정해서 하는 걸 좋아하고, 개발자 분은 농사를 짓기 때문에 오전에 시간을 비우셔야 하고, 다 달라요. 그리고 매주 금요일마다 일주일을 돌아보며 평가를 하고요. 매주 업무 방식에 대한 실험을 정해서 해봐요. 좋았던 점, 나빴던 점을 이야기하고 이번 주에 실험할 거리를 정해요.

지금은 몇 분이 일하세요?

베리, 룰루: 대표님, 개발자 두 분, 브랜드 매니저, 콘텐츠 에디터 이렇게 5명 있어요.

먼저 멤버 중 시스와 달리는 다음에서 서비스를 같이 만들었던 팀이었는데, 근무할 당시에도 독자적인 미디어, 정치, 이슈, 커뮤니티를 다루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베리, 룰루, 쿠스는 UFOfactory에서 오게 된 멤버에요. UFOfactory는 IT를 활용해 즐겁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소셜 벤처입니다.

베리는 윤리적소비캠페이너, 사회적 기업에서 디자인을 하다 세월호 1주기 사이트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시스님을 만났고요. 룰루는 학창 시절부터 '사회적 약자, 빈곤'에 대해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지역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다가, UFOfactory에서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IT컨설팅을 해보기도 하고요.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질 법한 '사회 이슈'를 알리고자 지금의 빠띠에 오게 되었어요.

쿠스는 학교에서 사회과학 전공 중에 정치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혼자 '정치사이다'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를 위한 개발 기술을 익히기 위해 UFOfactory에 입사했어요. 회사 대표인 시스와 다른 멤버 - 달리,베리,룰루 - 들이 빠띠라는 정치플랫폼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함께하기 위해 합류했습니다.

빠띠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다음 아고라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요. 빠띠를 만드신 대표님이 과거에 아고라를 만드셨던 분이시기도 하고요.

베리: 예전에 아고라에서 광우병 이슈가 있을 때는 개발 리더와 대표 두 분이 계셨어요. 그런 식의 인터넷 조직화가 처음이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거리로 많이 나가게 하는 효과도 있었지만, 온라인에서 꺼낸 이야기라서 "온라인에서만 말한다.", "믿을 수 없는 소문, 거짓말이 많다" 는 식의 오명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대표님은 20대 때부터 정당 활동을 한 경험이 있고, 개발자 재단이랑 빠띠 같은 정치플랫폼을 만들려 하셨기 때문에 아고라를 그만둔 후에 UFO팩토리를 만드셨고요. 비영리나 사회조직에 IT 지원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 후에 빠띠를 만들게 된 거죠. 개발자 분은 농사지으면서 살고 계시는데, 삶 속에서 정치를 하고 싶으시다고 해요. 정치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법정치만 생각하는데, 저희는 모임이나 커뮤니티로 자발적으로 해결해나가는 대안적인 방법들도 고려하고 있어요.

아고라를 개발하고 인터넷 공론장을 만든 후에 변화를 체감한 게 있으실까요? 인터넷 토론문화라고 부를만한 게 생겼다거나, 인터넷 공론장이 현실 정치에 주는 효능감 등을 체험했다거나요.

베리: 변화라기보다, 좀 의아한 게 있어요. 인터넷 문화가 이렇게 익숙한데도 인터넷에 있는 아이디를 단지 아이디로만 보고, 인터넷에만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의문이에요. 필리버스터의 경우도 특히 그랬고요. 이런저런 사회 문제가 있을 때 '어디서 이야기하지?' 하면 페이스북 같은 데에 올리잖아요. 그렇게 의견을 확산시킬 수 있는 힘이 크고 조직화되기도 굉장히 쉬워진 환경이 인터넷인데 왜 아직까지도 "이건 인터넷에만 있는 의견이야. 사회적으로 효력을 내지 못해." 하는 반응이 나오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럼 아고라 이후에 또 다시 빠띠라는 플랫폼을 만든 계기는 뭔가요?

베리: '다음'이 큰 기업이고 조직이다 보니까 사회문제를 터뜨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광우병 같은 이슈는 회사에도 영향을 끼쳤지만 동시에 사회에 필요한 이슈이기도 했으니까요. 지금 빠띠는 협동조합 형태이고 이후에도 영리로는 가지 않을 생각이에요. 레딧이 후원을 받아 운영하듯이 저희도 후원을 받아서 할 것 같아요.

빠띠는 정확히 언제 시작하게 된 건가요?

베리: 작년 10월부터 멤버를 모아 시작했구요. 올해 1월까지 여섯개의 정치 플랫폼 프로토타입(코드명 '카누, 카탄, 커리, 하나비, 고누, 젠가')을 시도했고, '더 나은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드는 개발자들(더민플)'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왔어요.

그 후 2월 한달간 치열하게 워크숍을 통해 목표와 방향을 정리한 다음, 현재 카누(조직 내 의사결정을 돕는 서비스 http://canoe.parti.xyz/)와 빠띠(온라인 공론장 서비스 http://parti.xyz)를 오픈한 상태에요. 올해 말까지 추가로 시민들이 직접 의회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어요.

'더민플' 커뮤니티는 슬랙이라는 메신저를 통해 141명이 교류 중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이 토론문화가 발달한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인터넷 공론장을 만드시면서 여러 가지 고민이 드실 것 같아요.

베리: 학계에서는 공론장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시도하는 것인데요. 빠띠란 뭘까 계속 고민하면서 든 생각이, 빠띠에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동시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토론이라는 게 서로 다른 의견을 설득해나가는 과정도 있잖아요. 이 공간에서는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어 나갔으면 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제가 사회 문제에서 인식의 스파크를 느꼈던 때가 언제였는지 생각해봤어요. 어느 모임에서 제가 얘기를 막 하는데, 사람들이 어떤 반응 없이 그냥 다 듣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대부분 누가 의견을 내면 반박하기 바쁘고 자기 얘기하기 바쁜데, 거기선 무조건 다 듣고 그 다음에 자기 얘기를 하는 거죠. '내 의견은 내 의견이고, 저 사람 의견도 있다' 식으로요. 그런 공간에 처음 가서 이야기를 나눴을 때 충격을 받았거든요. 누가 날 설득해서가 아니라, 다른 의견을 들어주는 가운데 내 생각도 자연스레 변하는 경험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빠띠에 논의 자료나 투표 같은 여러 기능도 있지만 보다 주요한 목적은 다양한 의견들이 보였으면 하는 거예요. 매체로 설명하자면 트위터에서는 여러 의견이 퍼질 수 있지만, 자기가 만든 타임라인 안에서 보이잖아요. 팔로우한 사람들도 의견이 비슷한 사람들이고 반박한다고 해서 자료가 쌓이지 않으니까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알기가 힘들고요. 페이스북은 알고리즘 상 다른 의견은 볼 수가 없어요. 그리고 들어가서 봐도 그 사람 주변엔 비슷한 의견밖에 없어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면서 더 섞이지 않는 것 같아요. 토론이라고 했을 때는 그런 의견을 다 볼 수 있는 거죠. 대신 빠띠에서는 조롱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단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빠띠를 제작하면서 스스로 사용해보는데 자료를 준비해 놓고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누군가 불충분한 의견을 내더라도, 그에게 자료를 보여주면서 이야기하면 그 사람을 무작정 비난하게 되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룰루: 사용자 간의 언쟁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인데요, 각 빠띠마다 자료를 올리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근거를 갖추고 주장을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진 운영진이 나서서 중재한 적이 없어요. 아직 사용자가 많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웃음)

직접 빠띠를 하면서 토론에 참여하시기도 하잖아요. 이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런 태도로 이 공론에 참여했으면 싶다' 하고 기대하시는 게 있나요?

룰루: 빠띠 안에서는 서로를 '존경하는 선생님' 대하듯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존경하는 선생님의 의견이 제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그 의견을 무시하거나 선생님에게 화를 내지는 않잖아요. 그냥 편하게 내 의견을 설명하고, 이야기하듯이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베리: 어떻게 하면 저 사람에게 인식의 스파크를 줄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토론을 통해서 급진적으로 의견을 바꾸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의견을 차곡차곡 모아서 나중에 논의가 어느 정도 정리됐을 때 '자 이것 봐'하고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전자는 트위터가 잘한다고 생각하고, 빠띠가 후자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빠띠에 몇 가지 기능들이 있는데, 말하자면 사람들이 이야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거잖아요. 각 게시판이 어떤 역할로 쓰이길 원하신 건지 궁금해요.

룰루: 빠띠의 기능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진화하고 있지만, 현재는 논의/자료/투표/위키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요. 논의 게시판에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자료 게시판에는 논의에 필요한 자료를 쌓아요. 이야기하는데 필요한 근거를 모으는 거죠. 그리고 내 주장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찬/반을 표한 숫자가 궁금할 때는 투표를 열 수 있어요. 투표를 보며 쟁점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구요. 마지막으로 해당 이슈에 대한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위키 편집을 통해 정리하시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베리: 제가 페미니즘 빠띠를 키우고 있어서 계속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여성혐오 이슈의 경우에 어떤 사건이 있었고, 어떤 뉴스가 있었고, 이런 아젠다가 지금 중요하다는 걸 사용자들이 편집하는 거죠. 그러면 이후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더라도 논의에 진입하기 전에 이걸 봤을 때 논의 흐름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고,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함께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 후에 법안을 발의할 수도 있겠고 모임을 연다든지 후원금을 모은다든지 이런 기능도 넣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이런 실제 액션은 현재 빠띠와 분리해서 실험 중이에요. 한겨레21과 함께하는 up.parti.xyz 에선 시민들이 투표로 발의하고 싶은 법안을 선택하고, 프로젝트 정당을 만들어서 발의과정까지 함께 해보려 합니다. 이런 식으로 정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를 늘려가면서 시민이 직접 정치할 수 있는 케이스를 만들 계획입니다.

앞에 토론문화 이야기도 잠깐 했지만, 한국에선 사회적으로 용인되느냐 아니냐의 잣대가 사람들이 좋아하냐, 싫어하냐에 크게 달려있는 것 같아요. 욕을 먹기 싫고, 비판받기 싫어서 이야기를 아예 꺼내지 않는 분위기도 있고요. 그럼에도 사람들을 공론에 참여하게 만들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룰루: 대체로 온라인 플랫폼을 보면서 댓글들이 꽤 공격적이라고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그런 공격적인 분위기가 무섭더라구요. (웃음) 빠띠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에 팀원들도 공감하신 거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최대한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다른 의견도 무시되거나 비난받지 않고, 그래서 누구나 스스럼없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베리: 바로 의견을 못 내는 분들은 자료를 계속 보시겠죠. 지금은 초기니까 유저들이 이야기를 많이 안 해서 저희가 만들려고 하거든요. 저희끼리도 재미있어야 하잖아요.(웃음) 저흰 그런 자료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남고, 이렇게 기록이 서서히 남다보면 이야기하는 사람도 늘어나고요. 초반엔 저희가 이슈를 띄우겠지만 이후에 점점 사람들이, 유저들이 내는 목소리들로 이슈들이 띄워졌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신 그 과정에서 온라인에서도 인격적으로 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싶어요.

어느 자리에서 미래에는 이런 온라인 플랫폼이 의회를 대체할 거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으신데. 그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거든요.

베리: 20년 후쯤? 그렇지 않을까요. 지금은 아니고요.(웃음)

그런데 이번 소라넷 폐지도 온라인에서 이슈가 안 나왔다면 안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완전히 의회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온라인에서 모였다 흩어지는 모임들이 다른 흐름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시민 단체는 보통 한 이슈에 묶여있기가 쉽잖아요. 그런데 앞으로 나타날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시민 행동들은 좀 더 스스로 기획하고, 스스로가 주인이 되면서 기민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모델이 될 거라 생각해요.

혹시 빠띠 만들면서 참조한 사례가 있으세요?

베리: 디사이드 마드리드(decide.madrid.es)라는 플랫폼이 있어요. 풀뿌리 시민사회운동이 기반이지만, 디지털 민주주의에 의식 있는 정치인이 입법 과정을 설계하고 개발자들이 참여한 플랫폼이에요. 시민들이 예산안을 만드는 페이지도 만들었어요. 정치인이 바뀌더라도 시민들이 자기 손으로 예산을 정해서 안을 만들면 정권이 바뀌었다고 취소하기 쉽지 않잖아요.

또 브리게이드(https://www.brigade.com/)는 이슈를 걸어 놓고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서비스예요. 사람들이 갑론을박하는 내용이 전면에 드러나 현재 이슈를 볼 수 있고, 우편번호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브리게이드가 여론조사 같은 걸 대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레딧이 가장 원하는 모델이긴 해요. 사용자들이 직접 카페를 만들듯 '레딧'이라는 게시판을 개설하고 공론장으로 사용하며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어요. 기본소득 레딧을 특히 주목하고 있는데, 그 게시판에서 주로 활동하는 활동가가 후원을 받아서 연구와 액션을 이어가고 있어요. 빠띠를 사용하는 활동가, 시민들도 자신이 관심 갖는 이슈로 계속 행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인터넷 공론장이 만드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빠띠는 어떤 모습을 상상하실까 궁금했어요.

베리: 공론장이 존재하더라도 사람들이 사회 이슈를 보고 자기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사회의 모든 문제는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우선 공감으로 시작해야 함께 해결하는 단계로 나아갈 텐데, 지금은 다들 너무 바쁘고 자기 문제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 같거든요. 이런 부분을 서서히 해결하는 게 시민의식의 이슈겠죠.

빠띠 초반에는 우선 저희가 잡은 이슈를 보여주고, 자료나 위키로 기록하면서 갈 테지만 이후에는 사람들이 이런 이슈가 있구나 생각하고 조금씩 참여해보고, 그 인식의 스파크로 인해서 자기 이슈를 찾아가는 변화가 일어나면 좋겠어요.

저는 페미니즘 이슈가 제 이슈라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시민들에게 그런 이슈가 한두 개씩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사회가 정말 많이 변할 것 같아요. 시민들이 서로 느슨하게 조직도 하고 이슈도 공유하면서요. 그 느슨한 연대가 커뮤니티이자 미디어인 공론장이 되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A라는 의견과 B라는 의견이 나왔을 때 그대로 쭉 갈 수도 있지만, B가 A가 될 수도 있고 AB가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의견을 마을처럼 이루어나가는 모습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룰루: 공감하는 사람들을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게 인터넷 공론장에서 가능할 거라고 믿어요. 저는 사실 '외로워서 빠띠한다'는 말을 하는데, 누군가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서가 지금 한국 사회에 만연한 것 같아요. 주변에서 제 고통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고, 친구 만나도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데 내 고통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일상에서 확인할 때 효능감이 있잖아요. 그 효능감을 빠띠에서 받고 싶은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길 바라고요. 사람들 사는 게 힘든데, 힘들다고 말해도 "너 힘든 거 알아, 근데 나도 힘들어서 네가 힘든 걸 생각해줄 수가 없어." 이런 식의 정서가 된 것 같아요. 좀 더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정서가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빠띠라는 인터넷 공론장이 오프라인 현실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베리: 더 많은 이슈들이 온라인에서 조직되면 좋겠어요. 저희 개발자 분이 제주도에 사시는데 근처에 갑자기 신공항이 들어오게 됐어요. 그런데 그런 여러 이슈들이 밴드나 채팅앱 밖으로는 확산이 안 되는 거예요. 다른 지역에 살더라도 같은 이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묶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온라인에서 하는 이야기가 오프라인 만남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잖아요. 빠띠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흩어지지 않도록 왔다 갔다 하면서 기민하게 연결하는 역할이면 좋겠어요.

룰루: 최근에 서울시 자원봉사센터(V세상)에서 빠띠를 활용해서 온라인 토론을 진행하셨어요. '기후변화'라는 주제로 온오프라인에서 토론 및 캠페인을 진행하고, 토론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실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프로젝트인데요, 그 중 온라인 토론을 빠띠에서 진행하신 거죠. 온라인에서 이야기한 아이디어가 실제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되는 거잖아요. V세상의 사례처럼 빠띠 커뮤니티에서 나눈 이야기가 아이디어가 되어서 실제 행동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빠띠가 오프라인에서 활동을 같이 할 동료를 찾는 도구이자 이야기의 장이 되면 좋겠어요.

베리: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이슈를 오프라인 모임으로 연결하고 모임을 조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빠띠가 궁극적으로 목표하시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베리: 함께 만드는 온라인 광장..(웃음) 인터뷰가 수미쌍관 구조네요.(웃음) 이슈에 서로 공감하는 사람들이 빠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그런 힘이 생겼으면 좋겠고 정치적 효능감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고, 그 이슈가 나와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깨닫고, 내가 해결하고 싶은 이슈가 한두 개 생겨서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이루고. 그게 법이 되든 삶에서 뭘 만들어나가든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거죠. 그렇게 된다면 좋겠어요. 우리 팀원들은 할 수 있는 재주가 온라인 기술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파급력 있게 나가거나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룰루: 와서 누구든지 편히 이야기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장벽을 많이 느끼시더라고요. 부담을 내려놓고 빠띠를 쓰셨으면 좋겠어요.

베리: 저희가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으로 위키 같은 걸 선보일 텐데요. 이슈를 잘 몰라서 참여할 수 없다면 자료를 보고 이슈의 흐름을 파악하고, 다른 의견이라도 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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