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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

어떤 사람은 부질없고 허망한 인생을 달래기 위해 정념에 기꺼이 자신을 맡긴다. 그 혹은 그녀는 인생이라는 허무의 망망대해에서 자신을 구원할 방주로 정념을 선택한 것이다. 설사 구원의 시간이 곧 지나갈 것이고, 정념도 언제나처럼 시들겠지만 말이다. 어떤 사람은 신의와 연민을 부여잡고 정념 없는 시간을 견딘다. 그 혹은 그녀라고 정념이 주는 쾌감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혹은 그녀는 인생이라는 허무의 망망대해에서 벚꽃처럼 빨리 질 정념보다는 신의와 연민이 더 의미 있는 가치라고 여긴다. 나는 두 입장을 모두 옹호한다.

  • 이태경
  • 입력 2016.06.29 10:08
  • 수정 2017.06.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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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와 김민희의 로맨스에 대한 균형 감각 있는 사람의 관점은 '성인들의 사생활에 남들이 왈가왈부할 일 아니다'라는 것일 게다. 나도 그런 입장이다. 무엇보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로맨스는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전혀 없다. 사회를 붕괴시킬 온갖 일들에는 침묵한 채 홍상수와 김민희의 로맨스에 분노하고 윤리적 매질을 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공정한 것이라고 할 순 없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로맨스를 보면서 불현듯 내게 든 생각은 인생의 덧없음이다. 개별적 실존으로서의 인간의 삶은 허망하고 부질없다. 우리 각자의 삶은 턱없이 짧고 일회적이다. 이건 실존의 절대적인 존재형식이며,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규정짓는 요소다. 삶의 이러한 성격은 혼인상태에 있는 개별적 실존에게 심각한 고민을 강요(?)한다. 물론 지금의 배우자와의 혼인생활이 더 없이 만족스러운 사람은 고민에서 제외된다.

어떤 사람은 부질없고 허망한 인생을 달래기 위해 정념에 기꺼이 자신을 맡긴다. 그 혹은 그녀는 인생이라는 허무의 망망대해에서 자신을 구원할 방주로 정념을 선택한 것이다. 설사 구원의 시간이 곧 지나갈 것이고, 정념도 언제나처럼 시들겠지만 말이다. 어떤 사람은 신의와 연민을 부여잡고 정념 없는 시간을 견딘다. 그 혹은 그녀라고 정념이 주는 쾌감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혹은 그녀는 인생이라는 허무의 망망대해에서 벚꽃처럼 빨리 질 정념보다는 신의와 연민이 더 의미 있는 가치라고 여긴다. 나는 두 입장을 모두 옹호한다.

​홍상수의 최근작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정말 아름답고 즐거운 영화다. 극중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 분)가 윤희정(김민희 분)에게 일식집에서 "너무 고마워요. 같이 있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 예쁘세요. 눈이 부셔요. 정말 너무 고마워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래요. 답답해서 그래요. 너무 답답해요. 너무. 왜 이렇게 예쁘세요. 당신",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결혼하고 싶어요. 근데 결혼을 못할 것 같아요. 결혼을 했거든요. 애가 둘이나 있어요." 같은 말을 연발한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함춘수의 대사는 김민희를 향한 홍상수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함춘수의 대사는 왠지 모르게 심금을 울린다. 홍상수도, 홍상수의 가족도, 김민희도, 김민희의 가족도 이 시간들을 잘 견뎌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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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김민희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