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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기사의 댓글이 정리한 보리스 존슨과 '브렉시터'들의 현상황은 정말 놀랍다

  • 허완
  • 입력 2016.06.28 11:56
  • 수정 2016.06.28 18:17
Britain's Prime Minister, David Cameron, leaves number 10 Downing Street to go the House of Commons, in central  London, Britain June 27, 2016.     REUTERS/Peter Nicholls
Britain's Prime Minister, David Cameron, leaves number 10 Downing Street to go the House of Commons, in central London, Britain June 27, 2016. REUTERS/Peter Nicholls ⓒPeter Nicholls / Reuters

영국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가 결정됐을 때, 잔류 캠페인 측에 섰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결국 '패배'를 인정하며 사의를 표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보리스 존슨을 최대 승자로 꼽았다.

보리스 존슨은 선두에 서서 탈퇴 진영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강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부상했다. 그러니 지금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낸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러나 여기에 하나의 강력한 반론이 있다.

허핑턴포스트UK가 소개25일자 가디언 기사 댓글이다.

이용자 'Teebs'는 이 장문의 댓글에서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보리스 존슨은 지금 '멘붕'에 빠져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차기 총리는 커녕 정치적인 입지를 잃게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강력하게 잔류를 주장했던 캐머런이 패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브렉시터'들에게 크게 한방 먹였다고 짚었다.

트위터에서 이 댓글의 존재를 소개한 이용자 'RobPulseNews'의 트윗은 4000번 가까이 리트윗 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댓글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어제 보리스 존슨이 침울해보였다면, 그건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브렉시터(탈퇴론자)들은 아직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은 사실 패배했고, 이 모든 건 한 사람 때문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다.

캐머런은 어제 오전 9시15분, 단숨에 투표 결과를 무효로 만들었고 동시에 보리스 존슨과 마이클 고브(법무장관, 탈퇴 지지),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고 끝내 총리직에서 끌어내린 브렉시트 캠페인 리더들의 정치 생명을 끊어버렸다.

어떻게?

선거운동 기간 내내, 캐머런은 만약 투표 결과가 '탈퇴'로 나올 경우 곧바로 (리스본 조약) 50조*가 발동될 것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해왔다. 함축적으로 말했든, 명쾌하게 말했든, 그림은 분명했다. 탈퇴 결론이 나온 다음날 아침, 캐머런이 그 50조에 따라 탈퇴를 선언해버린다는 것이다. 그게 불안을 조성하기 위한 유언비어였는지 아니었는지는 이제와서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다만 어제 캐머런은 센티멘털한 사의표명 기자회견의 와중에 조용히 그 포지션을 버렸고, 책임을 후임자에게 떠넘겨버렸다.

* EU 탈퇴를 공식화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는 영국 정부가 발동을 선언해야 적용되며, 선언 시점을 기점으로 공식 협상이 시작된다. 2년이 지나면 영국은 자동으로 탈퇴 처리된다. 국민투표 결과 만으로는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날이 갈수록 그 엄청난 (EU 탈퇴) 결정의 파장을 실감하고 있다. 금융시장, 파운드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국경, 지브롤터 국경, 칼레 국경, 자유시장 관련 EU 규제를 계속 준수해야 할 필요성, 여권 재발급, 외국 거주 영국인, 영국 거주 유럽시민들, 개정해야 하는 수없이 많은 규제들... 그 목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민투표 결과는 법적구속력이 없다. 이건 참고용일 뿐이다. 의회가 꼭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할 의무는 없다.

캐머런이 제안한 보수당 전당대회(10월)는 이제 새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만약 당수(총리)로 선출되면, 50조를 발동시킬 것인가?

그 모든 결과와 댓가를 짊어져야 할 책임을 감당 하기를 원할 사람이 누구인가?

어제 집에서도 우울해보였고, 기자회견장에서는 더 그래보였던 보리스 존슨은 이걸 알아차린 것이다. 그는 (캐머런에) 허를 찔렸고, 궁지에 몰렸다.

만약 그가 당대표 선거에 도전했다가 50조를 발동시키는 데 실패하면, 그걸로 그의 정치생명은 끝이다. 그렇다고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발을 빼버려도 끝이다. 만약 그가 출마해서 승리한 다음, 영국을 EU에서 분리시켜 낸다면 그것도 끝이 될 것이다. 스코틀랜드는 분리독립할 것이고, 아일랜드에서는 격변이 일어날 것이며, 경기침체는 물론 무역협정 붕괴까지. 그렇게 되면 끝나버리는 것이다. 보리스 존슨은 이 모든 걸 알고 있다. 그가 멍청한 금발머리(주로 여성을 '무지하다'고 비하할 때 쓰이는 표현)처럼 행동할 때, 그건 말 그대로 '그런 척 한다'는 뜻이다.

브렉시트 리더들은 이제 이 투표 결과를 이용해 먹을 수 없게 됐다. 그들에게 보수당 당수직은 독이 든 성배나 다름 없는 자리가 됐다.

50조를 곧바로 발동시킬 필요는 없다고 보리스 존슨이 말했을 때, 그가 정말 하려고 했던 말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마이클 고브는 "비공식 협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왜? 왜 곧바로 공식 탈퇴협상을 하지 않고? 그의 말은 공식 탈퇴는 없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 두 사람은 공식 탈퇴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그건 돌이킬 수 없는, 그 누구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조치인 것이다.

남은 건 이제 누군가가 용기있게 나서서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과 파멸 없이는 브렉시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은 그걸 선언할 책임을 브렉시트 캠페인을 이끌었던 우두머리들에게 돌렸다.

이쯤에서 캐머런 총리의 사의표명 기자회견문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우리는 이제 유럽연합과의 탈퇴 협상을 준비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영국 모든 지역의 이익이 지켜질 수 있도록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정부가 모두 참여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모두에 앞서, 이 과정은 강력하고 단호하며 헌신적인 리더십을 필요로 합니다.

(...)

영국인들은 (제 생각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분명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저는 우리나라를 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몇 주, 몇 달 간 저는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총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만, 우리나라를 다음 목적지로 이끌 선장을 제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유럽연합과의 (탈퇴) 협상은 새로운 총리 하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50조를 언제 발동시킬 것인지 결정하고 공식적이며 법적인 EU 탈퇴 절차를 시작하는 것도 이 새 총리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캐머런은 27일 의회에 출석해 다시 한 번 '나는 지금 50조를 발동할 생각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급기야 보수당 내각에서는 처음으로 '브렉시트에서 엑시트'하자는 제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일종의 '출구전략'인 셈이고, 약간 가혹하게 표현하자면 '뒤늦은 발뺌'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보수당 내각의 제러미 헌트 영국 보건장관은 27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탈퇴를 위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곧바로 발동해서는 안된다"며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시점으로) 시계가 재깍거리기 전에, 우선 EU와 협상을 한 후 그 결과를 영국민 앞에 국민투표 또는 총선 공약 형식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략)

BBC, 뉴욕타임스(NYT), CNN 등을 종합하면 이처럼 브렉시트에서 다시 '탈출'(exit)하는 방안으로는 ▲영국 정부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아 EU와의 협상을 아예 시작하지 않는 방안 ▲스코틀랜드나 북아일랜드 의회가 브렉시트 투표결과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 ▲조기 총선 공약에 국민투표 결과를 포함시켜 총선에서 재심판받는 것 등이 거론된다.

아울러 브렉시트의 우려 요소를 누그러뜨리는 방향으로 EU와의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 의회가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승인하지 않는 방안 등의 의견도 제시되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연합뉴스 6월28일)

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지도자들은 '영국 정부가 50조를 발동하기 전에 EU가 비공식 협상 같은 걸 벌일 계획은 없다'고 이미 못 박아버렸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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