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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위한 재활의학

한 수의학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그런다고 수명이 십여 년인 반려동물이 이삼십 년 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라고. 이삼십 년 살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 없다. 그리고 그대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렇다. 수명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때가 되면 헤어져야 한다는 것도 우리도 마찬가지로 시한부라는 것도 그대와 나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을 수 있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질병을 단순히 나이가 많으니 조만간 세상을 떠날 것이라 해서 고치거나 돕지 않고 방치할 이유란 없다.

  • 폴랑폴랑
  • 입력 2016.07.05 11:32
  • 수정 2017.07.06 14:12
ⓒGettyimage/이매진스

척추, 근육, 신체 밸런스 이상 등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이 늘어나면서 과거에는 장애 치유에 중점을 두던 재활의학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재활의학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한 재활의학과(두 발 동물을 위한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지인은 재활의학처럼 인체를 두루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이 없어 재활의학에 매력을 느꼈었다고 한다.

"재활의학처럼 인체를 구성하는 뼈대와 그 뼈대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과 신경을 모두 배우는 학문이 없다. 다른 과에서는 주로 '전공으로 선택한 인체의 한 부분'에 집중하지만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사소한 근육이나 신경의 변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지 등을 모두 이해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매력적인 학문 분야가 재활의학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반려동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금 한창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전 중인 반려동물 재활의학의 성장이 너무나 반갑다.

주삿바늘과 이런저런 약물 치료 등으로 두 달 여를 고생한 나의 반려견에게 "이렇게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데 지금까지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건가" 싶어 미안할 정도로 해외 지인으로부터 감사한 도움을 받은 것도 신체의 각 구성요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이해하는 그들의 반려동물 재활의학의 수준이 일정 궤도 이상 오른 덕분일 것이다.

(좀 더 들여다보고 정리가 되고 나면, 어떻게 도움을 받았는지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할 생각이다.)

사람과 동물을 위한 의료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환자(생명)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수정하는데 집중하는 의료진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그들은 혈액검사에서 기준을 벗어나는 데이터가 있으면, 벗어난 데이터를 다시 기준선 안으로 돌려놓는 일을 한다. 엑스레이, CT, MRI에서 보이지 않아야 할 그림자가 보이면, 수술이나 약물로 그 그림자를 제거하는 일을 한다. 그들은 기계적으로 그렇게만 움직인다.

데이터가 기준선 안에 머무는 한 그들에게는 환자가 겪는 고통을 이해하는 노력이나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는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정이나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호기심은 발동하지 않는다.

귀가 아프다는 환자의 귀에 뭔가 들어있지 않은 한 꾀병이나 심리적/정신적 질병으로 돌려버린다. 귀가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아플 수 있다거나 근육의 비대칭으로 인한 신경 압박으로 인해 아플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눈 앞에서 자신의 증상을 열심히 설명하며 도움을 구하고 있는 '생명'이 아니라 '귀'다. 그들은 '귀'와 관련된 데이터와만 이야기한다.

반려동물 의료나 반려동물의 치유를 돕는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인 반려동물 재활의학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다.

그리고 남들이 A라고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A라고 따라 하며 시간을 보내지 말고 B는 아닐지, 또는 B와 A 사이의 무엇은 아닐지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방법을 만들어가는 전문가가 많이 나와주었으면 싶다.

그래서 해외에서 찾아와 자문을 구하고 배워가는 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싶다.

설명: 교통사고로 심각한 척추 장애를 입었던 개 Rocky가 반려동물 재활의학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났다.

한 수의학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그런다고 수명이 십여 년인 반려동물이 이삼십 년 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라고.

이삼십 년 살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 없다. 그리고 그대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렇다. 수명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때가 되면 헤어져야 한다는 것도 우리도 마찬가지로 시한부라는 것도 그대와 나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을 수 있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질병을 단순히 나이가 많으니 조만간 세상을 떠날 것이라 해서 고치거나 돕지 않고 방치할 이유란 없다.

그대가 노(老)교수라는 이유만으로 퇴출시키거나 침대에 방치해두지 않듯이 말이다.

내가 고민하는 것은 '삶의 질'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해외에서 반려동물 재활의학 분야가 빠르게 발전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삶의 질'이란 길가에 하늘거리는 들풀에게도, 반려동물에게도,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깊이 고민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모든 생명에게 동등하게 중요한 문제다. 나에게는 데이터로 표현되는 수명이 아니라 그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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