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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이민개혁' 좌초는 오히려 힐러리에게 힘이 될 것이다

  • 박세회
  • 입력 2016.06.24 14:25
  • 수정 2016.06.24 14:30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이 대법원의 제동으로 좌초될 위기에 놓였으며 이 결정이 향후 미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 주요 업적에 흠집을 얻는 것이 불가피해졌지만, 민주당에게는 히스패닉 등 이민자들과 진보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전망했다.

이날 연방대법원이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항소법원의 결정에 반발해 정부가 상고한 사건을 찬성 4명, 반대 4명으로 기각한 후 민주당과 공화당의 반응은극명하게 갈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미국 이민시스템을 후퇴시킨 판결"이라며 비판했고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가슴 아픈 후퇴"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의 가장 위헌적인 행동을 막았다"고 대법원 결정을 치켜세웠으며,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만이 법을 만들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겉으로 보면 공화당은 웃고, 민주당은 실망하는 양상이지만 대선을 몇 개월 앞둔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웃을 사람은 민주당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이 갈수록 선거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미국의 히스패닉 등 이민자 출신 유권자를 결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등 민주당원들은 이번 판결로 올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이민개혁을 둘러싼 정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기회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데에는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유권자로부터 70% 이상의 지지를 얻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히스패닉 유권자 수는 올해 2천730만 명으로 4년 전보다도 400만 명가량 증가해 이번 선거에서는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오바마의 이민개혁에 대한 지지 덕분에 이번 선거에 대한 참여 열기가 4년 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애리조나 주처럼 과거에는 공화당 텃밭이었으나 히스패닉 인구 증가로 올해 선거에선 경합주로 분류된 지역들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표심 이동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보수 4대 진보 4로 팽팽하게 엇갈린 연방대법관의 이념 지형에 대한 문제의식도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월 보수 성향 대법관 앤터닌 스캘리아가 사망한 이후 의회 다수인 공화당은 대법관 지명권이 차기 대통령에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 이후 "교착상태에서 내려진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이 걸렸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향후 미국 주요 이슈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대법관의 임명이 이번 대선 결과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대법원 결정은 유권자에게 대법관 임명을 맡기자는 공화당 주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진보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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