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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상괭이'를 年 1천500마리 살릴 수 있는 방법

ⓒ연합뉴스

'토종 돌고래' 또는 '웃는 고래'라고도 불리는 상괭이.

조선시대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저술한 자산어보에 '상광어'와 '해돈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얼굴 모양이 사람이 웃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여졌다.

쇠돌고래의 일종인 동아시아에 주로 분포하는데 한국 서해가 최대 서식지로 알려진 국제보호종이지만 고기잡이 그물에 걸리는 혼획 때문에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 혼획이란?

: 특정 어류를 잡으려고 친 그물에 엉뚱한 종(種)이 우연히 걸려 어획되는 것을 의미. 세상에서 가장 작은 쇠돌고래 바키타의 개최 수가 급감한 주요 원인도 '혼획'으로 꼽히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박겸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2005년 처음 조사 때 3만6천마리로 추정됐던 개체수가 2011년에는 1만3천마리로 급감했다.

게다가 해마다 평균 1천500마리 이상이 혼획 때문에 죽은 채 발견되고 있어 이런 상태로 방치하면 머지않아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산과학원이 혼획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개발한 탈출 기능을 갖춘 그물이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나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산과학원, 상괭이 탈출용 그물 개발

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올해 3월 충남 서천군의 한 어촌계의 협조를 받아 연안개량안강망 어선 20척 가운데 2척에 상괭이 탈출 장치를 갖춘 그물 12개를 보급하고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상괭이 탈출장치 갖춘 그물 개념도

상괭이 탈출용 그물은 기존 해파리 방지 그물을 개량한 것이다.

입구 폭이 10여m, 길이가 90m가량 되는 안강망 안쪽에 물고기는 통과하되 몸집이 큰 대형 해파리나 상괭이는 들어갈 수 없도록 속그물로 가로막은 형태이다.

이 그물은 상괭이가 들어가더라도 물살에 의해 물고기와 함께 안쪽 깊숙이 빨려 들어가지 않고 중간에 있는 탈출 구멍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고래연구소는 상괭이가 탈출할 수 있는 구멍의 위치를 윗부분, 아랫부분, 중간부분 등 세가지 형태로 달리했다.

또 어민들의 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그물눈의 크기도 성기게, 촘촘하게 두가지로 만들었다.

상괭이 탈출 장치가 있는 그물로 조업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혼획된 상괭이는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해당 어촌계 어민들이 설치한 탈출 장치가 없는 그물에는 그동안 56마리의 상괭이가 걸려 죽었다.

박겸준 연구사는 "이런 결과로 볼 때 탈출 장치가 있는 그물이 혼획으로 인한 상괭이 피해를 막는데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사는 "효과가 입증된 만큼 어민들의 조업에 지장을 주지 않고 상괭이도 보호할 수 있는 그물을 개발해 보급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어민들은 상괭이 탈출 기능이 있는 그물을 설치하면 물고기들까지 빠져나가 어획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연구사는 "현재로선 가시적인 어획 감소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이 부분은 좀 더 면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어구 전문가 등이 어민과 상괭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그물 형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괭이가 안강망 안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로 몸길이 1.5m 정도인 다 자라지 않은 개체들이 혼획되는 점으로 미뤄 서해의 거센 물살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탈출 기능이 있는 그물이 보급된다면 상괭이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상괭이는 평소 1분에 2~3회 물 위로 나와 호흡하고 먹이를 잡을 때는 최장 4분까지 잠수하지만 그물에 걸리면 빠져 나오지 못해 죽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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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획 #환경 #돌고래 #상괭이 #멸종위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