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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은 계속 지어지는데, 주택은 부족한 이유

  • 김태우
  • 입력 2016.06.21 15:47
  • 수정 2016.06.21 15:48

세계적인 지리학자이자 '유연한 마르크스주의자'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하비(81)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에만 집착하는 자본주의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계간 '창작과 비평'(창비) 5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11년 만에 한국을 찾은 하비 교수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공간적으로 해석한 연구로 유명해졌고 지금도 마르크스의 사상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다.

그가 진단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은 명확하다. 축적을 위한 축적을 거듭하는 자본주의, 과잉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가 병폐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하비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경기 침체 속에서 상류층은 더 큰 부를 쌓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에 내재한 불평등은 계속 심화할 수밖에 없어서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위층의 부를 늘려주고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부가 주변으로 흐른다는 낙수효과에 대해서도 하비 교수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에 걸쳐 들은 이야기가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1970년대 이후 이러한 논리를 적용하기는 힘들다"며 "소비를 지향하는 사회를 소비가 삶에 기여하는 사회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를 끝이 없는 나선에 비유하는 그는 "통제 불능인 자본은 어떤 방식으로든 무한성을 억제할 수 없다"며 "무한성은 그저 멀리, 더 멀리 계속 나아갈 뿐이다"고 말했다.

그가 연구 대상으로 삼는 도시는 불평등한 부의 축적이 단적으로 나타나는 공간이다. 도시가 만들어지면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 고층건물이 세워지고 물가가 상승한다. 구도심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저소득층 원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비 교수는 "도시화가 과연 사람과 자본 중 무엇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가"라고 물은 뒤 "뉴욕 고층건물을 소유한 사람들은 도시 거주자가 아니라 중국이나 아랍, 러시아의 부호"라고 꼬집었다.

그는 월급이 올라도 생활 수준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 역시 도시화와 연결해 설명했다. 도시화가 진전되면 자본가에게 점점 더 많은 집세와 생활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뉴욕에서 인구의 절반은 연간 3만 달러로 살아갑니다. 사실 그 돈으로 살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고층건물은 계속 지어지는데, 주택 공급은 부족합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집을 매매하기 때문이죠. 자본가들은 한쪽에서는 돈을 주지만, 다른 쪽에서는 돈을 착취합니다."

하비 교수는 여러 학문을 넘나든 마르크스처럼 지리학뿐만 아니라 인류학, 사회학, 문화비평 등 여러 학문의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내 관심은 도시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것으로 한 학문에 국한해 연구할 이유가 없다"며 "학계에서 통용되는 학문의 분류 방식이 유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쓰기 또한 데이터를 중시할 수도 있고, 문학적으로 할 수도 있다"며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다면 학문적 경계나 글쓰기 방법은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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