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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IS '킬 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이 위협적인 진짜 이유

  • 박세회
  • 입력 2016.06.21 08:02
  • 수정 2016.06.21 09:58

한국인 여성 한 명이 IS의 '테러 타깃' 리스트에 포함되었다며 국정원이 대상인의 개인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둥 정국이 어수선 하다.

채널 A는 지난 20일 IS가 운영하는 해커조직 '유나이티드 사이버 칼리파'(이하 'UCC')가 미국과 나토의 공군기지 77곳의 위치는 물론 21개국 민간인의 신상 정보를 담은 리스트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일단 이 리스트가 어떤 리스트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찾아보니 이 리스트는 지난 6월 8일 Vocativ라는 매체를 통해 최초 보도된 것으로 이 매체는 유나이티드 사이버 칼리파가 매시지 전송 앱인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뿌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외의 주요 일간지는 Vocativ의 보도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동안 IS에서 뿌린 소위 '킬 리스트'가 꽤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간헐적으로 뿌리는 이 킬 리스트가 대부분 무작위로 개인 정보를 해킹한 리스트라고 설명한다.

하여튼 총 8,318명의 신상정보가 담겨 있으며 그 중 미국이 7,848명으로 가장 많고 캐나다인 312명, 호주인 69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되었으며 이스라엘, 이탈리아, 자메이카, 뉴질랜드, 스웨덴 등과 한국인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

국정원이 추적한 것이 바로 이 리스트. 그리고 국정원은 어제(20일), 리스트가 나온 지 10여 일이 지난 시점에서 지목당한 한국인 김 모 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IS의 비밀 지령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IS가 김모씨가 속한 복지단체 사이트를 해킹하면서 신상 정보를 빼낸 사실을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김모씨의 이름, 이메일, 옛집주소까지 공개가 됐다.-뉴스1(6월 20일)

일반인 김 모 씨가 테러로 지목당한 이유에 대해 국정원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남겼다고 한다.

이철우 정보위원장은 정보위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객관적으로 봐도 그 분이 테러 대상이 안 될 분인데 왜 그분이 됐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국정원은 이분이 영어를 번역해서 글을 많이 올리다보니 대상이된 거 아니냐. 무작위로 해킹을 하다보니 그 중 한 사람의 이름이 들어간 것으로 본다고 했다"고 밝혔다. -뉴스1(6월 20일)

채널 A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슬람 극단주의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슬람과 관련된) 57개국, 15만 5천명이 (한국에) 와있고 그래서 모든 정황을 봤을 때 대한민국도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정원/채널 A(6월 20일)

그렇다면 이 심각한 테러의 위협 속에 국정원은 어떤 조처를 했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처럼 심각한 테러의 위협을 받은 김 씨는 국정원의 발표가 있던 19일까지 자신이 테러의 대상으로 지목된 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국정원의 발표가 끝나자 마자 노컷 뉴스는 당사자인 김 모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래는 당시 김현정 앵커와 홍혁의 취재 PD의 대화를 보도한 것이다.

◇ 김현정> 바로 어제(19일) 국정원발 보도자료가 발표되고 공개된 한국인 당사자와 연락을 취해 보셨다고요?

◆ 홍혁의> 맞습니다. 여성인 김 모 씨였는데요. 어제 오후 2시경에 국정원에 발표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 직후 연락을 취해 봤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김 모 씨는 자신의 신원이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전혀 모르고 있어요?

◆ 홍혁의>'무슨 말씀이시냐. 현재 아무렇지도 않다'는 반응을 오히려 저희에게 보였습니다.

◇ 김현정>아니, IS가 테러대상자 명단을 공개한 거는 10일 전이고 그걸 국정원이 어제 보도자료를 배포한 거잖아요. 그러면서 기사화가 크게 된 건데 당사자는 전혀 모르고 있어요?

◆ 홍혁의> 뭔가 석연치 않은 대목인데요. 그동안 정보기관으로부터 전혀 연락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저희에게 확인해 줬습니다. -노컷뉴스(6월 20일)

대체 왜 당사자는 몰랐던 걸까?

한겨레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씨의 신상정보 공개 이틀 전인 지난 17일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며 경찰청은 이후 김씨가 이사간 사실을 파악해 19일 당사자와 연락해 신변보호 조처를 취했다고 한다.

이 상황을 종합해보면 김 씨는 노컷뉴스가 연락을 취해 테러의 위협을 알려 준 뒤에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으로 배포된 한 리스트가 국내 언론에 보도되고 국정원이 수사에 착수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정말 심각한 위협이 하나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국정원이 '테러의 위협이 심각'하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열흘도 전에 테러의 대상으로 지목당한 여성이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심각한 위협이다.

한겨레는 이번 사건을 두고 "테러방지법 시행 뒤 드러난 ‘테러 정보 부풀리기’ 첫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고 보도했다.

아래는 채널 A의 관련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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