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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홍만표 법조로비' 수사가 '꼬리자르기' 의혹 속에 끝나다

  • 허완
  • 입력 2016.06.20 18:45
  • 수정 2016.06.20 19:35
ⓒ연합뉴스

검찰이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받아가며 '전관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은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했다.

요약하면, '거액 수임 의혹은 사실이었지만, 검찰을 상대로 했던 로비는 실패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로비를 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검찰 '윗선'들에 대한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검사장 출신 홍만표(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고 거액에 사건을 수임했다는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은 그가 소위 '전관 효과'를 등에 업고 의뢰인들로부터는 거액 수임과 '몰래 변론'을 하면서 부를 축적하는 데 성공했지만, 검찰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로비는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홍 변호사의 '친정 로비' 수사에는 미온적인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구속기소한 홍 변호사의 혐의는 변호사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조세범처벌법 위반, 지방세기본법 위반이다. 이 중 특가법상 조세, 조세범처벌법 위반, 지방세기본법 위반 부분에서 '몰래 변론'의 실상이 나타나 있다.

검찰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사건 수임 내역을 신고하지 않거나 축소 신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임료 34억5천만원을 누락하고, 세금 15억5천314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홍 변호사가 이렇게 축소한 사건 중에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기업가의 사건도 다수 있었다.

1조3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4만여명에게 피해를 주고, 회삿돈 14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사건을 홍 변호사는 2억원에 맡았으나 선임계를 내지 않았다.

2천841억원 배임과 557억원 횡령, 2조3천264억원 상당의 분식회계 등 혐의로 2014년 기소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사건도 수임료 2억원이 신고되지 않았다.

임석 솔로몬금융그룹 회장의 부실대출·횡령 등 저축은행 비리 사건은 개업 시 수임제한으로 맡을수 없게 되자 후배 변호사 명의로 공동 수임해 수임료 절반을 챙겼다. 홍 변호사는 구치소에서 임씨를 20여차례 접견하는 등 실제 변호활동을 했다.

1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리고 재무제표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수사를 받은 한인수 전참엔지니어링 회장 사건도 수임료 2천만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지난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은 선임계를 제출했으나 '전관 효과'를 약속하고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 변호사는 당시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간부 등에게 청탁·알선 명목으로 정 대표에게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당시 담당 검사, 부장검사 등 사건관계자를 대부분 조사했다.

홍 변호사가 주로 접촉한 수사 책임자는 최윤수 당시 3차장검사(현 국정원 2차장·연수원 22기)로, 지난해 8월과 9월 만나고 통화도 20여 차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홍 변호사는 '구속 수사'와 '엄정 수사' 방침만 전해 듣고 '선처 부탁'은 싸늘하게 거절당했다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당시 강력부장과 주임검사 역시 3차장검사에게서 이런 내용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조는 홍 변호사의 동기인 박성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17기)의 의지였는데, 박 고검장은 홍 변호사와 당시 만나거나 통화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홍 변호사는 함께 일하는 변호사를 보내 수사관과의 접촉도 시도한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런 '선처 시도'에도 결국 정 대표는 구속기소돼 실형 선고를 피하지 못했다. 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홍 변호사의 '전관 로비'는 결론적으로 실패한 셈이다.

정 대표를 포함한 홍 변호사의 의뢰인들은 기대만큼 검찰에 대한 변론활동이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도리어 불만을 가졌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해 상습도박 혐의로 정 대표를 기소할 때는 회삿돈 횡령 혐의가 포함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횡령 혐의가 포함됐다. 검찰은 당시 주된 혐의가 도박 사건이었던 점, 수사에 협조했던 점 등 여러 요인이 감안됐으며 처리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가 기소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검찰의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벌써 일각에선 '면죄부'나 '꼬리 자르기' 가능성을 우려하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은 최윤수 차장 조사는 서면으로 진행했고, 박성재 고검장은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박 고검장에 대해서는 홍 변호사가 찾아가거나 전화 변론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확인했다고만 밝혔다. 일각에서 '검찰 면죄부'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은 "원칙대로 철저하게 수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직 통화기록이 잦았던 검사나 수사관에 대한 조사는 이어지고 있어 추가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실패한 로비'라고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속기소된 최유정 변호사와 최근 체포된 브로커 이동찬을 중심으로 한 또다른 로비 의혹은 이씨 검거를 계기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운호 대표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은 현직 부장검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

정 대표 사건 등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검찰 수사관 및 경찰관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기소되기 전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된 것과 관련해서도 금품이 오간 정황 등은 나온 바 없으나, 일부 관련자에 대해서는 계좌추적 등 수사가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수사로 검찰은 과거 명성을 날렸던 특수수사 전문가이자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사법처리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현직 검사·법관을 대상으로 한 '현관(現官) 로비' 등을 둘러싸고 '이번 사례 뿐일까'라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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