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외모 콤플렉스 | 오귀스트 톨무슈 '자부심'

자매가 함께 저를 찾아왔습니다. 언니는 갸름한 얼굴에 날씬한 체형이었고, 동생은 언니에 비해 체격이 큰 편이었지만 통통하고 귀여운 인상이었습니다. 그들이 저를 찾아온 이유는 동생의 '섭식장애'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동생과 둘만의 시간을 갖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어릴 때 그녀는 언니와 함께 있으면 주변 어른들에게 언니는 항상 예쁘다는 칭찬을 들었고 본인은 귀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귀엽다는 말, 착하게 생겼다는 말이 결국 언니와 비교해서 못생겼다는 뜻인 것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 뒤로 모든 면에서 뛰어난 언니는 더 예뻐 보이고 칭찬받고, 본인은 점점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가고 있음을 보았다고 합니다.

  • 김선현
  • 입력 2016.06.20 11:43
  • 수정 2017.06.21 14:12

자매가 함께 저를 찾아왔습니다. 언니는 갸름한 얼굴에 날씬한 체형이었고, 동생은 언니에 비해 체격이 큰 편이었지만 통통하고 귀여운 인상이었습니다. 그들이 저를 찾아온 이유는 동생의 '섭식장애' 때문이었습니다. 성인 섭식장애란 신경성 식욕 부진증(거식증), 신경성 식욕 항진증(폭식증)으로 구분됩니다. 동생은 과식이나 폭식을 한 뒤에 부적절한 보상행동을 반복하는, 폭식증을 겪고 있었습니다. 체중증가에 대한 공포로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은 후에 일부러 토하거나 하루 3시간 이상씩 운동한다는 것입니다. 낮은 자존감, 우울증도 동반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만나기 싫어서 직업도 전화 상담원을 택했으며, 여름인데도 목폴라를 입고 있었습니다.

저는 동생과 둘만의 시간을 갖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어릴 때 그녀는 언니와 함께 있으면 주변 어른들에게 언니는 항상 예쁘다는 칭찬을 들었고 본인은 귀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귀엽다는 말, 착하게 생겼다는 말이 결국 언니와 비교해서 못생겼다는 뜻인 것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 뒤로 모든 면에서 뛰어난 언니는 더 예뻐 보이고 칭찬받고, 본인은 점점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가고 있음을 보았다고 합니다.

오귀스트 톨무슈Auguste Toulmouche / 자부심Vanity / 1890년

작품의 제목인 'Vanity'는 허영, 오만, 자만, 자부심 등 다양한 의미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이 여성은 외모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나친 허영에 사로잡혀 외모 가꾸기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갓 맞춘 분홍 드레스를 입은 자신을 비춘 거울에 뽀뽀를 합니다. 외모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외모의 아름다움만 계속 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만난 지 3초 이내에 결정된다는 첫인상은 그 사람에 대한 평가의 30~70%에 이를 만큼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를 후광 효과(Halo effect)라고 합니다. 후광 효과는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Edward Thomdike)가 발표한 개념으로, 예쁘고 매력적인 사람에게 더 호의적으로 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후광 효과는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모선입견 때문에 내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모두가 외모에만 신경 쓰는 외모 지상주의로 발전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죠. 면접을 볼 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성형을 하기도 합니다. 특정 직업을 갖기 위해 성형을 먼저 하고 시험을 준비하기도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스펙 중에 내면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지적 소양과 인격적 소양보다는 금방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비싼 비용과 아픔을 각오하고도 성형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지요.

외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심리학자 바버라 프리드릭슨(Barbara Fredrickson)과 로버츠(Tomi-Ann Roberts)의 '자기상대화 이론(Self Objectification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자신에 대해 타인의 평가를 중시한 나머지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이렇게 외모 지상주의 사회적 분위기가 젊은 여성이나 외모에 민감한 사람들의 심리를 위축되게 만들고 평가의 잣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나치게 외모에 민감해지면 수치감과 더불어 비교, 우울, 자신감 부족 등으로 우리의 마음은 상처를 받고 이런 저런 병리에 취약해집니다.

상담 온 동생에게 당신은 뚱뚱하지도 못생기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동생은 그렇지 않다며, 본인을 위로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저는 정상 체중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동생을 나란히 벽에 세우고 서로 상대방의 몸 테두리를 그리게 하고, 뒤로 나와서 비교해보라고 했습니다. 깜짝 놀라더군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거든요. 동생은 이 상황을 보면서 잠시지만 깊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미의 여신 비너스도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본인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외모는 객관적으로 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진짜라고 믿고 있던 잃어버린 진주 목걸이를 찾기 위해 평생 일을 했지만 결국 잃어버린 진주가 가짜였다고 한다면 이 얼마나 허탈한 일이겠습니까. 본인의 주관에 따라서 항상 못생기고 아니라는 열등감을 가지고 산다면, 그동안의 떨어진 자신의 자존감은 어떻게 보상할 건가요?

주변에서 아무리 설명해도 본인이 귀를 막고 자신의 외모에 대해 왜곡된 인지를 가지고 있다면 외모에 대한 관심 때문에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일은 소홀히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리게 보이고 싶어 나이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화장을 한 경우를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외모는 노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 들어서 '예쁘다'는 말보다는 '젊어 보이고 활기차다', '아름답다', '당당하다', '자애롭다', '멋지다', '지혜롭다'는 표현을 듣는 편이 저는 더 좋습니다. 이 감탄사에는 연륜과 함께 삶의 여정이 아름답게 베어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으니까요. 유명한 배우들 중에는 나이가 들어서는 화면에 잘 나타나지 않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팬들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것이지요. 그러나 오드리 햅번은 배우로서 삶뿐만 아니라 사회봉사자로서 노년의 모습이 공개돼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2013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 100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미의 기준에서 한쪽은 뛰어난 미녀이고, 한쪽은 뛰어난 미녀가 아닙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여성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여성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이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당당했기 때문입니다.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의 값은 진주보다 더 하니라" (잠언 31장 10)

현숙한 여인이 되고 싶어서 기도한 적이 있어 적어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오귀스트 톨무슈 #자부심 #김선현 #그림 #문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