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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가 기록한 세상의 모든 드라마

<로이터 사진전: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는 세계 3대 통신사의 하나인 로이터의 주요 사진 작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최초의 대규모 전시다. 전시는 여느 보도사진전과 마찬가지로 기자의 눈으로 포착한 세계 각지의 현장들을 선보인다. 여기에 다양한 삶의 단면을 담아 사실과 감성이 혼재한 사진들이 더해졌다. 로이터 사진기자 600여명이 날마다 생산하는 1600여장의 최신 사진들과 로이터가 보유한 1300만장 규모의 사진 아카이브에서 450여장을 엄선했다. 사실 기록 자료로 이해되는 보도사진에서 차별화를 추구하는 로이터 기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세계관을 사진에 투영해 공유하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글 호정은 큐레이터, 로이터사진전 사무국, 사진 로이터 제공

이 시대의 진정성 있는 보도사진작가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 로이터 기자들이 애착을 갖는 몇몇 기록들을 소개한다.

기자는 사진 속 이야기를 어떻게 한 컷으로 표현하는지, 어떻게 대중의 시선을 대변하는지, 또 기자의 감정 전달이 관람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직접 전시장에서 확인하기 전에 지면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작품 속 상황이 말해 주는 사실적 측면과 사진 한 컷에 투영시켜 언급한 기자의 세계관, 그리고 사실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유무에 주목해 보자. 현장에서 보내오는 보도사진 뒤 기자들의 생각이 궁금했던 적이 있는 당신이라면 다음 사진들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누군가의 삶에 공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과 감성이 혼재한 삶의 드라마

"나는 솔직하게 일반 대중에게 닿는 순간이면서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사진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이 작품이 아닐까 싶다. 무자비함으로 유명해졌지만 나는 내 사진으로 미얀마인들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 본다." 아드리스 라티프 / 양곤, 미얀마(2007. 9. 27)

위 사진은 미얀마 양곤에서 발생한 시위 도중, 군의 무력진압으로 AFP 통신의 나가이 겐지 기자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숨지는 순간까지 누워서 카메라를 들어올린 기자의 시선과 죽기 일보 직전인 기자를 바라보고 있는 로이터 기자의 시선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관람자의 몫이지만, 우리는 기자가 사진을 통해 전달하려는 분명한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진 속 기자의 목소리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던 것일까, 이 사진은 이듬해 퓰리처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처음엔 새 사건을 다룬 보도사진으로 이용하기에는 예술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편집부에서 이 사진을 보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사진을 전송했던 나는 추후 ‘세계적인 수준의 사진’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훗날 이 사진은 2007 월드프레스포토에서 수상했다." 아킨툰데 아킨레예 / 라고스, 나이지리아(2006. 12. 26)

다음 사진은 나이지리아의 상업 수도 라고스 인근에서 일어난 송유관 폭발 사고 현장에서 얼굴에 묻은 그을음을 물로 씻어내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포착했다. 21세기가 되고 디지털 기기가 보급되자 보도사진은 역사적 순간을 포착하는 것에 중점을 두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구도와 색감에도 비약적 변화를 겪으며, 사실과 예술의 경계 어느 지점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연

태초에 천지창조를 한 조물주의 눈에 보기 좋았던 것들, 즉 자연과 동식물들은 지금도 세상을 만들어가는 구성원으로 인간과 함께 공생하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파괴되거나 균형을 잃을 때 닥칠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가혹하겠지만, 때때로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인간들에게 자연은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수십년 동안 휴면 상태였던 푸예우에 화산의 폭발로 치솟은 화산재 기둥 사이로 번개가 내리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들을 통해 대자연의 위력과 함께 우리가 대자연을 존중해야 함을 보여 주고자 했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 엔트레라고스, 칠레(2011. 6. 5)

일상

보도사진이 특정 사건 사고가 발생한 현장만을 다루고, 난해한 소재만 주목할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일상을 스케치하듯 소소하게 담아낸 착한 드라마들도 있기 때문이다. 시내에서 놀고 있는 한 소년, 해변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 이런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일상을 담은 사진에 애착을 갖는 보도사진기자들도 적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 시대에도 세상에 바뀌지 않는 가치와 풍경들은 곳곳에 존재하기에.

"해질녘 해변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찍은 이 사진은 항상 기억에 떠오른다.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빛을 통해 포착한 장면이라는 점에서 소중한 사진이다. 이러한 장면은 순식간에 지나가기에 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했다고 믿는다." 엔리케 카스트로 멘디빌 / 리마, 페루(2008. 12. 26)

난민

로이터는 올해 100회를 맞이한 퓰리처상 시상식에서 <뉴욕타임스>와 함께 사진 속보 부분 등에서 수상했다. 올해의 키워드는 ‘난민’. 그들을 받아들임에서 명분과 실리, 인류애 등 제각각 다른 잣대를 들이대 국가간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야니스 베흐라키스 기자는 25년간 난민들의 발걸음에 동행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왔다. 아래 사진은 그의 수상작 가운데 하나다. 그 아래 사진은 촌각을 다투는 현장이 아닌, 정적이거나 감성적 사진으로 난민 실상을 알리는 방식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고무보트 위에 떠 있을지 모를 누군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아름다운 빛으로 차고 싱그러운 코스 섬의 아침, 나이가 지긋한 팔레스타인 여인이 아무 말 없이 차분하게 해변에 앉아 있었다.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나는 먼 거리에서 그녀의 사진만 몇 장 찍었다. 뒤에 알았다. 그녀가 앞을 못 본다는 사실을… 사진작가에게 빛은 전부이기에 그 순간 감정이 북받쳤다." 야니스 베흐라키스 / 코스, 그리스(2015. 8. 12)

"잔잔한 바다 위에서 환호하는 난민을 실은 고무보트 한 대가 해안가로 다가온다. 그러나 갑자기 배 뒷부분에 바람이 빠지더니 사람들이 바다에 빠지기 시작했다. 환호는 금세 비명으로 바뀌었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 소리를 지르는 한 남자가 내 눈에 들어와 몇 장을 찍었다. 구명 튜브 안에 조그마한 아기가 있다는 것을 사진 편집할 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알키스 콘스탄티니디스 / 레스보스, 그리스(2015. 9. 12)

재해

규모 7.0의 강진이 덮친 아이티에는 세계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왔다. 포르토프랭스의 비극적 참상을 전달하는 기자들의 눈이, 그리고 그들의 손과 발이 쉴 새 없이 바빴을 것은 분명하다. 다친 아이와 눈을 마주친 순간 기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발생 12시간 만에 찍어 바로 뉴스 속보로 보낸 사진들 중 하나다. 이 사진이 나에게 소중한 것은 이곳의 아이들과 이 나라에 대한 나의 연민 때문이다." 에두아르도 뮤뇨스 / 포르토프랭스, 아이티(2010.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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