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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하도다 리더십의 신화여!

서점에서 자기계발보다 더 쓸모없는 서적을 꼽으라면 바로 이런 리더십 서적이다. 누구의 리더십에서 배운다는 게 얼마나 어차구니없는 것인지는 스포츠를 보면 알 수 있다. 리더십 이야기에서 대표 주자로 나오는 게 보통 스포츠팀 감독들이다. 실제로 뭔 우승이나 호성적만 거두면 관련 감독에 대한 리더십으로 여기저기 도배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감독들이 팀을 바꾸거나 상황이 바뀌면 과거의 성공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김영준
  • 입력 2016.06.20 10:07
  • 수정 2017.06.21 14:12

개인적으로 '리더십'이란 용어 정말 안 좋아한다. 특히나 '리더십 특강'이나 'XX에게 배우는 리더십'은 거의 혐오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서점에서 자기계발보다 더 쓸모없는 서적을 꼽으라면 바로 이런 리더십 서적이다.

리더십이란 용어와 누구의 리더십에서 배운다는 게 얼마나 어차구니없는 것인지는 스포츠를 보면 알 수 있다. 리더십 이야기에서 대표 주자로 나오는 게 보통 스포츠팀 감독들이다. 실제로 뭔 우승이나 호성적만 거두면 관련 감독에 대한 리더십으로 여기저기 도배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감독들이 팀을 바꾸거나 상황이 바뀌면 과거의 성공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시즌 EPL 우승팀인 레스터 시티의 라니에리 감독만 해도 과거에 다른 팀들을 이끌었을 때는 우승을 못했다. 선수단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적도 있었고 선수들의 역량을 다 끌어내지 못한 적도 많다. 그러다 레스터 시티에 와서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즉, 라니에리 감독의 스타일은 레스터 시티와 잘 맞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대로 제한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에버튼을 11년간 이끌면서 중위권 강팀으로 꾸준히 이끌어온 데이비드 모예스의 경우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맨유 감독으로 임명되었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전 브라질 축구 대표님 감독.

또 과거에는 성공할 수 있었던 리더십이 현재도 성공한단 보장이 없다. 당장 지난 2014년 월드컵의 브라질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94년 월드컵 우승 감독인 카를로스 파헤이라와 02년 우승감독인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을 임명했지만 결과는 미네이랑의 참극이었다. 즉, 어떠한 리더십이 성공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조건과 환경, 시기가 기반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리더십을 기업 경영에 갖다 놓을 경우 코미디가 따로 없다. 스포츠는 결과가 금방금방 나오고 환경과 룰이 어느 정도 통일 되어 있기 때문에 변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러나 기업 경영이나 나아가서 국가 레벨까지 가면 무수하게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어떠한 리더십이 성공적인 리더십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고 그 리더십을 다른 곳에 이식하려 하면 성공은 고사하고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잭 웰치 전 GE 회장.

또한 그것이 그 당시엔 성공적일지 몰라도 나중엔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잭 웰치다. 80년대 GE의 구조조정을 이끌면서 잭 웰치의 경영과 리더십을 다룬 수많은 책과 기사들이 쏟아졌다. 아주 찬양 일색이 따로 없다. 그러나 지금은? GE의 장기 성장동력을 갉아 단기 실적으로 포장했다는 평가와 조롱을 받고 있다. 이 경우 잭 웰치의 리더십은 성공한 리더십인가?

거기에 이 'XX에게 배우는 리더십'과 같은 리더십 스터디의 치명적인 함정은 성공이란 결과를 기반으로 그 과정을 설명하려 드는 '성공 신화'의 끝판왕이란 것이다. 성공 요인을 개인의 리더십에서 찾으려 들기 때문에 모든 걸 리더의 어떤 행동과 행위에서 찾으려 하고 해석한다. 이걸 우리는 '사후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결과로 보이는 성공에 운이 개입되지 않았을 확률은? 분명 성공에선 운적인 요소가 크게 개입한다. 하지만 리더십 스터디에선 이런 운을 전혀 고려치 않는다. 철저하게 성공만 주목하고 있다. 그 리더십이 실패하거나 리더십이 자초한 화 혹은 실패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이거야 말로 반쪽짜리 스토리다. 그래서 리더십 스토리야말로 성공 신화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의 리더십이 현재에도 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거야말로 크나큰 착각이다. 그건 그 시대니까 가능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현재의 리더십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건 그 조건하에서 가능한 일인 경우가 많다. 세상에는 수많은 리더십이 있다. 그냥 인구 수만큼의 리더십이 있다고 봐도 된다. 그 중에 어떤 것은 성공하고 어떤 것은 실패한다. 하지만 실패했던 그 리더십이 나중에 상황이 바뀌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과거에 성공한 리더십이 상황이 바뀌자 몰락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그중에서 단지 극소수에 불과한 성공한 리더십만을 볼 수 있다. 노출되는 것도 겨우 그것 뿐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일단 그 리더와 나의 환경과 조건과 시기 자체가 동일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리고 나의 환경과 조건을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다한들 여기에 맞는 리더십을 찾아내는 건 또 전혀 다른 이야기다.

성공 신화의 허망함에 대해 지난 글에 이야기 한 적 있는데 리더십이야말로 그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성공 신화를 믿지 않는다면 리더십의 신화도 믿을 필요가 없다. 리더십이야말로 한 개인의 스토리를 신격화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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