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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테러 지목 한국인을 대하는 국정원의 자세

김씨의 가족은 언론 보도가 나온 6월 19일에서야 테러 대상으로 지목된 사실을 알았습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신변보호 통보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이 경찰에 통보한 주소가 옛날 주소였기 때문입니다. 국정원도 김씨가 제대로 보호받는지 아닌지를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김씨 가족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기 시작한 것은 언론에 김씨 관련 사건이 보도된 19일 저녁이었습니다. 인터넷에 테러 대상자로 지목된 지 10일이 지난 시점입니다.

  • 임병도
  • 입력 2016.06.20 05:59
  • 수정 2017.06.21 14:12

ISIL 해커 조직이 유포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오산 주한미군 공군기지 위치정보 ⓒ국정원 보도자료

국정원이 6월 19일 'IS'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가 국내 미군 시설과 우리 국민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했다고 공개했습니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ISIL(IS의 다른 이름)이 우리 국민과 국내의 미국 공군시설을 테러대상으로 지목하고 시설 좌표와 신상정보를 메신저로 공개하면서 테러를 선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도 오산과 전라북도 군산에 있는 미국 공군기지의 구글 위성지도와 상세한 좌표, 홈페이지 등이 공개됐으며 국내 복지단체 직원 1명의 성명과 이메일, 주소가 공개됐다"며 '만약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여 주한 미군 공군과 군·경 등 유관기관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으며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람은 경찰을 통해 신변보호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정원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받은 대한민국 언론사들은 앞다퉈 속보라며 IS의 국내 테러 가능성 관련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의 'IS 한국인 테러 지목' 사건은 알면 알수록 너무 허접합니다.

① 국정원의 정보 수집으로 밝혀진 사실?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내용'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6월 8일 공개된 IS Kill List ⓒ인터넷 사이트 캡처

국정원이 6월 19일 공개한 'IS 한국인 테러 지목' 사건은 IS의 해커조직인 "유나이티드 사이버 칼리파(United Cyber Caliphate)'가 6월 8일 #Kill_List라는 태그를 통해 알려진 내용입니다.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이미 6월 8일 관련 사건이 공개됐습니다.

6월 19일 저녁부터 6월 20일 아침까지 쏟아진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불안감에 떨면서 국정원의 정보수집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이 배포한 자료도 해외 일반 사이트에서 알려진 내용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특별하게 테러 관련 정보가 업데이트된 것도 없습니다.

② 테러 지목 김씨 신변보호는 19일에서야 이루어져.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테러 대상자로 지목된 김씨의 인적사항을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정보에 민감해야 할 국정원이 오히려 한국인을 위험에 빠뜨린 셈입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씨의 가족은 언론 보도가 나온 6월 19일에서야 테러 대상으로 지목된 사실을 알았습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신변보호 통보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이 경찰에 통보한 주소가 옛날 주소였기 때문입니다. 국정원도 김씨가 제대로 보호받는지 아닌지를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김씨 가족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기 시작한 것은 언론에 김씨 관련 사건이 보도된 19일 저녁이었습니다. 인터넷에 테러 대상자로 지목된 지 10일이 지난 시점입니다.

③ 테러방지법 때문에 테러 방지 가능했다?

국정원은 IS 한국인 테러 지목 사건을 공개하면서 테러방지법 때문에 테러 위협 정보가 유관 기관에 즉각 전파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 주장은 테러방지법 때문에 테러를 예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테러방지법이 꼭 필요하다고 그토록 주장했던 국정원이지만, 테러 위협에 대한 정보 수집부터 상황 전파, 감독, 신변보호, 그 무엇도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습니다.

한국군에도 제대로 보급이 되지 않은 신형 K-2C 소총을 사용하는 사진과 암시장 등에 거래되고 있다고 알린 트위터 ⓒ트위터 화면 캡처

지난 1월 한국군에도 제대로 보급이 되지 않은 신형 K-2C 소총이 암시장에 팔린다는 내용의 트윗이 군사 관련 트위터 계정에 올라왔습니다. IS가 사용하고 있다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라크에 수출된 총이 암거래 되고 있다는 가능성만 보도했습니다. 국정원은 아직도 정확한 경위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일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국정원의 테러 예방이나 과정은 허접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6월 8일에 알려진 내용을 국정원이 왜 임시국회 전날인 19일에 공개했는지도 의문입니다.

국정원은 '정부는 테러방지법 시행으로 신설된 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를 중심으로 범정부적 테러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국제 테러단체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며 '테러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믿기에는 국정원의 업무 처리가 너무 허술합니다. 국민이 아니라 국정원이 보호 받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아이엠피터'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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