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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사상 첫 '여성시장'에 제1야당 '오성운동' 비르지니아 라지

  • 허완
  • 입력 2016.06.20 05:28
Rome's newly elected mayor Virginia Raggi, of 5-Star Movement, gestures during a news conference in Rome, Italy June 20, 2016. REUTERS/Remo Casilli
Rome's newly elected mayor Virginia Raggi, of 5-Star Movement, gestures during a news conference in Rome, Italy June 20, 2016. REUTERS/Remo Casilli ⓒRemo Casilli / Reuters

이탈리아 로마 사상 처음으로 '여성 시장'이 탄생했다. 이탈리아 제1 야당 오성운동(M5S) 진영으로 로마 시장에 출마한 비르지니아 라지(37) 후보다.

그는 19일 밤 11시(현지시간) 주요 도시 수장을 결정짓는 지방선거 결선투표가 마감된 직후 발표된 출구 조사에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성운동은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깨끗한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좌파와 우파라는 기존 정당 체계를 부정하며 2009년 창설한 정당이다. 오성(五星)은 물, 교통, 개발, 인터넷 접근성, 환경 등 정당의 5가지 주 관심사를 뜻한다.

공영방송 RAI뉴스의 로마 시장 결선투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라지 후보는 64∼68%의 득표율을 보여 32∼36%를 얻은 집권 민주당의 로베르토 자케티 후보를 거의 더블 스코어 차로 압도했다.

라지 후보는 2주 전 치러진 1차 투표에서도 총 투표의 35% 이상을 얻어 집권 민주당의 로베르토 자케티 후보를 득표율에서 10%포인트 이상의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려 이변이 없는 한 결선투표에서도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써 로마는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칠레 산티아고에 이어 여성을 시장으로 둔 도시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로마는 또한 도시가 처음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2천500년 전 이래 처음으로 최초의 여성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그동안 로마에는 집정관부터 황제, 교황,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민선 시장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수장이 거쳐갔지만 이 가운데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로마는 2014년 말 불거진 마피아와 시청 공무원의 결탁 의혹 속에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시민들의 환멸이 극심해 기존 좌파와 우파 정당의 범주에 묶이지 않는 신생정당 오성운동 진영의 라지가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라지는 선거 운동 막판에 공공 기관에 자문을 해주고 받은 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악재를 만나기도 했지만 이는 당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차 투표에서 1,2위 후보 간에 득표율 1% 이내의 박빙 승부가 벌어진 밀라노 시장 선거 출구조사에서는 집권 민주당의 주세페 살라 전 밀라노엑스포 조직위원장이 중도우파 성향의 스테파노 파리시 후보를 근소하게 제친 것으로 집계됐다.

토리노에서는 예상을 깨고 오성운동 진영의 여성 후보 키아라 아펜디노가 현직 시장 피에로 파시노에 1차 출구조사에서는 근소하게, 2차 출구조사에서는 넉넉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 파란을 일으켰다.

나폴리에서는 무소속 현직 시장인 루이지 데 마지스트리스가 중도우파 성향의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서 낙승이 예상된다.

출구조사 결과가 그대로 현실화하면 2009년 창당한 신생 정당 오성운동은 4대 주요 도시 중 2곳의 시장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게 된다.

오성운동의 당수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은 그동안 대안 제시 없이 기성 정치 체제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적 공약을 제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당수인 그릴로의 독단적 당 운영 방식이 종종 도마에 오르는 등 한계를 드러내며 일부 지방에서 대표자를 배출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경제난과 실업난 속에 집권 민주당의 인기가 급락하고, 기성 정당이 부패했다는 유권자 인식이 널리 퍼지며 반사 이익을 얻었고, 이는 이번 로마와 토리노 시장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주요 공약으로 빈민을 위한 기본 소득 지원, 화이트 칼라 범죄와 조세 포탈 엄단, 감옥 확충, 자영업자 세금 감면, 공공 기관 연금 삭감, 방만한 공공 기관 민영화 등을 내세우는 오성운동은 이탈리아 언론이나 해외 언론에 의해 종종 '포퓰리스트' 정당으로 지목된다.

한편 집권 민주당은 마테오 렌치 총리가 발탁한 살라 후보가 신승을 거두더라도 로마에서 예상보다 훨씬 큰 격차로 패하고, 믿었던 토리노에서도 충격패를 당하며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선거 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와 마테오 살비니가 창설한 극우정당 북부리그(NL)가 주도권 다툼을 하며 분열된 우파 진영은 이번 지방 선거 주요 도시에서 시장직을 하나도 건지지 못하며 쇠락을 실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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