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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을 냉대하는 정부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에 참가했던 민간잠수사 김관홍(43)씨가 17일 오전 숨진 채로 발견된 것이다. 김씨는 이날 새벽 3시께 지인한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발생 7일 후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김씨는 무리한 수중 입수 등으로 인해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한다. 국가를 대신해 아무런 대가도, 그렇게 해야 할 일체의 의무도 없이 오직 유족들과 희생자들을 위해 목숨을 건 작업을 한 김관홍씨 등을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대했는가? 해경은 작업 중 사망한 민간잠수사의 사망책임을 김관홍씨 등 자발적 민간잠수사들의 맏형 노릇을 하던 공우영씨에게 뒤집어씌우려다 미수에 그쳤다.

  • 이태경
  • 입력 2016.06.18 05:24
  • 수정 2016.06.18 05:43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의 부재 혹은 정부의 실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세월호 사태다. 박근혜 정부는 참사의 예방과 구조와 사후 처리에 완벽하고도 철저하게 실패했다. 그것도 모자라 세월호 유족들을 공격하고 모욕하고 능멸하는 짓을 서슴지 않았으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걸 극력 저지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 결과 최대의 위로와 보호를 받아도 모자랄 세월호 유족들은 거리의 투사가 됐고, 세월호 사태를 진영 간의 싸움거리로 프레이밍한 정부 덕에 대한민국 국민은 두 동강이 났다.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펼쳐진 것이다.

비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에 참가했던 민간잠수사 김관홍(43)씨가 17일 오전 숨진 채로 발견된 것이다. 김씨는 이날 새벽 3시께 지인한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세월호 민간잠수사 김관홍씨 숨진 채 발견) 세월호 참사 발생 7일 후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김씨는 무리한 수중 입수 등으로 인해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한다. 국가를 대신해 아무런 대가도, 그렇게 해야 할 일체의 의무도 없이 오직 유족들과 희생자들을 위해 목숨을 건 작업을 한 김관홍씨 등을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대했는가? 해경은 작업 중 사망한 민간잠수사의 사망책임을 김관홍씨 등 자발적 민간잠수사들의 맏형 노릇을 하던 공우영씨에게 뒤집어씌우려다 미수에 그쳤다.(덫에 걸린 민간잠수사 '무죄')

2015년 12월 16일 서울 중구 YWCA 강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민간 잠수사 김관홍씨가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질문하는 모습.

생존 당시 김관홍 잠수사가 국정감사 현장과 세월호 청문회에서 남긴 발언은 차라리 절규다. 김관홍 잠수사는 국가가 사라진 바다, 정부가 부재한 현장에서 오직 선의만을 가지고 희생자 수습에 목숨을 걸었다. 김 씨에게 남은 건 망가진 육신과 폐허가 된 정신뿐이었다.

저희 법적인 논리 몰라요. 돈을 벌려고 간 현장이 아닙니다. 돈을 벌려고 간 현장이었으면 우리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한 번밖에 들어가면 안 되는 그 수심에서 많게는 네 번, 다섯 번.... 법리 논리 모릅니다. 제발 상식과 통념에서 판단을 하셔야지, 법리 논리? 저희가 간 게, 양심적으로 간 게 죄입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타인한테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 정부가 알아서 하셔야 됩니다.

-김관홍 잠수사가 지난해 9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국민안전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내용 중 일부

약이 없으면 잠을 못 자고, 화 조절이 안 되니까 그러다가 7월달 경에 지금 현재 유가족, 가족 분들을 만났어요.

만나 가지고 "고맙다"고, "고생했고, 고맙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저 정신과 치료제를 끊었어요. 그 한 마디에.

정신과 치료제라는 게 치료가 안 되어요. 약이라는 건 화만 눌러 놓는 거지. 그 한 마디가 저에게는...

저는 잠수사이기 전에 국민입니다. 국민이기 때문에 달려간 거고. 제 직업이, 제가 제가 가진 기술이 그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간 것일 뿐이지, 국가 국민이기 때문에 한 거지 애국자나 영웅은 아니에요.

저희가 왜 마지막에,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11구가 남아 있을 당시에 왜 나와야 했는지, 왜 저희가 그런 식으로 쫓겨나야 했는지, 우리는 포기 못 했는데, 그들은... 왜 저희가 나가야 했는지, 저는 그걸 묻고 싶고요. 가족분들한테... 저희는 구조 업무를 한 게 아닙니다. (울음) 좀 더 빨리 찾아서...찾아드리려고 했을 뿐이고...

고위 공무원들에게 묻겠습니다. 저희는 그 당시 생각이 다 나요. 잊을 수 없고 뼈에 사무치는데, 사회 지도층이신 고위 공무원께서는 왜 모르고 왜 기억이 안 나는지.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이 그 자리에 계시는데, 일명 저희는 노가다예요.

그런 사람보다 더, (말을 잇지 못하다가) 하고 싶은 얘기가 천불같은데. 가족분들하고 저희,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단순한 거에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 진실은 다를 수 있지만, 상황은 정확히 얘기를 해야죠, 상황은. 욕을 먹더라도. 여기까지 마치겠습니다.

- 지난해 12월16일 세월호 청문회에서 남긴 마무리 발언

김관홍 잠수사는 의인이다. 모름지기 정상적인 국가라면, 상식적인 정부라면 김관홍 잠수사 같은 의인들을 칭송하고 걸맞는 대우를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런 의인을 외면하고 냉대했다. 김관홍 잠수사의 죽음에 박근혜 정부의 잘못이 없다고 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방기한 데서 멈추지 않고 정부의 역할을 대신한 의인들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그 결과 앞으로 국가와 정부를 대신할 의인들을 기대하기가 정말 어렵게 됐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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