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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거지라서 훔쳐먹었어요"

  • 김도훈
  • 입력 2016.06.18 05:12
  • 수정 2016.06.18 05:31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독서실에서 다른 사람의 간식을 몰래 먹었다는 청소년의 사연이 전해지며 네티즌들 사이에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천시근로자종합복지관(복지관)은 15일 밤 복지관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소한 도난사고가 있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관계자의 말을 정리하면, 복지관 독서실을 이용하는 20대 여성이 자신의 사물함에서 과자 등 간식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러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메모를 남겼다.

그러자 15일 저녁 “죄송합니다. 제가 거지라서 훔쳐먹었어요”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포스트잇 형태의 답장에서 작성자는 “어찌어찌해서 독서실 비밀번호를 알아가지고... 독서실 사물함 한 번 열어봤는데 맛있는 게 있어서 저도 모르게 손이 갔어요. 정말 죄송해요”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부모님이 많이 바쁘셔서 동생들을 대신 돌봐야 하거든요”라며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오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복지관 관계자가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인해보니, 메모 작성자는 중학생 또래의 한 여학생이었다. 복지관은 페이스북에 “생리대 살 돈 없어 신발 깔창, 휴지로 버텨내는 소녀들의 눈물. 생활고에 못이겨 집세와 공과금만 남기고 동반자살했던 세모녀. 인공지능과 인간이 대결을 하는 첨단의 시대에도 처절한 빈곤과 배고픔은 여전하다”라고 썼다. 복지관은 이어 “구김없이 자라야 할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 복지관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아이를 돌봐주는 복지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사물함에 먹을 것을 넣어두고 먹어도 된다고 메모를 붙여놔달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복지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독서실 등 복지관 시설에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비치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학생이 다시 복지관을 찾으면 사실을 확인하고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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