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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94세 전 나치 친위대원에게 징역형 선고

  • 강병진
  • 입력 2016.06.18 05:02
  • 수정 2016.06.18 05:04
Defendant Reinhold Hanning, a 94-year-old former guard at Auschwitz death camp, sits in a courtroom before his verdict in Detmold, Germany, June 17, 2016.   REUTERS/Bernd Thissen/Pool       TPX IMAGES OF THE DAY
Defendant Reinhold Hanning, a 94-year-old former guard at Auschwitz death camp, sits in a courtroom before his verdict in Detmold, Germany, June 17, 2016. REUTERS/Bernd Thissen/Pool TPX IMAGES OF THE DAY ⓒPOOL New / Reuters

독일 나치 정권이 2차 세계대전 때 폴란드에서 가동한 아우슈비츠 강제 집단수용소의 학살을 방조한 혐의로 지금은 94세의 노인이 된 과거 나치 친위대원(SS)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독일 서부 데트몰트에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법원은 17일(현지시간) 아우슈비츠 경비병으로 있으면서 이곳에서 일어난 17만 명의 체계적인 학살에 조력자로 역할한 죄를 물어 피고인 라인홀트 한닝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앙케 그루다 여성 판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2년 6개월 가까이 있으면 집단학살을 방조했다고 판단 근거를 밝혔다.

1921년 태생의 피고인은 1934년 나치청소년조직에 가담한 데 이어 1940년 자발적인 SS 요원으로서 전쟁에 참여하고 나서 1942년 1월부터 1944년 6월까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일했다.

지난 4개월의 공판 기간에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증언하고, 가족들까지 가세해 공동 원고인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닝은 그 과정에서 수용소 경비병으로 지내면서 유대인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것을 막으려 노력하지 않았다고 고백하며 부끄럽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런 범죄조직에 속해서 불의를 지켜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을 자책하며 반성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한닝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살해하거나 고문에 가담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이번 판결 직후에도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2월 한닝을 기소하고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한닝이 주로 1943∼1944년에 수용소에서 유대인 중 노동 가능한 인원과 가스실로 보낼 사람을 구분하는 일, 수용소 내에서 주기적으로 이뤄지던 대규모 총살, 수용자들에 대한 조직적인 굶기기를 방조한 혐의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공판은 무엇보다 아우슈비츠의 마지막 공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주목받았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지난 15일 기사에서 아우슈비츠에서 의무병과 무선 기사(통신연락책)로 각각 일한 95세 남성과 92세의 여성의 공판이 노이브란덴부르크와 킬에서 각각 거론되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건강 문제로 열릴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앞서 가장 최근에 관심을 끌었던 아우슈비츠 관련 재판은 지난해 7월 '아우슈비츠 장부 관리인'으로 불리던 오스카어 그뢰닝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당시 그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한닝에 대한 이날 판결에 세계유대인회의는 "집단학살에 면죄부는 없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우슈비츠 생존자들 역시 "70년이 지나 정의를 세웠다"며 판결을 평가했다.

이날 한닝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앞으로 항소 과정이 남아있으므로 형을 살지 않는다.

이후 최종 확정판결이 나더라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그 역시 초고령으로 건강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고 이전에도 주법원은 하루 2시간으로 그에 대한 재판 시간을 제한했다.

독일의 나치 단죄 태도는 검찰에 수사 자료를 제공하는 '나치 범죄 조사 중앙본부'의 쿠르트 슈림 수석이 지난해 4월 dpa 통신에 밝힌 언명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당시 그는 집단수용소 간수(경비병) 활동만으로도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2011년 법원 판례를 들어 "1970년대와 80년대 이뤄진 결정과 작금의 법적 해석이 양립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특정한 2011년 판례는 뮌헨 법원이 그해 5월 폴란드 '소비보르 절멸 수용소'의 전직 간수 존 뎀야뉴크에게 금고 5년 형을 선고한 것을 말한다.

독일은 전후 유대인 학살에 직접 가담했다는 증거가 있는 이들만 처벌하다가, 이 판결을 계기로 '학살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의 구성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독일 검찰 역시 이전까진 그런 학살 가담의 직접적 증거를 강조했지만, 수용소 경비원 인사 기록 카드 하나가 유일한 실물 증거였던 뎀야뉴크 사건 기소 이후부터 달라졌다.

이미 사망한 뎀야뉴크는 2차 대전 당시 소비보르 수용소에서 유대인 2만9천 명이 살해된 범죄 사건의 종범 혐의로 기소됐지만, 앞서 이스라엘 대법원에선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되기도 했다.

슈림 수석은 dpa 인터뷰에서 기소 검토 대상자들이 모두 90세 전후의 노령임을 지적하며 "우리의 모든 노고가 헛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단 한 사람의 나치 전범이라도 남아있다면, 또 그가 100세까지 살더라도 끝까지 우리의 조사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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