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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 인터뷰] 인디 밴드 '치즈'는 더 이상 당신만 아는 밴드가 아니다

  • 김태우
  • 입력 2016.06.21 13:06
  • 수정 2016.06.21 13:15

아는 사람은 아는 밴드다. 하지만 나만 알고 싶은 밴드다.

‘그냥 평범한 27살 남자와 26살 여자’로 소개를 부탁하는 ‘치즈’는 지금 인디신에서 가장 핫한 뮤지션 중 하나다. ‘망고,’ ‘마들렌 러브’ 등 듣기만 해도 깜찍한 노래를 부르는 이들은 6월 16일 미셸 공드리의 영화 ‘무드 인디고’와 제목이 같은 타이틀곡이 담긴 EP 'Q'를 발매했다.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여름밤,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아는 사람은 아는, 나만 알고 싶은 가수’ 치즈의 멤버 달총과 구름을 만났다. 두 사람은 본인들을 ‘당신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한 듀오’라고 말한다. 한 가지 주제나 특징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가사와 멜로디를 선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핑턴포스트는 당신이 뭘 아는지 몰라서 다 물어봤다.

‘치즈’가 생소할 수도 있을 독자들을 위해 직접 소개 부탁드려요.

달총: 안녕하세요, 저희는 치즈입니다. 저는 치즈의 달총이구요.

구름: 저는 치즈의 구름입니다.

이름을 치즈로 지은 이유가 있다면?

달총: 글쎄요, 이게 환상이 깨지실까 얘기를 잘 못 하겠는데…

구름: 팀을 처음 만들 때 뭔가 ‘대업을 이뤄야지.’ 하고 머리를 싸맨 게 아니라, 일단은 팀이 결성되면 이름이 있어야 주인의식이 생기잖아요. 그러다 어디선가 치즈라는 단어를 봤어요. 친구 말로는 치즈가 미끼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 절 포함한 네 명 모두(*치즈는 사실 네 명으로 시작한 그룹이었다.) 예쁘고 깔끔하고 좋다고 생각해서 치즈로 정했어요.

재밌는 건, 제가 치즈를 생각했을 때는 미끼를 말했던 거였거든요. 근데 당시 다른 멤버는 사진 찍을 때 외치는 치즈라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겠구나!’해서 애착 있게 쓰고 있어요.

함께 일한 지는 얼마나 된 건가요?

달총: 저희가 같이 일하게 된 건 2010년부터였는데, 학교 선후배로 만나서 이 팀을 만들었어요. 처음엔 팀에 대해서 큰 꿈이 있거나 했던 건 아니었거든요. 스터디로 모여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에요. 어쩌다 보니 팀이 점점 커지고… 앨범 단위가 점점 커지고…그러다 보니 꿈이 점점 커지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구름: 햇수로는 6~7년 된 건데, 팀 자체의 비전이 계속 커지고 바뀌고 있어요.

멤버 구성에 변화가 있었어요. 네 명이 함께 하다가 두 명이 일하게 된 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달총: 일단은 작업 방식이 굉장히 간단해지고, 빨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 시작했을 때는 4명이 의견을 모으다 보니 충돌하는 부분도 있고, 시간이 오래 걸렸거든요. 1집을 만들 때는 각자 담고 싶은 게 있다 보니까 충돌이 많았다면, 지금은 둘이 남아서 작업하니까 작업 방식이 엄청 편해졌어요.

구름: 그룹을 넷으로 시작하게 된 건 스터디 그룹을 둘이서만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였거든요. 저는 모든 개인의 열정이 다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팀의 비전이 커질수록 그것에 맞는 아웃풋(output)을 줄 수 없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된 거죠. 그래서 더 좋고 덜 좋고라기보다는 원하는 일을 좀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 거랄까. 옛날의 좀 더 가벼웠던 비전이 주는 장점이 있었다면, 지금은 전보다 커진 꿈이나 비전을 가지고 두 명이 작업을 하는 데 있는 장점이 있어요.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서로의 장단점을 꼽아보자면?

구름: 제가 엄청 심혈을 기울이거나 예술적으로 고집을 피우는 편이 아니라 쉽게 작업하려는 편이거든요. 달총이의 장점은 저랑 곡을 만드는 속도가 비슷해서 작업하는 데 정말 도움이 돼요. 그런데 저는 작업 후반에도 대충하고 싶어 한다면, 달총이는 자신이 원하는 게 정확히 있어서 원하는 걸 완성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편이에요. 그때 잠깐 힘들어요. 사실 좀 안 좋은 마음이긴 한데, ‘대충 좀 넘어가지.’ 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다 끝나면 좋아요. 하길 잘했다 싶죠.

달총: 일단 제가 생각하는 장점은 오빠의 빠른 작업속도에요. 제가 말도 안 되는 걸 설명해도, 어떻게 알아듣고 완성해주는 센스가 있어요.

제가 후반 작업할 때 몰아친다고 했는데, 저도 그걸 알고는 있어요. 뭔가 작업물을 냈을 때 조그만 후회도 없길 바래서 계속 수정 요청을 하는데도 엄청 짜증 안 내고 따라와 주는 것도 장점으로 생각해요. 혼자서 컴퓨터 작업하면서도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엄청 많고, 이 사람이 작업한 음악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는 것 역시 장점이고요.

단점이라면, 연락이 잘 안 돼요. 자기가 받고 싶은 연락만 받아요. 저는 성격이 급한 편이라 연락을 안 받으면 받을 때까지 하는 편인데, 그래도 회사(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들어오고 나서는 연락도 잘 받고 해서 좋아요.

구름: 인정합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 다 하는 말이에요.

치즈는 어떤 음악을 추구하나요? 여태껏 발표된 음원들을 들어보면 대부분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것 같은데.

달총: 추구하는 음악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고요. 좋은 곡을 만드는 게 목표기 때문에, 추구하는 방향은 구체적으로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구름: 그렇죠. 정해놓고 작업한다기보다는 그때그때 하다가 나온 것들? 서로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다 보면 꾸준히 비슷하게 음악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비슷함을 놓지 않는 게 지향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달총이 말한 좋은 음악의 정의는?

달총: 저희 취향이죠.

구름: 우리 듣기 좋은 음악!

달총: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만들어서 내는 편인데, 일단 둘이 작업하면 개인적으로 작업할 때보다 밝고…(구름: 쉽게!) 그런 곡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다운된 곡보다는 업된 곡이 많이 나오는 편이죠.

어디서 영감을 받는 건가요?

달총: 사실 추구하는 음악이 없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들었을 때 사운드 적으로 괜찮은 음악을 듣고 영감을 받는 편이죠. 가사의 경우는 제 개인적인 일들이나, 문득 생각이 나는 게 있으면 메모로 옮겨 적어요.

구름: 제 개인 작업을 한다고 하면 개인적인 감정들을 담을 텐데, 팀이기 때문에 저 혼자 있을 때 할 수 없는 걸 여기 담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싱글을 만들 때는 쉽게 작업할 수 있는 걸 한다면, 앨범 단위로 작업할 때는 음악적인 주제를 하나 정해요. 예를 들면 작년에 나온 ‘plain’이란 앨범의 경우는 아무 곡도 없었을 때부터 다양한 장르의 곡을 써서, 그걸 최대한 듣기 쉽게 만드는 걸 목표로 정해놓고 시작했어요.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틀이 있었고, 그걸 기준으로 시작하다 보니 앨범마다 주제가 조금씩 다르죠.

작업 과정은 보통 어떻게 되나요?

구름: 저는 컴퓨터로 만지는 일을 하는 포지션이다 보니까 제가 아무것도 없는 음악을 만들어서 달총이한테 보내주면, 거기에 달총이가 가사나 멜로디를 붙여 보내주는 식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있고, 아니면 달총이가 먼저 가사나 멜로디 작업이 되어있는 곡을 저한테 보내주면 제가 그걸 들을 수 있는 음원으로 디자인해서 만들기도 해요.

여태껏 공개한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구름: 애착이 가는 곡은 제가 단순히 많이 듣는 곡인데, 사실 작업할 때 빨리 끝난 곡이에요. 작업할 때 많이 들을수록 ‘내가 왜 또 이걸 들어야 하지? 어차피 라이브 할 때 또 들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곡들이 애착이 가곤 하죠. 기억에 남는 건, 1집에 ‘빠빠빠’라는 곡이 있어요. 2010년 7월부터 시작해서 쓰는 데 총 4년이 걸렸어요. 잘 안 풀려서 발매 전까지 작업하던 곡이었어요. 그 당시 수정했던 데이터가 다 있는데, 헛소리 녹음한 것까지 포함해서 200GB가 넘어요.

달총씨가 제일 기억에 남는 곡은?

달총: 저는 사실 모든 곡이 애착이 가지만, 제가 막바지 작업할 때 웃음이 난 곡이 있어요. ‘모두의 순간’이요. 작업할 때 둘이 힘든 것 없이 합이 맞아서, 마지막 작업할 때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이 노래가 기억에 남아요.

이번 EP ‘Q’를 소개해주세요.

달총: 6월 16일 발매될 EP ‘Q’의 타이틀곡은 ‘mood indigo’와 ‘어떻게 생각해’고, 총 다섯 곡으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앨범 제목의 뜻은 질문(Question)의 Q도 있고 ‘레디 큐!’의 큐도 있습니다.

'Q'의 앨범 재킷

‘무드 인디고’의 제목의 의미도 궁금해요. 왜 미셸 공드리의 ‘무드 인디고’를 제목으로 짓게 된 건가요?

구름: 원래는 정규 1집도 나오기 전에 쓴 곡이거든요. 그걸 어떻게 쓸까 하다가 그냥 이번에 쓰게 됐어요. 그때 당시 가제목은 ‘러블리’였어요. 그렇게 있다가 회사 스태프분들과 대화하다 '무드 인디고'로 창작이 된 거예요. 대단한 의도가 담긴 거라기보다는 나중에 느낌을 부여한 거죠.

‘어떻게 생각해’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요?

달총: 그 곡은 사실 저희가 부르려고 쓴 곡이 아니었어요. 다른 가수를 주거나 OST로 써볼까 고민했던 곡이었죠. 제가 생각이 많거든요. 항상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지겨운 거예요. 그래서 만든 곡이 ‘어떻게 생각해’에요. ‘나는 늘 생각하고 있는데 왜 또 항상 생각해야 하는가?’ 또는 ‘나는 항상 생각하고 있는데 넌 어떻게 생각을 하니?’라는 이중적인 뜻이 있어요.

이번 앨범을 묶어주는 주제나 앨범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구름: 내용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건 없어요. 정해진 내용이나 진지한 메타포(metaphor)가 있다면 음악도 진지해진다고 생각해서요. 이번 앨범은 팝이거든요. 이번 앨범을 묶어주는 주제가 있다면 처음 레퍼런스로 잡았던 제이 딜라나 누자베스같은 비트였는데, 그런 질감과 사운드로부터 시작한 거예요.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달총: 사실 다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모든 곡에 애착이 가지만, 그중에서 꼽으라고 하면 ‘어떻게 생각해’랑 ‘새벽길’일 것 같아요. 가사에 신경을 많이 썼던 곡들이라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구름: 저는 2번 트랙 ‘깊이 아래로’라는 노래요. 그 곡은 멜로디나 편곡도 좋지만, 제가 이 곡을 제일 좋아하는 이유는 제일 처음 ‘아, 이거다!’하고 정리되는 곡이 있어요. 그런 곡이 나와야 다른 곡들도 빨리 진행되거든요. 이번 앨범에서 그런 역할을 한 곡이 ‘깊이 아래로’였어요. 제일 처음 앨범 컨셉을 정해준 곡이었죠.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구성이나 소리의 연식까지 가장 중심이 되는 곡이라서 제일 집중해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본인들 이야기로 돌아가서,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나요?

구름: 저는 제가 하는 음악과 전혀 다른 음악을 하는 사람이요. 제가 즐겨 듣는 음악은 보통 저랑 전혀 다른 음악을 하는 분들의 노래거든요.

로빈 한니발이라는 뮤지션이 있는데, 그분은 개인으로도 앨범을 내지만 팀을 두 개를 해요. 근데 팀 활동에서 분출하지 못한 것을 개인 앨범에 담곤 하죠. 심각하지 않고 편하게 이것저것 다 하는 스타일이 제가 지향하는 것과 같아요. 그분 음악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 사람의 스타일이 주는 안정감이 있는 것 같아요.

달총: 저는 사실 여러 부류의 뮤지션을 좋아해요. 뭔가 하나를 콕 집어서 말하기는 그래요. 닮고 싶은 뮤지션도 그다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제가 그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꿈이에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은지?

구름: 저는 그냥 이것저것 많이 하고 싶어요. 곧 드라마 하나 작업할 것 같고, 밴드도 하면서 개인 음악 활동도 하고요. 그걸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전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딱 그 정도의 음악인이 되고 싶습니다.

달총: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거,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음악에 엄청난 욕심까지는 아직 없고, 제가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요. 여러 가지 하는 것도 좋지만, 전 제 행복이 우선인 것 같아요.

치즈의 인터뷰 후에는 허핑턴포스트라이브 독자들을 위한 페이스북 라이브도 진행했는데, 이들의 라이브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 앨범 ‘Q’는 6월 16일 발매됐으며, 7월 말 단독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그 즈음이면 아마 그들은 당신만 아는 밴드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영상이 재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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