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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볼티모어 수족관이 돌고래 8마리를 바다로 돌려보낸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국립 수족관이 세계 최초로 돌고래들을 바다 보호구역에 풀어주기로 했다. 수족관 역사에 일획을 그은 사건으로, 수년간 돌고래 전시와 공연을 반대해 온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이 일궈낸 성과로 풀이된다.

볼티모어 수족관은 14일 “돌고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가장 좋은 방식”을 5년간 논의한 끝에, 대서양병코돌고래 8마리를 2020년까지 바다 보호구역에 풀어주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관람객들은 해변에 설치된 갑판에서 돌고래들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돌고래들을 관찰할 수 있다.

존 라카넬리 관장은 '뉴욕 타임스'에 “지금까지 (어떤 수족관도) 돌고래 수영 체험이나 다른 수익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돌고래를 바다 보호구역에 풀어준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국립 수족관의 돌고래들

연간 13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볼티모어 수족관은 5년 전부터 유명한 돌고래쇼를 폐지하고 수조 안에서 수영하는 돌고래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전시 방식을 바꾼 바 있다.

수족관 쪽은 바다에 거대한 울타리를 쳐서 돌고래들이 최대한 자연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를 야생에 풀어주면 생존할 수 없는 탓이다. 평생을 볼티모어 수족관에서 함께 생활해 온 7~44살의 암컷 6마리, 수컷 2마리 돌고래들은 바다 보호구역에서도 함께 살게 될 전망이다.

돌고래 바다 보호구역을 디지털화한 뒤 수족관에 있는 전문가들이 돌고래의 상태를 항시적으로 돌볼 계획이지만, 인위적인 먹이주기 등은 하지 않는다. 현재 수족관 위치 선정팀이 돌고래에 알맞은 서식 환경 등을 고려해 수온이 높은 플로리다와 카리브해 일대 바다를 물색하고 있다. 보호구역 설치 비용은 아직 추산되지 않았으나, 수족관 쪽은 비용 충당을 위한 기부금 모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능이 높고 활동량이 많은 돌고래를 수족관에서 사육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타고난 서식지에서 살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 중에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자주 보고돼왔다.

2010년 미국 최대 돌고래쇼 테마 파크인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시월드에서 조련사가 범고래 ‘틸리쿰’의 공격을 받고 숨진 사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블랙피시' 등은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 이후 전세계 동물보호단체들은 수족관 앞 시위 등 돌고래 전시 공연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라카넬리 관장은 “베이비 부머 세대는 ‘플리퍼’(영화 '프리윌리'의 주인공 돌고래)를 보고 자랐고, 그것은 (돌고래를 바다 보호구역에 풀어주는 것은) 프리 윌리”라며 새로운 세대에 맞는 ‘수족관 철학의 변화’를 설명했다. 10여년간 관람객들의 반응을 추적해보니, 미국 대중들은 이제 ‘수족관 안에 갇힌 돌고래’라는 개념 자체를 매우 불편하게 받아들인다는 지적이다.

라카넬리 관장은 17살 때 샌프란시스코 베이 마린 공원에서 ‘스폭’이라는 돌고래를 가둔 수영장 콘크리트벽에 붙은 (해)조류를 떼어내는 일을 했었는데, 이 때의 개인적인 경험이 이번 결정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볼티모어 수족관이 계획중인 바다보호구역 이미지

'워싱턴 포스트'는 볼티모어 수족관의 결정이 동물원·수족관의 ‘동물쇼’를 중단한 뒤 남은 동물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전범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로리 마리노 고래 보호구역 프로젝트 대표는 “흥분되고, 정말로 (동물권의) 돌파구가 될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영했다.

그는 “이것은 동물 복지를 엄청나게 향상시킬 것이다. 동물들이 수족관에서 공연하면서 부정당해온 것들을 조금이나마 회복시켜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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