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이 수요미식회 등에서 두 번이나 조명을 받고, 뮤지션들 사이에선 평냉계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다. 메밀 면에 차게 식힌 진한 고기 육수를 부어 먹는 그 맛이야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맛이지만, 가끔 뒤늦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애정을 지나치게 과시하고 한다.
이런 평양냉면에 대한 애정의 과시를 '물냉부심'이라 하고 물냉 부심이 지나치면 남을 가르치려고 들면서 '면스플레인'(냉면에 대해 자꾸 가르치려 드는 자세나 마음가짐)을 하게 된다.
물냉 힙스터들이 자주 하는 '면스플레인'을 몇 개 추려봤다.
1. 너, 설마 비빔냉면 먹니?
'여기서 그걸 왜 먹냐'는 말 정말 싫다. 비빔냉면을 먹는 건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우래옥 비냉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기는 하니?
대한민국에서 함흥냉면이랑 비빔냉면은 쿠테타라도 일으킨걸까?... pic.twitter.com/Ls7Z6FEvSS
— 삼별초 (@byulchosam) 15 June 2016
2. 가위로 면 자르지마
그렇게 가위로 잘라먹지 말라고 잔소리 잔소리를 한다. 평양냉면은 가위로 잘라먹는 거 아닌 거 아는 사람도 네가 그런 말 하면 엄청 잘라먹고 싶어지거든?
다른사람 음식 참견(?)하는 곳으로 냉면집 만한데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집 냉면은 물냉면이 진짜야!"라거나 "냉면을 가위로 자르는 건 냉면을 무시하는거야!"라는 얘기는 한여름 냉면집에서 흔히 들리는 레파토리죠. 면스플레인인가요? ^^;
— seungsoo Yoo (@ssyoo21) 20 July 2015
3. 식초 겨자는 죄악
평냉 힙스터 족 중 '순수 평냉 파' 계열이 특히 이런 면스플레인을 엄청 많이 한다. 마치 식초나 겨자를 치면 평양냉면의 순수성이 더럽혀지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내 맘이야. 내 맘이라고!
@ickjong 저도 평냉 좋아하지만, 평냉이 무슨 진리인양 행동하는 분들과 동석할때 무척 불편하더군요. 제 입맛에 따라 겨자 넣고 먹을 수도 있는건데, 먹을 줄 모른다는둥, 그건 이렇게 먹는거라는둥.. 평냉부심은 대체 어디서 비롯된걸까요 ㅎ
— 서형욱 Hyung Seo (@minariboy) 21 April 2016
4. 메밀 함량이 낮아
'거기는 메밀 함량이 너무 낮아', '전분으로 만든 함흥냉면은 왜 먹니?' 평냉 힙스터 족 중 '순수 메밀 파'가 자주 하는 면스플레인. 면이 뚝뚝 끊어지는 100% 메밀면이 최고인 줄 아는 사람들. 그러나 사실 최고로 치는 메밀 면의 대부분은 100% 순 메밀면이 아니며 전문가들은 보통 메밀과 전분 8:2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수정 : 우래옥에서 따로 주문이 가능한 순면은 100% 메밀면.)
참고로 우래옥은 예전에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레시피를 공개했었어요. 물 100ℓ + 양지+사태 42kg + 소금 2kg + 삼화간장 4ℓ 으로 육수를 만든다고 합니다. 면은 메밀과 전분의 비율이 3:1이라고 하네요. 여름에는 전분 비율을 늘린다고..
— Hyun-Ho Shin (@shinhh) 30 July 2015
5. 궁금하지 않은 너의 평양냉면 순위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냉면 한 그릇 먹으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평양냉면집 순위를 쭉쭉 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정말 안 궁금하니까 평양냉면 순위 좀 정하지 말아 줄래? 아니 정하는 건 좋은데 우리한테 말하진 말아줄래?
헐 허세뽕+힙합뽕+평양냉면뽕 면스플레인 이거... 구남친이 맨날 '진짜 평양의 맛' 타령하면서 페북에 '냉면맛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새끼들' 욕하는 글 썼는데 ㅋㅋㅋㅋㅋ 북한에서 오신 건 너네 할머닌데 웬 부심은 니가 부리냐 싶었던
— 린 (@_chaerina) 15 June 2016
한편 평양냉면을 두고 왜 이리 난리들이냐는 데 대해 한 트위터 사용자가 재밌는 의견을 내놨다.
지금 당장 냉면집 어디 한군데만 가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저놈의 '면스플레인'은 어느분 말대로 '제일 싸게 할 수 있는 미식놀이'이기 때문이다.
— e_ (@eunderbar) 15 June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