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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로 다가온 신공항 선정에 정치권이 여야가 아닌 '지역별'로 쪼개져 싸우는 이유

  • 원성윤
  • 입력 2016.06.15 13:37
  • 수정 2016.06.15 13:41
ⓒ연합뉴스

부산 가덕도냐, 밀양이냐. 동남권신공항 유치가 6월24일 결정된다. 한 곳으로 결정될 수 밖에 없는 결정을 두고, 정치권이 쪼개져 싸우고 있다. 이번엔 여야가 아닌 부산과 밀양(경남, 경북, 대구, 울산)이 지역별로 나눠졌다. 행정수도 이전 당시 충청권과 수도권이 갈라져 싸운 것을 연상케한다.

신공항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은 '국론분열'이라고 할 만큼 심각하다. 6월14일,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는 부산지역 의원들을 비롯해 시민 2만여명이 모여 권기대회를 열었고, 같은 날 경남, 대구, 울산, 경북 시도지사는 밀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 신공항 유치를 주장했다. 신공항 유치는 왜 이렇게 소비적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1. 노무현 정부에서 첫 검토 시작했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밀양 신공항 조감도

신공항 건설 계획은 2003년 1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 당선인은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역 상공인 간담회에서 신공항 건설을 건의받고 “적당한 위치를 찾겠다”고 답했다. 이후 임기 종료 1년 2개월을 앞둔 2006년 12월 노 대통령이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 타당성 검토를 지시하면서 신공항 논의에 불이 붙었다. 2007년 대통령선거(대선)를 한 달여 앞둔 11월 11일 건설교통부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1단계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주간동아, 6월15일)

2. MB정부에서는 왜 신공항 선정을 취소했을까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선정을 전면 백지화시켰다. 2차 용역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경제성 부족과 지역 간 심각한 대립 때문에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연합뉴스 6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2011년 평가에서는 3가지 큰 항목에 19가지 세부 항목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며 "100점 만점에 가덕은 38.3점을, 밀양은 39.9점을 각각 받았다"고 밝혔다. 밀양이 1.6점 높기는 했지만, 두 곳 모두 후한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큰 항목 가운데 경제성에 가장 높은 비중인 40%를 뒀는데 가덕과 밀양은 각각 12.5점과 12.2점을 받는 데 그쳤다. 특히 경제성 가운데 가장 높은 가중치가 주어진 세부항목은 사업비였는데 15.8점 가운데 가덕은 3.9점을, 밀양은 3.7점을 받았다. 경제성 항목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 시공 용이성 및 확장성에서도 가덕과 밀양은 9.8점 가운데 4.3점과 4.5점으로 저조했다." (연합뉴스, 6월 15일)

점수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투자비에 비해 건설비가 지나치게 많이 든다는 것이다. 더구나 환경파괴 역시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측에 용역을 줘 신공항 사전 타당성을 검토하고 발표하면 결과에 승복하기로 일단 부산, 경남, 울산, 경북 시도지사는 합의한 바 있다.

3.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나

무엇보다도 대선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당시 후보는 2012년11월30일 부산유세에서 "부산시민이 바라고 계시는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면서 신공항의 부산 유치를 약속했다.

여기에 더해 김해공항이 최근 5년간 국제선 여객 연평균 증가율이 16.2%를 기록하는 등 고속성장하고 있어 신공항의 필요성은 일정부분 충족됐다는 것도 있다.

4. '밀양 유치설'이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기현 울산시장(왼쪽부터)이 14일 오후 경남 밀양시청 회의실에서 대한민국 백년대계인 남부권 신공항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는 공동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각 지역 시도지사들은 '사생결단'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밀양유치설'이 정치권 안팎에서 돌자 서병수 부산시장은 신공항 유치에 실패할 경우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까지 나타내고 있다.

KNN에 따르면 이에 대해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그런데 부산시장은 (용역) 내용을 좀 아는 모양이지요. 그러니까 벌써 불공정 운운 등 이야기가 나오죠"라며 서병수 부산시장을 조롱하기도 했다. 이들은 부산이든 밀양이든, 결과가 나오면 불복종의 뜻을 강하게 비치고 있다.

5. 더민주도 갈라져서 싸우고 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여당인 새누리당 안에서도 싸우고 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역시 갈등을 빚고 있다. 대선에서 부산 신공항 유치 공약을 했던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이번에도 부산 가덕도의 신공항 유치를 주장해왔고, 이런 문 대표를 향해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의원은 거세게 문 대표를 비판했다.

연합뉴스 6월9일 보도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기는 적절하지 않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대로 용역이 진행된다면 부산시민이 바라는 대로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제는 국제공항이 여객 운송뿐만 아니라 물류에서도 비중이 크다. 우리나라 수출물량 중에서 가격 기준으로 60%가량이 공항을 통해 수송되는 상황에서 물류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는 그런 곳에 입지를 선택해야 한다"며 가덕신공항을 지지했다.

김부겸 더민주 의원

대구일보 4월27일 보도에 따르면 김부겸 의원은 "밀양 공항은 내륙도시인 대구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말한데 이어 지역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일관되게 밀양 유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김 의원이 6월3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친노(친노무현)라고 불리는 분들이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자신의 테두리에 가둔 것 같지 않나"라고 비판하고, 이에 친노진영 인사인 전해철 의원이 "친노 프레임을 정치적 활동에 악용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하며 갈등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신공항 선정 뒤에도 계속해서 부산, 경남간 의원들의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6. 결과에 따라 부산은 '여권'에서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

밀양으로 신공항이 결정될 경우, 부산시민들의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지난 4.13 총선에서 부산지역은 더민주 후보 5명이 당선되기도 했다. 부산 지역의 민심 이반이 여권으로서는 부담될 수밖에 없는데다 신공항 역시 밀양으로 넘어갈 경우 이런 민심 이반이 대선까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14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열린 가덕신공항 유치 기원 궐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정희 부산여성소비자연대 대표가 14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열린 가덕신공항 유치 기원 궐기대회에서 삭발한 뒤 눈물을 흘리며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이런 후폭풍을 알고 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TK뿐 아니라 부산도 여권엔 매우 중요한 전략 지역이기 때문에 입지 선정을 다시 미루는 방식으로 두 지역을 모두 달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나올 정도다.

청와대의 인적 구성이 정권 초기 PK+TK에서 TK+충청으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가 차기 대권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으로 그리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여의도 호사가들은 신공항 대지 선정을 앞두고 대통령비서실 인사에서 수석과 차관급이 TK와 충청 출신들로 전면 배치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인사로 청와대는 수석비서관급 이상 10명 가운데 TK 출신 6명(안종범 정책조정, 김재원 정무, 우병우 민정, 김성우 홍보, 강석훈 경제, 김용승 교육문화)에, 충청 출신 3명(이원종 비서실장, 김현숙 고용복지, 정진철 인사)을 포진시켰다. 제주 출신 현대원 미래전략수석을 제외하면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청와대 참모가 모두 TK+충청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특히 6월 8일 박 대통령이 단행한 3명의 수석과 3명의 차관 인사 가운데 김재원 정무수석과 김용승 교육문화수석은 TK 출신이고,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이정섭 환경부 차관도 충청 출신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TK+충청 연대에 대한 의지를 좀 더 구체화했다고 보는 이유다. (주간동아, 6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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