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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친박 행보'는 헛수고였을까

  • 허완
  • 입력 2016.06.15 10:00

롯데그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강도를 더해감에 따라 그동안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눈에 들기 위해 기울여온 온갖 노력이 헛수고가 아니었냐는 말이 나온다. ‘친MB 기업’이라는 말을 들었던 롯데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다른 어느 기업보다도 ‘창조경제’를 비롯한 대통령 관심 사항에 적극 호응해왔다.

롯데는 일찍이 정부가 설립을 주도한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떠맡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체로 첨단기술 분야 창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유통이 주력인 롯데와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었지만, 롯데는 ‘혁신상품 가치 제고’라는 명분으로 지난해 3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었다.

신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 순방 때마다 빠짐없이 경제사절단에 참여했다.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 방문 때는 신 회장이 10대그룹 총수로는 유일하게 동행했다. 지난해 1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요청하자 롯데는 곧바로 역대 최대 규모인 7조5000억원 투자, 1만5800명 채용 계획을 발표하며 화답했다.

지난해 3월 박 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 후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을 때에도 다른 기업들은 난색을 표했지만 롯데는 달랐다. 공식 후원사들 때문에 직접 후원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신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대한스키협회 등을 통해 개별 종목을 후원하겠다며 앞장섰다.

지난해 7월 불거진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는 더욱 적극적인 ‘친박 행보’에 나섰다. 하필이면 임기 절반을 지나는 박 대통령이 신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점심을 대접한 지 사흘 만에 ‘형제의 난’이 터진 터였다. 청와대가 광복절 사면에 재벌 총수를 포함시키며 ‘일자리 창출’ 분위기를 연출하려던 차에 볼썽사나운 모습을 노출하며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를 만회하려는 듯 신 회장은 2018년까지 정규직으로 2만4000여명의 청년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중기 채용계획을 재빨리 내놨다. 사재 출연에도 적극 나섰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에 사재 70억원, 청년창업 활성화에 100억원, 롯데문화재단에 100억원, 대한스키협회에 100억원을 내놨다. 지난해 11월에는 신 회장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소개했고, 이에 인도 정부로부터 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을 도입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받았다며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해외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한동안 ‘효과’를 낸 것처럼 보였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에 대한 세무조사가 무난히 마무리됐고, 대표이사까지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롯데홈쇼핑도 지난해 재승인 심사를 잘 넘겼다.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 갱신에 실패했지만, 곧바로 올해 서울에 4개 시내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내주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업계에서는 ‘롯데를 배려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먹구름이 몰려온 것은 지난달부터였다.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27일 롯데홈쇼핑에 6개월 프라임타임 영업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내렸다. 1주일 뒤인 6월3일에는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를 수사하던 검찰이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롯데면세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고, 다시 1주일 뒤에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압수수색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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