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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지사는 "청와대와 국회까지 세종시로 이전하자"고 말한다

  • 김수빈
  • 입력 2016.06.15 06:50
  • 수정 2016.06.15 07:14
ⓒ한겨레

새누리당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청와대와 국회까지 세종시로 이전하자”며 이를 위해 “지금 나오는 개헌 논의에 수도 이전 문제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지난 13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을 발전시켰지만 어느새 걸림돌이 돼버린 정치와 경제의 기득권 구조를 깨는 게 2018년(차기 대통령 임기 시작)의 시대정신”이라며 이렇게 제안했다.

남 지사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경기도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울이라는 공간에 정치와 경제가 하나로 얽히고설켜 있다. 이를 분리해야 한다”며 “기득권화한 정치의 상징인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고, 공간의 개편 과정을 통해서 기득권 구조의 변화까지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로 옮길 청와대와 국회는 개방형으로 바꾸면서 권한을 분산시키고, 서울의 청와대와 국회는 각각 관광과 청년창업을 위한 공간 등으로 활용하자는 게 남 지사의 구상이다. 남 지사는 “청와대·국회가 빠져나간 뒤 서울·수도권은 경제와 문화·관광 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신행정수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세종시에는 현재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등을 제외하고 총리실과 주요 부처 등 40개 정부기관만 이전해 있다. 이런 ‘반쪽 이전’을 두고 국토균형발전 취지에 못 미치고 행정 비효율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남 지사는 “청와대, 국회, 행정부가 서울과 세종시로 이원화돼 있어 행정력 낭비와 사회적 비용 증가 등 비효율이 크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수도 이전’을 하자는 것이다. 남 지사는 현재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권력구조 개편 중심의 개헌론을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개헌 논의에 청와대와 국회 이전 문제를 당연히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헌법재판소는 ‘관습헌법’ 이론을 들어 수도 이전은 개헌을 거쳐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남 지사는 “노무현 정부 때는 개헌이라는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며 “이제는 대놓고 얘기할 때가 됐다. 내년 대선에서 대논쟁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 지사의 제안은 “기득권 타파와 수도권 집중 해소를 통해 대한민국을 리빌딩하자”는 취지이지만, 청와대·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필연적으로 개헌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 불붙은 개헌론에 새로운 논점을 더하는 의미가 있다. 여야 주요 정치인들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변화를 주는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도 13일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개헌 추진을 언급해 개헌론에 봇물이 터진 상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권력구조뿐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시민들의 삶과 밀접히 연관된 다양한 개헌 의제들이 본격적인 논의 대상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남 지사는 인터뷰 1시간 가운데 대부분을 수도 이전 제안에 할애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2020년이면 경기도 인구만 1700만명이 되고, 수도권에 전국 인구의 60%가 몰리게 된다. 대한민국 이대로 가잔 말이냐. 다른 대안이 있나.” 그는 5선 국회의원의 경험에다, 경기지사를 2년여 지내면서 정치·경제의 기득권 구조와 수도권 과밀·집중, 지방분권 문제 등에 확신이 강해진 것으로 보였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정치·경제 변화해야

청와대·국회는 정치 기득권의 상징

공간 이동 통해 구조 개편… 권력 분산해야

-각종 토론회 등에서 “대한민국 리빌딩”과 “새로운 구조개혁”을 강조해왔다. 무엇을 말하는 건가?

“이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인 정치와 경제가 맞물려서 모순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치는 과도한 대통령 권력집중과 영호남 기득권에 기반한 양당제의 문제, 그리고 이 구조에서 단 한표라도 승패가 갈리면 권력의 향배가 완전히 바뀌는 승자독식의 문제가 있다. 경제 쪽은 대기업 중심의 성장에만 치우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체력을 강화시키지 못한 문제가 있다. 이 구조를 깨야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정치 분야에서는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지 않고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짜야 한다. 경기지사가 돼서 실천할 수 있는 선에서 시작한 게 야당과의 연정이다. 내년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치열하게 대한민국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공통점에 대해서는 합의문을 써서 당선자가 2018년 2월부터 추진하도록 하자. 경제 분야는 한국 축구에 비유하고 싶다.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삼성과 현대라는 두 명의 스트라이커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스트라이커가 반칙을 하지 못하도록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반쪽짜리다.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수비수 다 강화시켜야 한다. 판교에 모여 있는 강력한 기술집약형 기업들이 공격형 미드필더, 전통적 중소기업들이 수비형 미드필더, 영세한 한계기업들과 자영업자, 은퇴자 등이 수비수들이다. 행정은 골키퍼가 돼서 수비수와 공격수의 백패스도 받아주면서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정치와 경제 구조를 다 고쳐야 한다는 말인데.

“대한민국 성장과 발전에 정치와 경제가 두 축이었다. 하지만 이게 어느 순간 거꾸로 (발전을) 가로막는 기득권이 됐다. 이 구조를 깨주는 게 바로 2018년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경제의 기득권이 서울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 얽히고설켜서 돌아가고 있다. 기득권화한 정치의 상징이 청와대와 국회다.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자.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게 아니고, 옮기면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분산시키고, 그러면서 지금의 대통령의 권력, 국회의 특권을 다 분산시키자.”

수도 이전 가능한가

서울과 세종시 이원화로 인한 비효율 문제도 바로잡아야

노무현 때 못 깬 ‘개헌 유리천장’ 깰 때 됐다

-청와대와 국회를 어떻게 바꾸자는 것인가?

“공간의 개편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구조의 변화까지 논의하자는 거다. ‘궁궐형 청와대’를 ‘개방형 청와대’로 바꿔야 한다. 지금 청와대는 감히 대통령에게 쓴소리할 수 없는 구조다. 또한 내각이라는 정말 중요한 관료집단을 청와대 비서들이 컨트롤하고 있는 구조다. 이를 개편해야 한다. 국회도 여의도라는 공간에 유리된 섬이다. 그 안은 온갖 특권으로 상징되고 있다. 이걸 옮겨서 민심에 열려 있는, 공유하는 국회를 만들자.”

-기득권 타파와 구조 개혁의 차원인가?

“기득권 문제 말고도, 청와대, 국회, 행정부가 서울과 세종시로 이원화되어 나타나는 행정력 낭비와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의 비효율성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대법원도 가야 하나?

“대법원과 서울에 남아 있는 정부 부처 다 가야 한다.”

-수도 이전은 개헌이 필요한데.

“이걸 내년 대선에서 치열하게 토론해보자. 지금 진행되는 개헌 논의에 당연히 이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는 ‘그들만의 리그’다.”

-노무현 정부 때도 수도 이전에 실패했는데.

“그때는 개헌이라는 유리천장을 못 깬 것이다. 이제 깰 때가 됐다. 이런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고는 우리 사회 여러가지 모순을 해결할 수가 없다.”

-현재의 청와대와 국회는 어떻게 활용하나?

“청와대는 지금도 그 앞에 관광객이 몰리는데, 완전 개방한다고 생각해보라. 또 여의도 국회는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창업(스타트업) 공간으로 줄 수 있다.”

-세종시에 청와대와 국회가 들어갈 공간이 있을까?

“마음만 먹으면 그 문제는 해결가능하다. 지금처럼 으리으리하게 말고, 안전하고 소박하게 만들면 된다.”

-서울은 어떻게 되나? 반대가 심할 텐데.

“서울은 경제와 관광이다.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다. 지금 상태가 너무너무 행복한 사람들은 수도 이전을 반대할 것이다. 집값 떨어진다고. 그러나 너무너무 행복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지금 행복한 사람들이 배려를 해야 한다. 2020년이면 전 인구의 60%가 수도권에 모여 사는데, 이게 행복한 건가?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통일되면 수도가 남쪽에 있는 게 부적절하다는 논란도 있었는데.

“통일이 되면 평양이 중요해질 것이다.”

총선 민심과 새누리당

국민들 “집권할 수 있겠냐” 새누리에 질문 던진 것

왜 졌는지 분석이 쇄신 출발점

-이 사안이 내년 대선 과정에서 쉽게 결론이 날까? 당장 새누리당도 반대할 텐데.

“대논쟁을 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만큼 좋은 논쟁의 장이 없잖나. 대놓고 얘기할 때가 됐다. 새누리당도 기득권을 깨야 집권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내년 대선에 직접 출마할 생각은?

“지금은 아니다. 나는 현재 경기도를 리빌딩하면 대한민국도 리빌딩할 수 있다는 통찰을 국민들에게 드리려 하고 있다. 경기도 리빌딩이 지금 굉장히 중요하다.”

-4·13 총선 민심에 대한 진단과 현 새누리당 모습을 평가한다면?

“국민들이 이번에 우리한테 질문을 했다. ‘너희들 집권할 수 있는 정당이냐’고. 그런데 답을 못 하고 있는 거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할 일은 딱 하나다. 총선에 왜 졌는지를 찾아내는 거다.”

-왜 졌나?

“하…. 어렵네. 거기까지.(웃음)”

박 대통령 남은 임기엔…

정무장관직 신설해 야당에 줬으면

경기도 연정해보니 스스로 투명·조심하게 돼

-새누리당이 계파 해체 선언도 했는데 잘되는 것 같지 않다.

“왜 졌는지 이유에만 합의되면 다 풀린다. 1번, 2번, 3번 이유를 찾고, 그에 대한 원상회복을 하면 된다.”

-유승민 의원 등 무소속 복당에 대해서는?

“공천이 잘못된 거라고 원인이 나오면 복당은 자동 해결되는 거다. 그거 없이 그냥 ‘일단 아무 일도 없던 걸로 하고 다 모여’ 이건 아니다. 전당대회에서도 총선에서 왜 졌는지를 놓고 논쟁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개원 연설에서 소통을 강조했다. 남은 임기에 무엇을 해야 할까?

“정무장관직을 신설하고 야당에 줬으면 좋겠다. 내가 (야당 출신) 이기우 부지사와 일해보니, 스스로 투명하게 되고 조심하게 된다. 아무리 협조가 잘되는 사이라 해도 나랑 정치적 기반이 다른 사람이 이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일방적으로 가지 않게 하는 기제가 된다. 이분이 내부 논의 과정을 알기에, 내가 아니어도 직접 야당에 가서 설명을 해준다. 대통령님께서 협치의 상징으로 정무장관을 야당 사람으로 임명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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