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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위기' 대우조선해양에서 이 직원은 회삿돈 180억원을 빼돌렸다

  • 허완
  • 입력 2016.06.14 19:18
  • 수정 2016.06.14 22:44
ⓒ연합뉴스

"어떻게 대기업이 이렇게 부실하게 내부 감사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직원이 180억원에 가까운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자 수사를 담당해온 경찰도 엄청난 규모나 회사 내부 감사의 부실함에 혀를 내둘렀다.

대우조선해양 임모(46) 전 시추선사업부 차장은 무려 8년간 회사를 속이고 허위 거래명세서 등을 만들어 회삿돈 178억여원을 빼돌렸다.

그는 빼돌린 회삿돈으로 치밀하게 부동산 등 자산을 늘려간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측은 "수사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임 씨는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선주사와 기술자들이 쓰는 비품을 구매하면서 허위 거래명세서를 만드는 방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

이 기간 2천734차례 169억1천300만원을 가로챘다.

임 씨는 시추선 건조 기술자 숙소 임대차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도 허위 계약을 하는 수법으로 2008년 5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245차례 9억4천3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인척 명의를 도용했다.

임 씨의 장기 범행은 지난해 그의 후임으로 온 직원이 이상하게 여기고 회사에 알리면서 뒤늦게 드러나게 됐다.

후임 직원은 거래명세표 상의 물품 구매 내역과 실제로 들어온 물품, 과거 물품 거래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다 물품 구매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사실에 주목, 전체 내용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는 회사 측이 감사에 나서자 지난해 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명퇴금 1억여원을 받아서 챙겨나갔다.

회사 측은 그의 범행 사실을 알고도 원칙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동안 그를 설득해 빼돌린 회삿돈을 돌려달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임 씨가 부동산과 주식에 상당액을 투자한 상태여서 즉각적인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알고서야 올해 초 그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사진은 지난 8일, 경영부실 은폐 의혹 등이 제기된 대우조선해양의 본사를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압수수색하는 모습. ⓒ연합뉴스

임 씨는 회사 측이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고발을 하고 거제경찰서가 수사망을 좁혀오자 내연녀와 도피행각에 나섰다.

그는 해운대 신규분양 아파트를 구입해 주 은닉처로 삼았다.

불구속 입건된 내연녀 김모(36)씨의 거제시 고현동 집 등지도 은신처로 삼기도 했다.

임 씨는 휴대전화를 수시로 바꿔가면서 추적을 피했다.

렌터카나 리스카로 차량을 바꿔탔다.

경찰은 4개월이상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렌터카 임대자료 등을 근거로 임 씨 추적에 나서 잠복 끝에 해운대 아파트에서 지난 8일 검거했다.

경찰은 해운대 아파트에서는 쓰다남은 현금 등 15억1천만원을 회수했다.

그는 부산 해운대 아파트와 명지동 상가를 구입하는 등 부동산 투자에 회삿돈을 썼다.

주식에도 상당액 투자했다.

내연녀를 위해 샤넬 등 명품 핸드백을 사줬으며 자신은 명품 시계 롤렉스를 구입해 차고 다녔다.

고가의 외제승용차를 구입해 타고 다니다가 경찰이 추적하자 버려두고 렌터카 등을 이용했다.

임 씨와 내연녀는 모두 결혼했지만 현재 이혼소송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는 경찰에 붙잡힌 이후 유명 법무법인 변호사 입회 하에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수사에 애를 먹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임 씨의 범행에는 '윗선'의 묵인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윗선은 임원급을 의미한다"고 말해 거액 횡령 사건 수사 진행에 따라 사법처리 대상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임 씨가 회사 내부에서는 정말 착하고 성실한 직원으로 알려져 있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대우조선이라는 대기업에서 어떻게 이렇게 부실하게 회계관리를 해왔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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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회 #대우조선해양 #뉴스